글 쓰는 20대
너가 정말 콘서트 보러 엄마 몰래 자카르타를 갔다고?
다들 이런 사랑 한번쯤 해본거 있는거 아냐?
사랑에 어디까지 미쳐본 적이 있는가?
지난 5월 난 엔시티 위시를 보기 위해 자카르타에 갔다왔다.

다들 살면서 캠퍼스 드라마 같은 운명적 사랑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사랑하기에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개강을 하면 수업과 과제가 있고 종강을 한 뒤에도 취업준비의준비생을 준비해야한다.
고학년으로 갈 수록 '사랑'보다는 자격증과 어학 시험 공부를 한다.
나 역시 이런 챗바퀴와 같은 삶을 살다 문득
'이러다가는 메말라버린 어른이 돼버릴 거 같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반복되는 삶에 사랑을 잊지 않고 싶어서 충동적으로 자카르타 콘서트 티켓을 끊었다.
해외 콘서트를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또 사랑을 해본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통해 도전하라고 전하고 싶다.
말년에 얻은 늦둥이가 제일 무섭다
대학 입학 후 NCT 127 덕질을 유구하게 함께 하던 P양이 있다.
사람의 운명은 정해진 순리처럼 가듯이 난 P양과 나란히 엔시티 위시로 사랑을 대물림 했다.
사랑하면 마땅히 보러가야겠지
아이돌을 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뭐냐 묻는다면 단연 '콘서트 가기'다.
지난 2월 때 마침 엔시티 위시의 팬 콘서트 공지가 떴고 나와 P양은 호기롭게 도전했다.
결과는
대 실 패실패 누가 성공의 어머니랬냐 너무 아프잖아........
나와 P양은 어떻게 해야 콘서트에 갈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콘서트에 가기 위해서 의외로 필요한 것은요.....
ㄴ 티켓입니다. (당연하지)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 콘서트 가기 프로젝트 ~
WHY? 양도는 공연 문화를 저해하는 불법적인 행동이며 문화 컨텐츠 전반에 해악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너무 비 싸.
WHY? 안 본다는 선택지는 없다.
방안 3: 해외 투어를 간다 -> (?)
소거법을 했다.
답이 나왔다.
비행기를 타자!
P양과 콘서트 시야 비교와 같은 엄격한 심사를 거친 결과 통과한 도시는
자카르타
였다
그 뒤로는 티켓팅이었다.
한국 콘서트와 다르게 너무 쉽게 성공해버렸다.
(이때 알았어야 했다. 자카르타까지 날라가는 한국 사람은 없다는 것을...)

이제 P양과 항공권 예매를 하려는 순간
근데 자카르타가 어디야?
그렇다.
나와 P양은 세계 지리도 하지 않은 지리 문외한이였다.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의 수도였다. (이때 인도네시아에 발리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나와 P양의 도전기가 시작됐다.
우리는 비자를 받아본 적도, 4시간 넘는 비행을 해본 적도 없었다.
나와 P양은 가장 멀리 나가본 곳은 대만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을 저질러졌고 우리는 떠나야했다.
자카르타는 한국에서 직항이라고는 하루 두 번 아시아나가 전부인 곳이다.
하지만 대학생이라 한다면... 시간은 많은 베짱이지만 시갑 사정이 얇다.

저가 항공 섭렵자인 우리가 선택한 결과는요...
경유하기입니다

2박 3일 일정에서 왕복 21시간 비행하는 사람이 있다고?
콘서트만 보고 오는 미친 계획을 세웠다.

DAY1 자 이제 떠나자! 자카르타로
P양과 오전 7시 홍대입구 공항철도에서 만나 인천공항으로 갔다.

인천공항 투표 이런 거 하게 될줄

당시 사전 투표 기간이라 야무지게 투표까지 하고 떠났다.
비행기를 타자마자 웰컴 땅콩과 식전 빵, 한 번의 기내식과 식후 빵, 무제한 드링크를 받았다

이렇게 사육시켜주는 항공사
진짜
처 음 봐

6시간 동안 경유지 쿠알라룸푸르로 날아갔다

첫번째 하차!
오랜만에 땅을 밟았다.
첫 경유 체험을 하느라 P양과 공항 이곳 저곳을 헤매이며 누볐다.

그때 나한테 있던 짐은 잠옷, 노트북이 전부였다.
10시간 비행이 덜 무서울 수 있던 건 끝도 없는 과제와 함께 할 수 있었기에 아닐까

자카르타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여기서부터는 관광객이 전혀 없었고 인도네시아 현지 남자분들이 진짜 많았다.
어쩌다보니 나는 비행기 머리 쪽 P양은 꼬리쪽에 배정 받아 2시간 동안
여기는 외국이고 너가 없으면 난 혼자잖아
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타자마자 또 웰컴 땅콩과 저녁 기내식을 먹으면.....
드디어 왔습니다!
자카르타에

할 일을 다 했니?
이제 숙소에 가자.
D-DAY 콘서트를 보자!

날이 밝았다!
깜깜할 때 내린터라 밝은 하늘 아래에서 보는 첫 자카르타였다.

금강산도 식후경
콘서트 전 공연장 근처에서 점심 식사를 하러 갔다.
P양과 나시고랭과 솜땀을 먹고 후식으로 젤라또를 먹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사실 공연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내 마음은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 나 사실 돈이 아까울 수도...라는 생각이 있었고
가장 큰 무서움은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생각보다 엔시티 위시를 사랑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다.
그때만 해도 학교 생활로 지칠만큼 지친 마음인터라 '열렬히 사랑한다'는 마음을 잊은지가 꽤 됐다.
하지만 과거의 내가 방학 때 일을 이미 저질렀고 현재의 나는 현지까지 왔는데도 혹시 모를 불안감이 있었다.
입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가장 많이 한 말은 기대된다가 아닌 '와 덥다...'일 정도였다.

하지만 입장한 탁 트이고 가까운 공연장 시야를 보자마자 그때부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콘서트장의 공기와 사람들의 열기, 울려퍼지는 노래, 따라부르는 사람들의 목소리 등..
걱정했던 것과 무색하게 콘서트는 너무 즐거웠다.

내가 자카르타까지 날라온 이유
한여름밤의 꿈같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2시간 30분 동안 P양과 후회 없이 응원하고 노래를 불렀다.
얼마나 좋았냐면...
내일이면 자카르타라는 도시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비록 이 도시에서 한 것이 콘서트 보는 것밖에 없었음에도
과거와 비교했을 때 코로나 이후로 응원법이나 떼창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나 또한 한국에서는 영상 찍는 것에 급급하기도 하느라 앞보다는 핸드폰을 더 많이 보기도 하고,
내 목소리가 영상에 들어가는 것이 싫어서 함성이나 응원법을 안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자카르타는 이 순간 자체를 즐겼다.
스탠딩 뒤에 있는 팬들은 서로 모여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고 한국 노래임에도 함께 따라불러주기도 했다. 심지어 무대 위에 가수가 없음에도 흘러나오는 노래 소리만으로도 다들 노래를 불렀다.

공연이 끝나고 P양과 저녁을 먹은 뒤 촉촉해진 마음으로 자카르타 밤거리를 걸으며 이 자카르타 여행기를 복기했다.나와 P양의 주된 감상은
'야 나 자카르타 또 가능'
이였다.
외국에 오느라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들였음에도,
경유를 하며 10시간을 날아오는 고생을 했음에도 둘 다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왜냐?
그만큼 즐거웠기에!
귀국하는 비행기를 타서 문득 생각했다.
왜이렇게 행복했을까?
답은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왔기 때문에'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시 챗바퀴 같은 일상을 살아야 한다.
생각해보면 막막한 미래는 바뀌지 않았지만 그래도 짧았던 2박 3일의 자카르타, 2시간 30분의 콘서트 기억이 생각날 때마다 조금이나마 행복해지곤 한다.
사람은 이상하고 사랑은 아름다워
과연, 이런 사랑은 덕질에만 국한되는 것일까?
'사랑할 때는 누구나 최악이 된다'라는 영화가 있다.
이처럼 사랑은 종종 무모한 선택을 동반하고는 한다.
그리고 이런 선택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에 미쳐본 사람들이 있다.
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주위를 둘러보면,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에 미쳐본 사람들이 있다.
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OO (23살, 대학교 3학년)
Q. 사랑을 위해서 어디까지 해봤나요?

A. 전 서울~부산 롱디를 하고 있는데 2주에 한번씩 부산을 갑니다. KTX 기둥 하나 정도는 제가 세워준 거 같네요.
박OO (23살, 연세대학교 3학년)
Q. 요즘 무언가를 사랑하고 있나요?

A. 야구요.
야구 하나만을 응원하기 위해 2일 동안 대구, 부산 원정 경기를 따라갔습니다. 친구가 너가 야구 선수야? 물어보더군요. 심지어 두 경기 모두 졌습니다. 하하...
전OO (23살, 연세대학교 3학년)
Q. 당신의 무모한 사랑은 무엇인가요?

A.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위해 모두가 말리는 한여름 대만 여행을 갔다왔습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땀을 흘릴수도 있구나... 하는 경험이었습니다.
Q. 이 경험들을 후회하시나요?
A.
이OO
자주 보지 않으니까 오히려 애틋해지는 거 같더라구요.
김OO
지고 오는 야구 선수가 너무 밉긴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전 충청도에서 태어났고 마법모자가 점지해준 야구 구단인 거처럼 미우나고우나 내새끼입니다.
전OO
아니요. 그만큼 즐거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걸 하러 간거잖아요? 그것도 그곳에서만, 그 날에만 볼 수 있는 걸로요. 전 이것만으로도 갈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또한 추억이죠.
이처럼 20대인 우리는 누구나 '무모한' 사랑을 한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무식한' 것은 아니라는 것.
어차피 아픈 것도, 고생을 사서하는 것도 청춘이면 사랑하는 것 역시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연애로, 누군가는 취미로, 누군가는 아이돌로 사랑하며 살아간다.
그게 비합리적으로 보일지라도, 그 무모함이야말로 우리가 20대를 사랑하는 이유 아닐까.
누군가는 연애로, 누군가는 취미로, 누군가는 아이돌로 사랑하며 살아간다.
그게 비합리적으로 보일지라도, 그 무모함이야말로 우리가 20대를 사랑하는 이유 아닐까.
사랑을 하는 우리들을 응원하며!
#콘서트#사랑#엔시티 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