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너 상반기 어땠어?
20대의 하루는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
강의와 과제, 아르바이트로 채운 하루가 끝나고 나면,
무언가를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또 다음 날이 시작된다.
9월은 이상한 달이다.
한 해의 절반을 훌쩍 넘겼지만, 아직 끝까지 가기엔 먼 시점.
올해 상반기는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기억 속에 선명한 장면도 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놓쳐버린 순간들이 더 많다.
그래서 9월은 나에게,한숨 돌리며 나를 돌아보는 계절이 된다.
그렇게 나를 들여다보면
불안과 설렘이 나란히 걸어다니는 지금의 내가 보인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 두려우면서도,
그 불확실함 속에서 여전히 무언가를 기대하는 마음.
이 회고록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다.
그저 오늘의 내가 남긴 작은 기록들이,
언젠가 다시 나를 꺼내볼 수 있는 기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질문을 보며, 당신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반기를 보냈는지 함께 곱씹어보길 바란다.
감각
1. 상반기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냄새는?
상큼한 오렌지향. 아직까진 젊음의 푸릇한 냄새가 나지 않을까.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며 오렌지향을 풍겼다. 그 향기가 하반기에도 쭉 지속되길 바란다.
언어
2. 요즘 자주 쓰는 말투나 단어는?
"아놔", 아놔는 어떤 상황에서든 쓸 수 있다. 웃긴 상황에도, 당황스러운 상황에도, 화가나는 상황에도. 왜인지 아놔를 쓰면 격해진 감정이 조금 누그러진다. 불안한 상황 속에도 침착함과 능청을 유지할 수 있는 마법의 단어다.
감각
3. 내 하루를 한 장의 사진으로 찍는다면?
지하철 창에 비친, 면접 대본을 읽는 나의 옆모습.흐릿하지만, 분명히 나다. 그리고 점점 선명해진다.
사랑
4. 첫사랑 하면 떠오르는 노래는?
로이킴의 ‘그때 헤어지면 돼’.당시 첫사랑이 처음으로 불러준 노래다. 노래보다 같이 노래방에 있었던 그 분위기의 설렘이 떠오른다.
감정
5. 최근 나를 울린 건 무엇이었나?
나혼자 산다의 기안84 마라톤..
티비를 보다 우연히 나혼자 산다를 보게 되었다. 뉴욕에서 마라톤을 하던 기안84는 대회를 진행하던 중 많은 사람들을 마주친다. 그 중에 시각장애인, 다리가 없는채 보드로 완주하는 사람, 또 목발을 양 옆에 끼며 힘든 내색도 하지 않고 앞만보고 달리던 여자. 본인의 한계를 스스로 부딪히며 마라톤을 완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안일했던 나에 대한 채찍질이 들어왔다. 또 어마어마한 존경심이 들었다.
일상
6. 하루 중 가장 나다운 시간은 언제인가?
아무런 방어가 필요하지 않는 무방비상태의 나.
밤 12시즈음 침대에 혼자 누워 사색의 시간을 즐길 때나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작업을 하고 있을 때나
좋아하는 음식을 휴대폰 없이 오롯이 음미하고 있을 때.
자아
7.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내가 되고 싶은 사람에 가까워지게 하는가?
조금은. 아직 부족하지만, 어제보다 한 발짝은 나아갔다고 믿는다.학기초와 비교했을 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조금은 더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것이 내가 되고 싶은 나를 만든다.되고 싶은 나는 결국,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나이다.
관심
8. 최근에 새롭게 알게 된 나의 취향은?
생각보다 달콤한 향을 좋아한다는 것. 밀가루 맛을 싫어한다는 것. 초록을 좋아한다는 것. (원래는 싫어했다)
시간
9. 과거의 선택은 당신을 성장시켰는가, 가뒀는가?
과거의 선택은 날 성장시켰다. 과거의 선택에 후회하고 집착하지 않는다.그 당시 나의 최선의 선택이였기 때문이다. 과거의 선택이 안좋은 결과를 불러일으켰더라도,그 결과를 경험함으로써 극복하는 법을 알았기 때문에 나는 성장할 수 밖에 없다.
다짐
10. 앞으로 나에게 해주고 싶은 한 마디
난 잘 걸어왔다 한가지 길을 향해. 하지만, 지금 난 여러갈래길도 아닌 그저 허공에 떠있다.
걷는 방법조차 모른채 허공에 발길질을 한다. 젊음의 반항인가, 청춘의 설움인가.
해야지 해내야지 하며 나는 다시 또 하고 해낸다.
9월은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고, 남은 시간을 준비하는 달이다.
상반기의 나는 서툴고 불안했지만, 그 속에서도 나만의 속도로 걸어왔다.
하반기의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더 나답게 살고 싶다.
회고록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게 아니다.
오늘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일의 나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혹시 오늘이 힘들었다면, 자기 전 10분만이라도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답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