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당신을 다시 달리게 하는 것은?"
나를 일으킨 건 결국, 작은 움직임 하나였다.
“당신을 달리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개강을 맞아 다시 시작하는 9월, 각자의 방식으로 리듬을 되찾는 청춘들
여름방학이 끝나고 어김없이 다시 찾아온 개강.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던 것들이 아직 완성되지 못한 채로 내 머릿속을 나뒹굴고 있지만,
어느새 흘러가버린 시간 앞에서 우리 모두는 잠시 멍해지곤 한다.
그 여름이 당신에게 충분히 빛났든,
혹은 아쉬움을 남긴 채 지나갔든 ㅡ
성큼 찾아온 9월은 우리에게 ‘다시 달려야하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겪어도 늘 쉽지 않은 시작 앞에서
아침 공기는 여전히 무겁고, 마음은 아직 이 계절을 따라잡지 못한 듯 흔들린다.
그럼에도 각자의 안에는,
당신이 다시 걸음을 뗄 수 있도록 만드는 무언가를 품고 살아가지 않는가.
지금, 당신을 다시 달리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오늘은 세 명의 대학생에게 물었다.
그들만의 달리기 방식,
그리고 그 속에 흐르고 있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리듬에 대하여.
#1. 나를 달리게 하는 것은 문장수집 이다.
김** / 이화여대 /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 4학년 / 24세Q. 지난 한 학기 휴학했다고 들었다. 휴학 기간은 뭘 하면서 보냈는지?
A. 딱히 큰 계획은 없었고 그냥 쉬고 싶어서 질러버렸다. 인턴을 몇 번 지원했었는데 잘 안 되서, 그냥 알바하고 자격증 공부하고, 가족들 친구들과 시간 보내고, 해외여행도 가고...그렇게 지냈다.
Q. 휴학하고 방학까지 거치면서 나태해지거나 무기력함을 느낀 시기가 있었는지?
A. 당연히 있었다. 차라리 무기력하지 않은 때를 찾는 게 빠를지도...(웃음)
알바를 제외하곤 강제성이 부여되는 것이 없었기에 평소보다 게을렀다. 요즘은 대외활동이나 인턴 때문에 휴학생들도 바쁘다는데, 나만 누워 있고 뒤처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솔직히 많이 들었다.
Q. 그렇다면 그런 감정이 들 때 본인을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 것이 있었나?
A. 좀 특이할 수 있지만, 나를 움직이게 한 것은 '문장수집'이라는 취미 덕분이다.


Q. 흥미롭다. 본인이 정의하는 '문장수집'의 의미가 따로 있는지?
A. 정말 말 그대로 문장을 수집하는 것이다. 평소 시집이나 에세이 읽는 걸 좋아하는데, 책을 읽다가 울림을 주는 구절을 노트에 필사한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책 추천이나 좋은 문장을 업로드하는 콘텐츠 알고리즘이 종종 뜨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많이 옮겨 적곤 한다.
Q. 그렇다면 '문장수집'은 어떻게 본인을 다시 달리게 만들어주는가?
A. 가장 빨리 내 정신을 환기시키고 기분을 전환해준다. 일단 나의 경우, 우울감이나 무기력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보통 내가 집에 혼자 있을 때 찾아오는데, 그럴 땐 뭔가 거창한 걸 하기보단 가장 가까이 손 뻗을 수 있는 곳인 책상에 일단 앉는다.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고 좋아하는 문장을 적다 보면 내 기분이 가장 빨리 고요해진달까. 막연히 책을 읽는 행위와는 달리 직접 또박또박 써보는 것, 그리고 그 문장들이 노트 안에 차곡차곡 담기는 과정을 보면, 눈으로 보이는 결과가 있어서 그런지 뭔가 더 뿌듯하다.
Q.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는 친구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A. 사람들은 작은 것에도 무너지지만 의외로 작은 것으로부터 힘을 얻고 다시 일어나기도 한다. 그것이 나에겐 문장수집이었다. 나는 내가 써둔 문장들로 다시금 일어날 때가 많았고, 지금도 그러하다. 여러분들도 스스로를 일으켜 다시 달리도록 해주는 문장을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가길.
#2. 나를 달리게 하는 것은 달리기 이다.
김** / 가톨릭대 / 영어영문학과 / 2학년 / 24세Q. 방학이 끝나고 개강을 앞둔 지금, 요즘 컨디션은?
A. 학교 가기 싫단 생각 뿐...ㅎㅎ. 이번 여름은 특히 너무 더워서 기력도 없다. 그래도 며칠 전에 친구들과 태국 여행을 다녀와서 리프레시가 많이 됐다.
Q. 여름방학 동안 나태해지고 굼뜨는 시기도 있었는지? 있었다면 언제였고, 어떤 감정이었나?
A. 1학기 종강 직후 가장 나태했다. 종강하고 긴장이 탁 풀려서 정말 방학 시작 1주 동안은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만 있었다. 하루종일 뒹굴거리면 좋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몸이 더 무거웠고 밤낮도 바뀌어서 생활패턴도 엉망이 됐었다. 이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뭔가 할 일을 하기가 더 싫어졌다.
Q. 그렇다면 그 일주일로부터 벗어나 어떻게 본인을 다시 달리게 만들었는지?
A. 나는 정말 리터럴리 '달리기'를 했다. 러닝을 처음 시작한 건 군 복무 중이었는데, 전역 후에도 몇 번 하다가 이번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제대로 꾸준히 내 생활 루틴으로 만들었다.



Q. 어쩌다가 달리기에 푹 빠지게 됐는지?
A. 요즘 러닝 열풍이 불어 유행에 탑승해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지만 (웃음) 달리기가 정말 나에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많아 꾸준히 계속할 수 있었다. 목표한 거리를 다 뛰었을 때의 성취감이 무엇보다 큰 동기였고, 가끔 스트레스 받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뛰었다. 그러면 머릿속이 정리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게 몸도 건강해지고 정신도 맑아지는 러닝은 나에게 자연스레 루틴이 되어 있었다.
Q.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는 친구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A. 개인적으로 달리기를 진심으로 추천한다. "끝이 좋은 일을 선택한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운동은 하는 중엔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운동 후 찬물 샤워를 할 때, 혹은 땀을 흘린 후 맛있는 식사를 할 때 정말 기분이 좋다.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어떤 행동 '후'에 오는 행복이 오래갈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꼭 달리기가 아니더라도, 무기력에 빠진 자신을 구해줄 자신만의 '달리기'를 꼭 찾길 바란다. 나를 구해줄 사람은 오직 나 뿐이니까!
#3. 나를 달리게 하는 것은 산책 이다.
박** / 서강대 / 경영학부 / 3학년 / 22세Q. 방학이 끝나고 개강을 앞둔 지금, 요즘 컨디션은?
A. 방학동안 대외활동 공모전 때문에 힘들어서 거의 방학이 끝나가는 지금에야 좀 몰아서 쉬는 것 같다. 방학동안 일을 너무 벌려놨다.
Q. 방학인데 휴식을 충분히 취하지 못했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는지?
A. 사실 내가 다 원해서 한 것들이라 남 탓할 수도 없고...사실 바쁘긴 했지만 다 끝내고 나니 후련해서 후회는 없다! 그저 쌓인 피로가 덜 풀린 채 개강을 맞이할 뿐...
Q. 그럼 박 양은 여름 방학 동안 나태함을 느끼지는 못했는지?
A. 바빠서 늦장 부릴 시간이 없었기에 나태해질 수가 없었다...(웃음) 그런데 뭔가 번아웃이 온 듯한 기분은 자주 들었다. 학기 중에도 과제하랴 공부하랴 바빴는데 방학 때도 학기의 연장선처럼 이어진 삶 때문에 자주 무기력하고, 아 이런 게 번아웃인가...했다. 그런데 번아웃이 왔다고 해서 여유롭게 쉴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 다운된 기분을 깨는 게 매번 힘들었다.
Q. 그렇다면 본인에게 찾아온 번아웃을 깨고 다시 달릴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 있는지?
A. 할 일은 많은데 유독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날이 있었는데, 침대에 누워 있다가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무작정 이어폰을 끼고 집 앞 경의선숲길을 걸었다. 별 거 아닌 일이라 생각했는데 몸을 움직이고 햇빛을 쬐니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운이 좋게도 '숲세권'에 살고 있어 그날 이후로 몸과 마음이 무거워질 때면 부담 없이 나가 10분이라도 산책을 했다.



평소에도 많이 걸어다니는 편이지만, 산책하는 시간만큼은 초록빛 풀을 보고, 여름 햇살을 받는 푸릇한 나무를 볼 수 있는 숲길을 찾아서 걷는다.
Q.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는 친구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A. 무조건 뭔가 대단한 걸 해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건 아닌 것 같다. 걷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요하지도 않고 누구나 할 수 있으니 이 글을 보는 독자분들도 번아웃이 오거나 무기력할 때 무작정 집 밖을 나가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나를 달리게 하는 것은 _____ 이다."
누군가는 글귀를 모으며 마음을 다잡았고,
누군가는 러닝으로 몸을 깨웠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숲길을 걸으며 숨을 돌렸다.
자신에게 찾아온 무거움을 깰 수 있는 방법은 어쩌면 꽤나 간단할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모든 9월의 청춘들도,
무탈하게 자신만의 달리기를 지속해보길.
#개강#동기부여#무기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