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기어코 와버렸다, 마지막 개강
대학생활의 끝자락에 서있는 모든 막학기 대학생에게
마지막 여름 방학, 마지막 수강 신청,
마지막 개강, 마지막 학기.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붙으니 기분이 괜히 묘해진다.
이제 '대학생'이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사회인'이라는 이름을 받아들여야 할,
혹은 그 준비를 해야 할 시기.
경계에 선 대학생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기어코 마지막 학기를 맞이한 세 명의 대학생과
마찬가지로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에디터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아주대학교 축구부 프런트 활동 모습FROM. 경영학과 막학기 이윤로
불운의 코로나 학번
나는 20학번, 일명 코로나 학번이다. 새내기 배움터, MT, 동아리 활동은커녕 학교를 아예 가보지도 못했다. 신입생 때의 캠퍼스 낭만을 즐기지 못한 점이 아쉽다. 4학년이 되어서야 학생회 활동을 시작했는데,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며 뿌듯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느꼈다. 후배들이 친한 동기, 선배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부러웠고, 내가 누리지 못한 캠퍼스 낭만에 대한 미련이 생겼다. 1학년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군복무를 다시 하더라도 무조건 돌아갈 것이다. 물론, 코로나가 없다는 전제하에.
설렘과 두려움의 교차점
벌써 마지막 학기, 곧 졸업이라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 중·고등학교 졸업은 마냥 좋기만 했지만, 대학교 졸업은 눈앞의 현실이 무겁게 다가와 두렵다. 동시에, 4년간 쌓아온 능력과 역량을 입증할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특히 축구부 프런트 운영팀장으로 활동하며 홈경기를 기획·운영하고, 꽉 찬 관중석을 바라봤을 때 느낀 뿌듯함을 취업 후에도 다시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대된다. 이처럼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것 같다.
진짜는 후반전부터
1, 2학년 학교생활은 정말 재미없었다. 그러다가 축구부 프런트, 학생회, 대외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하는 일도 생기니 그제야 즐거워졌다. 야구, 축구, 농구 등 대부분의 스포츠가 후반전이 더 재밌듯, 나의 대학 생활의 ‘진짜’도 후반전에 있었다. 물론 1, 2학년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것들도 많다.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후배들은 각자의 청춘을 마음껏 즐기길 바란다.
세상의 모든 막학기 대학생에게
여기까지 달려오느라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이미 취업하신 분들도, 저처럼 준비 중인 분들도 모두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이제 우리에게 방학은 더 이상 없지만, 그만큼 더 큰 자유와 자신만의 소중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끝까지 버틴 여러분께 박수를 보냅니다!
보건의료경영학 전공 서적 모습 (중간에 거꾸로 꽂혀있는 건 모른 척 부탁)FROM. 보건의료경영학과 막학기 권민정
기어코 해내다
‘막학기라니!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뿌듯함과 동시에 ‘벌써 끝이네!’하는 아쉬움이 동시에 든다. 입학 첫 학기엔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컸다. 확실히 중·고등학교 때보다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많아 낯설고 두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며 적응했고 여유도 생겼다. 그 힘으로 팀 프로젝트, 공모전 등 하고 싶었던 일에도 하나씩 도전할 수 있었다. 이제 마지막 학기를 맞으며 기어코 여기까지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뻔해도 ‘청춘’만한 단어가 없다
전공을 살려 병원이나 보험사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학기에는 국가고시 준비와 대학 생활 마무리까지 해야 한다. 대학 생활에 대한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후회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기에 나에게 1학년으로 돌아가겠냐고 묻는다면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다. 내게 대학은 뻔하지만 가장 빛나는 단어, ‘청춘’이다. 20대 초반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와 설렘 속에서 울고 웃으며 성장했으니까.
오직 대학생만 할 수 있는 것
공모전이나 대외활동에 많이 참여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꼭 말하고 싶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대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경험이 있다. 경험은 결국 자신감을 키워준다. 그리고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굉장히 값진 일이니까 동아리, 대외활동, 봉사, 인턴십 등 기회가 온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길.
세상의 모든 막학기 대학생에게
마지막 학기는 새로운 도전을 위한 발판입니다. 겁먹지 말고, 당당하고 자신 있게 헤쳐나갑시다!
에디터가 사진을 요청하자 실시간이라며 보내준 사진 (이마저 공대생 같다)FROM. 환경안전공학과 막학기 이정훈
어, 벌써 다 왔다고?
입학할 때는 군대 포함 6년을 여기서 어떻게 버티나 싶었는데, 막상 막학기에 다다르니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흐른 것 같다. 학교를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아쉽기도 하다. 첫 학기에는 새내기 마인드로 수업보다 술자리를 더 즐겼다면, 지금은 자발적으로 수업을 듣고 자격증 공부까지 병행한다. 그래서 그런지 첫 학기와 지금을 비교하면 스펙과 지식수준이 올라간 것 같다. 나도 내가 이렇게 바뀔 줄 몰랐다.
야구로 배우는 인생
사실 동아리 활동이 취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지만, 누구보다 진심으로 임했다. 그렇기에 동아리 활동에서 좋은 기억이 많다. 특히, 회장을 맡고 있는 야구동아리가 최근 창단 첫 우승을 거둔 순간은 잊을 수 없다. 팀원들과 땀 흘려 만든 성과라 더 값졌다. 이 경험 덕분에 책임감과 리더십도 크게 성장했다고 느낀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한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밥 잘 사주는 멋있는 선배
현재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준비 중이며, 영어 성적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 학기인 만큼 학교 수업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올해 하반기에 취업에 성공하면 바로 졸업하고, 여의치 않으면 1년 정도 유예할 계획이다. 취업하고 나서는 내가 직접 번 돈으로 부모님과 고마웠던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는,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TO. 이 글을 보고 있는 후배들
누군가에게 조언할 만큼 대단한 선배는 아니라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노는 것과 공부하는 것의 경계를 확실히 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1학년 때는 실컷 놀아라. 기회는 그때 뿐이니까. 2학년 이후에는 놀 땐 놀고, 할 땐 하는 습관을 들여라.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학점은 아래로 향한다는 걸 꼭 기억하길.
세상의 모든 막학기 대학생에게
모두 끝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서 모두 사회 속 한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길 바랍니다!
사회학과만의 졸업 논문이자 졸업 전시회인 사회학세미나 발표회 모습FROM. 사회학과 막학기, 에디터 김수민
평생 대학생 할래
이 말을 요즘 달고 사는 것 같다. 십수 년간 학생으로 살았는데, 이제 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아야 한다니 믿기지 않는다.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누릴 수 있던 자유와 여유가 있다. 당당하게 용돈을 받아도 될 것 같고, 약간 철없는 행동을 해도 될 것 같다. 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는 순간, 진정한 ’어른‘이 되어야 할 것만 같아서 두렵다. 그래서 바로 졸업하지 않고 유예를 할 생각이다. 대학생이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즐기면서 대학생이라는 이름을 오래오래 붙잡고 싶다.
마지막이라고 하니 미련 뚝뚝
사실 이번 학기 수강 신청 때, 공강을 많이 만드는 시간표와 듣고 싶은 수업 시간표 중 고민이 컸다. 평소 같으면 당연히 공강을 택했겠지만, 마지막 학기라 듣고 싶은 수업을 고르기로 했다. 무엇보다 기숙사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는 게 가장 아쉽다. 4년 내내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이제는 집을 구해야 한다. 이 부분이 제일 막막하다.
방황해도 괜찮아
사실 사회학에 꿈이 있었다기보다는 정해진 꿈과 진로가 없어서, 가장 포괄적인 학과인 사회학과에 진학했다. 2학년이 되니 사회학의 포괄성이 오히려 막막함으로 다가왔고 일명 '대2병'을 누구보다 심하게 겪었다. 그리고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다른 과 전공을 교양처럼 들어보기 시작했다. 물론 학점은 떨어졌지만, 이 과정을 통해 나의 진로 윤곽을 잡을 수 있었고, 지금의 선택에도 큰 영향을 줬다. 전공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나처럼 다른 과 전공을 들어보거나 이것저것 다양하게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세상의 모든 막학기 대학생에게
약 16년 동안 학생으로 살아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곧 사회인의 길목에 서게 되네요. 사실 전 두렵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합니다. 아마 다들 비슷할 것 같아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으니, 때로는 길을 잘못 들어보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면서 천천히 나아가봅시다. 파이팅!
#대학생 #막학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