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술술 술얘하자!

team 술호 vs team 술혐
술과 대학생. 대학생들이 술술 말아주는 음주 이야기
'대학 생활'과 '음주'는 따로 논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가 된 지 오래다. 성인이 되어 합법적인 오락 양식으로 대학생들의 품에 안겨든 '음주'는 어느덧 자연스러운 관습의 일부가 되어 대학 생활 전반에 녹아들게 된다.

'한국의 대학 생활'을 이미지로 구현한다고 생각해 보자. 떠오르는 풍경은 여럿 있다. 필자의 경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MT와 술 게임이다. 숙취와 함께 힘겹게 등교하는 대학생 역시 어렵지 않게 떠오른다.

주량 끝에 붙는 '세다', '강하다' 같은 서술어를 생각하면, 아닌 척해도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은근한 자랑거리 내지는 특정 성질의 평가 척도로 여겨지는 듯하다. '주량 1등 학과'나 '누가 제일 잘 노냐'와 같은 도발성 슬로건도 우리에겐 익숙하다. 회식, 모임, MT 등 다양한 술자리에서 끝끝내 비워낸 여러 개의 술병을 세워두고 사진을 찍어본 경험, 한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마치 뿌듯한 업적을 자랑하듯 순간을 기록하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젊은 몸의 열정과 귀여운 치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듯 술에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사회에서, 술을 바라보는 대학생들의 시선은 어떨까.




20대 초반, 대학생들이 말하는 '술'을 들어봤다.


team 술호 vs team 술혐! 
당신은 어느 팀에 속하는가.

대학생이 직접 말아주는 술얘를 소개한다.




먼저, 술을 사랑해 마지않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 대학생으로서, ‘술‘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세요! 
A. 나에게 술은 독버섯같다. 먹으면 다음날 죽을 걸 아는데도 괜히 먹고 싶어지기 때문에!

(2’술’과 ‘술자리’를 좋아하는/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술에 취하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서로 오버를 떨게 되는데 그 장면이 언제봐도 웃기고 재밌기 때문이다.(물론 그정도가 되면 다음날은 삭제되지만...) 그래서 술 자체보다는 술자리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3술과 관련된 간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예전에 친구들과 술을 마신 적이 있는데, 왠지 그날따라 먹고 싶은 주종이 다양해서 1차 소주+과일소주 2차 복소사(복분자+소주+사이다) 3차 막걸리 4차 편맥을 하고 헤어진 뒤에 다음날 다같이 연락두절된 사건이 있다... 술 섞어마시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을 이해하게 된 계기였다.




(1) 대학생으로서‘술‘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한 줄로 표현해주세요!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빠르게 친해질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다!

(2) ’술’과 ‘술자리’를 좋아하는/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술을 핑계로 사람들과 가벼운 대화부터 진지한 고민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아한다.

(3술과 관련된 간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처음엔 분명 넷이서 마시고 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10명이 넘는 술자리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기억은 나지만 희미하고 말이다.




(1) 대학생으로서‘술‘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한 줄로 표현해주세요! 
술은, 때로는 위로가, 때로는 즐거움이 되어주는 것으로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농도를 더 짙게 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2) ’술’과 ‘술자리’를 좋아하는/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는 술과 술자리를 좋아한다. 물론 술이 과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적당한 술은 어색함과 심리적인 거리감을 줄여주어 상대와 보다 진솔한 대화가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같은 맥락에서, 사람들은 술에 약간 취했을 때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에 사람을 조금 더 깊게 파악하고 싶을 때 술을 함께 마셔보며 관찰해보기도 하는 것 같다. 또 반대로 술은 내가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 혹은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전할 수 있게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한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의 재미있고 건전한 술자리는 일상 속에서 잠시 쉬어가는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그래서 술자리를 즐기는 편이다.
단순 술자리만을 즐기는 사람도 있는 반면, 나는 대체로 술 자체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다. 술은 일상 속의 긴장을 완화해주고, 일상 속에서 벗어나 여러 생각들을 하게 해주기도 한다. 때로는 영감이 떠오르게 하거나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무언가에 대해 사색하게 해주거나, 때론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감사함 등 잊고 지내던 감정을 상기시켜주기도 한다. 또 내게 술은 '맛있기도 한 것'이어서, 맛있는 음식과 맛 좋은 술을 소위 '페어링'해서 먹으면 맛있는 것을 먹는 행복감이 배가 되기도 한다.

(3술과 관련된 간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수업에서 만나 알게된, 너무나도 가까워지고 싶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와 처음으로 술자리를 가졌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그 전까지 조금은 거리감이 있었는데, 분위기 좋은 술집에서 맛있는 칵테일을 한 두잔 마시며 이런저런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가까워질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술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 단어로 표현하려 #Team술혐을 내세우게 되었지만, 사실 혐오보다는 불호가 적절한 표현임을 밝힌다.


(1) 대학생으로서‘술‘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한 줄로 표현해주세요! 
나랑은 거리가 먼 것!

(2) ’술’과 ‘술자리’를 좋아하는/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술 자체에 흥미가 없기도 하고, 취해서 내가 나를 통제하기 어려워진다는 게(취하는게) 싫기 때문이다. 술자리에 대한 거부감은 술에 대한 거부감보다 더 큰 것 같다. 대학교에서는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에서 어색함을 풀기 위해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그런 자리일 수록 술게임이 아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게 나에겐 더 익숙하고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또 꺼내고 싶은 솔직한 마음이나 어려운 이야기가 있다면 술기운을 빌리지 않고 맨정신에 제대로 마주하고 말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내일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말들과 행동이 오고 가는 걸 볼 때도 내가 이해하기엔 너무 멀다고 느껴진다. 술 문화 자체에도 익숙하지 않아 어색한데, 그런 자리에서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들을 보고 듣는게 즐겁지 않다. 내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과 다르다고 느껴진다.

(3) 술과 관련된 간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학과 사람들과의 첫만남에 마련된 술자리에서 술게임을 하게 됐는데, 내가 게임에서 졌을 때 술이 아닌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니 벌칙 느낌도 안 살고 흐름이 끊겨서 게임에서 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선배가 왜 술을 먹지 않는지 굉장히 세세하게 물어봤던 기억도 난다. ‘그냥 안 좋아해서’ 내 의지로 안 먹는다는 것으로는 설명이 불충분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위에서 말한 이유를 말하면 나를 독특하다는 듯 쳐다보거나, 벽을 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내가 없는 자리에서도 나에 대해 '성격은 좋은데 술을 안 먹어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적도 있다.




(1) 대학생으로서, ‘술‘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세요! 
나에게 술은 ‘장벽’이다.

(2) ’술’과 ‘술자리’를 좋아하는/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술이 체질에 맞지 않아서 술이나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대학에 온 뒤로 대부분의 모임에 술이 함께하다 보니, 그 분위기에 어울리기가 쉽지 않더라.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술과 술자리를 더 멀리하게 됐다. 그리고, 보통 처음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왜 술을 마시지 않는지 물어봐서 매번 설명해야 했다. 

(3) 술과 관련된 간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술을 한모금만 먹어도 빨개지는데, 분홍색 옷을 입고 술을 마셨다가 머리부터 상체까지 같은색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술마실 때 분홍색은 절대 입지 않는다.




(1) 대학생으로서, ‘술‘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세요! 
대학생인 지금 술은 굳이 필요하지 않고 자주 찾지도 않지만, 때때로 모임에서 빠질 수 없는 형식처럼 따라오는 존재다.

(2) ’술’과 ‘술자리’를 좋아하는/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술은 개인적으로 맛이 없고 몸에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으니 추천하지 않지만, 적당한 동기들끼리 모여 부담 없이 대화하고 웃을 수 있는 술자리의 분위기는 가끔 즐긴다. 다만, 그 친밀감이 꼭 오래가거나 진정성을 담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3) 술과 관련된 간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첫 술은 신입생 환영회에서 마셨는데, 생각보다 훨씬 맛이 없어 사람들이 왜 이걸 좋아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술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모두 각자만의 이유를 들어 음주에 대한 이야기를 말아 준 대학생들.
이들이 털어놓은 술얘를 살펴보면, 술은 분명 매력적인 존재임이 틀림없다. 사소한 일탈, 붕 뜨는 기분, 지친 일상으로부터의 도피, 활기찬 친목과 유대까지. 그 상황과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Team 술호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웃음이 지어진다. 대학 문화의 주류 감성을 차지한 녀석답다는 감상이다. 

그러나, 술을 좋아하지 않는 Team 술혐의 이야기 역시 주목할 만하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겪는 괴로움이나 아쉬움의 뿌리에는 결국 나의 취향, 신념, 그리고 선택을 계속해서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끊임없이 나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환경에 놓이면 피로감을 느끼듯, 대학 사회 또래 사이의 표준이나 정상성이라는 기준에 어긋난다는 감각을 반복적으로 자각하는 일은 썩 유쾌하지 않다.

필자 역시 술을 즐기지 않는 편이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말할 때면 무언가 특별한 이유를 요구받았던 경험도, '별종' 취급을 받았던 경험도 있다. 본인들의 취한 모습은 모두 보면서, 혼자 멀쩡한 것이 싫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장난 섞인 말투로 전해졌지만 어쩐지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아직은 사소한 눈초리도, 쉽게 녹아들 수 없는 '술배' 문화도 완전히 적응하지는 못했지만, 진솔하고 에너지 넘치는 술자리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다.

음주는 대결이 아니고, 술자리는 경쟁이 아니다. 각자가 사랑하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각자의 술자리, 혹은 음료자리를 흠뻑 즐기기를 바란다. 이번 기회로 우리 서로의 기쁨과 고충, 아쉬움과 애정을 엿보면서 더 넓은 시야로, 더 건강한 방식으로 마음껏 술얘하자!

당신은 왜, 어떤 마음으로 술을 좋아하거나 미워하는가? 
당신에게 술은 어떤 의미인가.

##대학생 #술 #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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