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되지 않은 삶이 궁금하다: BeReal
1. 인스타그램의 대항마, 비리얼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피드와 스토리를 넘기며, ‘꾸며진 일상’을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게 하이라이트로만 채워진 순간들이 점점 지루하게 느껴질 무렵, 진짜 모습을 나누자는 비리얼(BeReal)이 새로운 재미를 자극했다.

비리얼은 기존의 보여주기식 SNS와는 결을 달리한다. 언제 울릴지 모르는 ‘Time to BeReal (BeReal 할 시간 입니다)’ 알림이 뜨면 2분 안에 전·후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업로드하는 방식이다.
미처 꾸밀 새도 없이 지금 이 순간을 그대로 공유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니 볼 사람은 날 있는 그대로 받아줄 ‘찐친들’뿐이다.
비리얼도 처음부터 못을 박았다.
“인플루언서를 꿈꾼다면,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으로 가세요.”- 앱 설명란 중에서
그렇다면, 비리얼은 어떻게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2. 서구 언니들은 비리얼로 소통한다
비리얼은 2020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서비스다. 사실 출시 초반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22년 이후 서구권에서 인기를 얻으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구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표현을 중요시하여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 보다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를 중요하게 여긴다.
즉, 타인의 평가보다 자기표현에 가치를 두는 이들에게는 비리얼의 ‘있는 그대로’ 가치가 맞아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3. 비리얼, 언제 한국에 침투했을까
반면,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동양권에서는 ‘꾸밈없는 나’를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기존 SNS에서는 완벽하고, 새롭고, 멋져야 한다는 ‘보여주기’의 압박이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 2023년 하반기부터 20대를 중심으로 비리얼 사용자 수가 점차 늘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존 SNS와는 확실히 다른 비리얼의 차별점을 빠르게 인식한 것이다.
편집도, 필터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것. 꾸밈없는 일상을 가까이에서 나누는 것.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MZ세대가 원했던 진짜 소통이자, 피로감이 가득했던 SNS에 대한 해답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비리얼 열풍이 계속됐을까?
그렇지 않았다. 최근 1년간, 비리얼은 ‘반짝하고 사라질 서비스’로 여겨졌다. 새롭긴 하지만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회의적인 시선 속 어느 순간 사람들의 관심에서 서서히 멀어져갔다.
하지만 최근 K-pop 아티스트들이 비리얼을 활용한 콘텐츠를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한동안 잊힌 듯했던 비리얼이 다시금 뜨거운 관심 속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4. 가수 전소미, 한국 최초 비리얼 공식 계정 오픈
올해 6월, 가수 전소미는 한국 아티스트 최초로 비리얼 공식 계정을 개설했다. 데뷔 6주년을 맞아 팬들에게 꾸밈없는 일상을 공유하고 싶다는 진심 어린 마음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무보정 사진도 거리낌 없이 올리는 모습은 전소미 특유의 밝고 솔직한 매력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어쩌면 팬들은 화려한 조명 아래보다 소박한 일상 속 전소미가 더 궁금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비리얼은 아티스트와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새로운 창구가 되었다.


5. 보법이 다른 에스파의 비리얼 감성
최근 에스파가 비리얼을 활용한 <Dirty Work>컴백 티저 이미지를 공개했다.

@insta aespa_official
특히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인 에스파가 비리얼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큰 주목을 받으며 더 많은 유입을 이끌었다.이후 비리얼은 단순히 일부 사용자들만 쓰던 앱을 넘어, Z세대 감성을 대변하는 SNS로 확실히 자리 잡게 되었다.
6. 비리얼 후기 – 꾸밈없는 나를 기록하는 재미
인스타그램과 비리얼을 나란히 놓고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분명 같은 사람인데도 이렇게 다르게 보일 수 있을까?
인스타그램에 ‘느낌 좋은 카페’, ‘핫플 스팟’, ‘트렌디한 팝업’을 남긴다면, 비리얼에는 ‘샤워하지 못한 날’, ‘침대에 누워 하품하는 모습’, ‘흐릿한 안색’까지 모두 담긴다.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나’다.
비리얼을 사용하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전·후면 카메라가 동시에 찍히다 보니 하루하루가 자연스러운 기록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보정할 필요가 없어 오히려 편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매일 한 컷씩 남기는 재미, 친구들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
꾸미지 않는 나를 알고 싶고, 그런 모습을 남기고 싶다면 한 번쯤 사용해 볼 만하다.
가공되지 않은 나의 일상이, 어쩌면 더 매력적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