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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휴학하고 뭐 할 건데?
도피인가 전략인가, 보통의 대학생이 말하는 요즘 휴학
휴학을 결심한 대학생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뭘까?
아마 여러 가지 질문이 있겠지만 가장 거슬리는 질문은
“그래서 휴학하고 뭐 할 건데?” 일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휴학하고 꼭 무언갈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커져, 살짝 멈칫하게 된다.
2023년 잡코리아와 알바몬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5명 중 3명은 휴학 계획이 있다고 답변했다.
보통은 휴학 기간을 통해 학교에서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장하거나,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휴학을 하기도 한다. 이제는 칼졸업이라는 게 중요하지 않아졌고, 대외 활동 경력도 중요해지면서 이런 부가적인 활동들을 하기 위해 휴학을 하는 주변 친구들도 참 많아졌다.
하지만 처음 했던 질문에 멈칫한 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지금 현실도피 중인가? 나에게 휴학이 필요가 없나? 뭐라도 해야 하나?
휴학을 결심한 것이 과연 도피일까? 전략일까?
대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휴학’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보겠다.
학기 중의 삶

스스로 옴니보어형 인간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지 팔자를 지가 꼬는 사람. 이것저것 도전하는 거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거 찾아서 하는 거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래서 학기 중에 정말 많은 것들을 했었다. 학생회부터, 공모전 참여, 동아리 활동, 각종 학회, 직접 책 제작도 해보고, 멘토링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주말 알바까지 하며 한 달 동안 교통비 15만원이 나오는 그런 미친 삶을 살았다.
좋아하는 것도 많았고, 뭐 하나에 몰입하기 힘들 정도로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분산되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미친 삶을 살면서도 나에게 남는다고 느껴졌던 것은 학교에서 배운 학술적 내용이 아니었다. 이런 공부보다 스스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찾은 것들이 훨씬 크고 의미있다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많았고, 일부로 그런 외부 활동들을 더 많이 찾아서 하기도 했다.
잘 쉰다는 건 무엇일까
잘 쉰다는 건 ‘시간을 신경 쓰지 않게 되는 순간’인 것 같다. 집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거나,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깔깔거리거나,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며 맛있는 빵을 먹거나. 이렇게 사소하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에 내가 잘 쉬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근데 항상 학기 중에는 이런 온전한 ‘쉼’을 느끼는 순간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매일 과제와 팀플에 치이고 이것저것 좋아한다고 도전한 것들을 해치우다 보면 쉰다는 느낌보다는 삶을 해결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어서 지쳐버릴 때도 많았다.
내가 휴학을 결심한 이유
정말 다양한 이유들이 있지만 솔직히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보기 싫었다. 어이없고 유치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따지고 보면 ‘시험기간’에 얽매이지 않는 온전한 6개월이 없었다. 뭐 누구나 그렇지만 이게 너무나도 큰 스트레스였다.
시험이라는 것을 영원히 회피할 수는 없겠지만, 휴학이라는 기간 동안 학업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걸 더 많이 해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게 자리 잡아 버렸다.
"학교에 앉아서 시험만 보기에는, 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어느 날 카페에 앉아서 혼자 책을 읽고 있었는데 순간 시간과 공간,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너무나도 여유롭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시간이 더 길었으면 좋겠다, 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편안함과 나를 알아가는 뿌듯함을 더 느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문득 나만 이렇게 '쉼'에 대해 고민하는지 궁금해져 친구들에게 물었다.
❍ 너네는 휴학이 도피라고 생각해? 전략이라고 생각해?
🐶: 요즘 주변에 대외 활동 한다고 휴학하는 친구들이 엄청 많거든. 휴학도 요즘에는 나름의 전략인 것 같아.
🐰: 나는 도피라고 생각해. 내가 도피하듯이 휴학했거든. 전략이라고 하기에는 양심에 찔리잖아.
🐹: 나는 휴학을 전략적으로 하려고 했는데 막상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서 내심 이래도 되나 고민되고 힘들었어. 차라리 학교나 갈 걸. 전략도 잘해야 전략인 듯.
뭔가 다들 무언가를 꼭 해야만 의미가 있다는 듯이 이야기를 해댔다. 솔직히 휴학을 하기 전에 명분을 찾고 하라는 말을 귀에 피가 나도록 들었다. 그러니까 마냥 놀기만 하지는 말라는 이야기다. 근데 꼭 휴학을 놀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커리어 쌓기만을 위해서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피도, 전략도 그 무엇으로도 정의하고 싶지 않아졌다.
시간 부자 휴학생 신분으로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
뭔가 커리어적으로 의미가 있는 활동들도 좋지만, 의미 있고 진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쫓아 도전하고 싶다. 그게 정말 사소한 거라도! 그래서 이번 기회에 대외 활동, 공부, 자격증과 관련된 목표들을 모조리 뺀 ‘쉼 버킷리스트’를 적어보았다.
★ 휴학 버킷리스트 일부 ★

일부로 좀 구체적으로 적었다. 왜냐하면 그래야지 진짜 실현될 것만 같으니까!
‘쉼 버킷리스트’에 적은 것처럼 내가 재미있어하는 걸 학기 중 보다 더 많이 할 것이다! 휴학이 기회이니 더 많이 해보고 싶다!
휴학을 고민 중인 친구들에게
휴학을 고민하는 이유가 경제적이라거나, 나처럼 학업에 지쳤다거나, 이른 졸업을 원해서 고민한다거나 등 감히 가늠할 수 없이 다양한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단 ‘고민’이란 걸 했다면 한 번 쯤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생각보다 휴학이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할 일이 아니란 걸 알았으면 좋겠다. 1~2년 정도는 잠시 쉬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나는 앞으로의 휴학 생활을 할 내 모습이 너무 기대된다!
학교 내부 활동에 끌려다니는 9월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9월이 된다니 벌써 설레지 않는가?
그래서 휴학하고 뭐 하실 건가요?
이 질문에 최선의 답변을 고민해 보자면
“저는 그냥 저만의 시간을 보낼래요.” 인 것 같다.
정말 처음에는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휴학을 마음먹었지만, 이 휴학이라는 시간 동안 나 자신을 더 많이 알아가고 싶어졌다. 이제 ‘도피냐, 전략이냐’ 휴학을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사고는 너무 낡았다. 나는 피하는 것도, 특별한 것을 추구하기 위한 휴학이 아닌 ‘온전한 나만의 쉼’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지금 온전한 쉼을 선택한 모든 대학생에게. 그것도 나름 괜찮은 선택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도 여전히 누군가는 힘들게 달려온 삶에서 단순히 벗어나기 위해, 누군가는 자신을 더 실험하기 위해 휴학을 선택하겠지만...
어떤 이유든 조금 느리게 가도 괜찮다.
인간은 어떤 이유로 삶을 다시 살아가기도 한다.'휴학'이라는 시간이 나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 이유'가 되기를 바란다.어쩌면 우리가 선택한 이 휴학이라는 시간은, 가장 솔직하게 ‘나’를 위한 결정일지도 모른다.세상의 모든 대학생과 휴학생에게 파이팅과 쌍엄지를 날리며 👍👍
★TIP's★
슬기로운 휴학생활 보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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