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춤 추며 나를 찾는 대학생들

서울대학교 여성 댄스 동아리 '고어헤드'에게 묻다
'대학교 댄스 동아리'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단순한 취미 생활?
케이팝 커버 댄스?
혹은 파워 E들만을 위한 동아리?
대부분 이러한 키워드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관점보다는, 춤을 활용하여 '나', 즉, 자아를 찾아가는 대학생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한다.



춤, 그게 뭔데?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춤은 하나의 자기 표현 방식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들어 특히 자신의 몸과 감정을 주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2021년 엠넷(Mnet)에서 방영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큰 영향을 주었다. 일명 '스우파'가 큰 성공을 거두며 이후 '스걸파', '스맨파' 또한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으며, 최근 방영한 프로그램인 '스트릿 월드 우먼 파이터' 또한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또한 릴스, 쇼츠와 같은 숏폼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댄스 챌린지가 유행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춤은 우리 일상에 이미 트렌드로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방영한 '스트릿 월드 우먼 파이터'

댄스 챌린지 열풍을 알 수 있는 이미지 (출처 : KBS)

춤, 혹은 춤을 추는 사람을 둘러싼 고정관념


하지만 춤을 추는 사람, 혹은 특정 춤을 향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여전히 존재한다.
춤에 장르가 있다는 것은 다들 알 것이다. 힙합, 락킹, 소울댄스, 왁킹, 코레오그라피 등 다양한 장르가 존재하고, 과거에 이러한 장르는 나누는 기준에는 성별이 큰 작용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여성 힙합씬이 등장하고, 왁킹, 보깅을 전문적으로 추는 남성 크루가 생기기도 하며 '남자가 추는 춤', '여자가 추는 춤'의 경계를 허무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 편견 어린 경계는 아직까지 존재한다.
또한 특정 신체 부위를 강조하는 장르의 춤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아직까지 많은 이들이 이러한 춤을 두고 춤 자체를 즐기려는 욕망에서 춤을 추기보다, 누군가를 유혹하기 위해 추는 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춤 추는 서울대학교 학생
이 단어를 보면 '의외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모든 대학교가 그렇지만, 대한민국에서 서울대학교는 특히 더 지성 공간으로 여겨진다. 그 안에 속한 학생들은 똑똑하다, 성실하다, 단정하다는 고정된 이미지로 연상되곤 한다.
이런 환경에서 학생들이 춤이라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드러낼 때, 변화한 사회라도 일부는 여전히 이를 일반적이지 않다고 여기기도 한다.
'서울대생답지 않다', 혹은 '서울대생이 공부 안하고 춤을 추니까 가벼워 보인다' 등등의 인식은 사회가 기대하는 서울대생의 지적인 이미지와 몸의 주체성을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바라보는 이중 잣대를 드러낸다. 이는 단지 춤에 대한 비하나 오해를 넘어서, '서울대학교 학생'이 몸으로 목소리를 낼 때 사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 글에서 다루는 동아리인 '고어헤드(GoAheaD)'는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여성 댄스 동아리이다. '춤 추는 서울대학교 여학생'을 둘러싼 위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은 인식은 부원들에게 끊임없는 딜레마로 작용한다. 어디까지 규제하고 어디까지 드러내야 하느냐의 기준은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이 동아리의 부원이자, 임원진으로써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의 필요성을 느낀다. 이에 본 글에서는 '고어헤드'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춤을 추는 여성의 자아실현을 주제로 이들이 어떻게 몸을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어떤 벽에 부딪히는지를 조명함으로써, 이들이 춤을 통해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그 목소리에 집중하고자 한다.
서울대학교 여성 댄스 동아리 '고어헤드' 로고

고어헤드 유튜브 채널

고어헤드 회장 인터뷰 : '나에게 고어헤드란?'


본론으로 넘어가기 전, 고어헤드가 어떤 동아리인지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현재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서연(21)양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고어헤드 20기 회장을 맡고 있는 21살 이서연입니다!


Q. 고어헤드는 어떤 동아리인가요? 고어헤드를 소개해주세요!

고어헤드는 춤과 퀄리티에 진심인 사람들이 함께하는 동아리로, 다양한 장르의 춤을 사랑하는 여성들이 모여 좋은 무대와 더불어 평생 기억에 남을 값진 추억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5월, 9월에 공연을 진행하고 있으며, 컨셉 퍼포먼스 촬영, 외부 행사 등 다양한 활동에도 참여합니다!

Q. 고어헤드에 입부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댄스 동아리를 들어가겠다는 바람이 있어서 서울대에 합격한 후, 서울대 댄스 동아리들을 쭉 찾아보았는데요. 제 눈에는 그 중 고어헤드가 가장 잘하고(웃음), 인기도 많은 것 같아 입부를 결심하였습니다.

Q. 고어헤드의 강점!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첫 번째는 모두가 멋진 무대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진심이라는 점입니다!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니 더 마음이 잘 맞는 것 같아요 ㅎㅎ 그리고 나이 관계없이 둘도 없는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점이에요. 함께 하는 시간도 많고 관심사도 비슷하다 보니 나이 상관없이 정말 빨리 친해질 수 있답니다!

Q. 나에게 춤이란? 또 나에게 고어헤드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춤이란 '나'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저의 일부분? (웃음)
고등학교 때 빼고는 계속 춤을 춰왔고, 그래서 대학에 와서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 '아 다시 내 일상이 돌아왔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고어헤드란 터닝포인트이자 발화점이라고 생각해요. 춤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고, 제 인생 계획이 고어헤드를 시작하고 재정비 중에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제 인생 계획? 비스무리한 걸 세워놨는데 지금은 제가 뭐하면서 먹고살지 모르겠어요ㅎㅎ

Q.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나다웠던 무대가 무엇인가요?

나다운 무대!는 사실 아직 없는 것 같아요! ㅎㅎ 여러 장르에 도전하고 또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은지라… 굳이 따지자면 곧 있을 9월 공연에서 선보일 무대 중 하나가 될 것 같네요! 그 무대의 춤을 출 때 제 몸이 제일 편한 움직임들이 많거든요. 이 무대가 궁금하시다면 9월 11일 오후 7시!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라운지에서 하는 고어헤드 9월 정기공연 FORM에 함께해주세요~~ (웃음) 이 무대 말고도 정말 다채로운 장르와 매력이 가득한 무대들이 가득하니까, 9월에 도파민이 필요하시다면? 9월 정기공연 관람을 추천드립니다!!

고어헤드 부원 인터뷰 (1) : "춤을 추며 나를 찾다"


모두 같은 마음으로 춤을 추는 동아리이기에 누구에게 인터뷰를 요청할지 고민을 했다.
그 중 같이 춤을 추며 정말 행복해 보였던, 스트릿 댄스를 즐겨 추는 강지윤(23)양을 인터뷰이로 모셨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름은 강지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입니다.
주전공은 경영학과이지만 저에게 경영학도라는 정체성 하나만을 부여하기는 싫어서, 그리고 원래 호기심이 많아서 다전공 제도로 다른 전공에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전공 말고도 춤은 저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 아주아주 중요합니다만! 춤 마저도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습니다.


Q. 고어헤드에 입부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뭐 대부분 그렇듯 우연한 계기였는데요!
초등학생 때부터 춤 추는 것을 좋아해서 동아리를 하며 계속 춤을 췄지만 고등학생 때는 학업 때문에 취미 활동을 거의 못하다시피 했습니다. 그 억눌린 욕망을 분출하고자 대학 댄스 동아리에 들어가리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었고 고등학생 때 우연히 고어헤드 춤 영상을 봤던 것이 기억 나서, 서울대에 있는 다른 춤 동아리는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로 고어헤드에 지원했던 것 같습니다. 아, 제가 동아리에서 춤을 출 때, 우연히도 늘 모든 부원이 여성이었어서 고어헤드가 여성 동아리라는 점도 영향이 있었을 거 같네요!

Q. 본인의 인생에 있어 춤이란 무엇인가요? + 춤이 인생에서 사라진다면 어땠을 것 같나요?

한때 정말 진지하게 생각했었던 질문인데요!!
일단 저를 다른 사람들과 연결해주는 수단인 것 같습니다. 저는 동아리 말고도 외부에서 춤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초보자에게 강습을 하기도 하고, 아마추어 퍼포먼스를 만들어 감독을 하기도 하고, 전문 댄서들 사이에서 퍼포먼스 공연을 하기도 하고, 춤과 관련한 이론적 강연을 듣기도 했어요. 이 과정에서 친해진 사람들도 있고 친해지지는 못했어도 이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서울대 학생으로서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삶의 경로가 아닌 다른 삶의 경로를 상상해보기도 하고,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어른들도 만났습니다. 저는 집순이라 쉬는 날에는 “혼자서” 집이든 집 근처 카페이든 익숙하고 편안한 장소에 있는 걸 좋아해요. 제가 춤을 추지 않았다면 이러한 사람들과의 연결의 소중함을 몰랐을 테고 이것들이 저를 변화시켜주지도 못했겠죠?

그리고 춤은 제 안에 있는 다양한 정체성을 발견해주고 끄집어내주는 창구입니다. 노래마다, 장르마다 표현해야 하는 무드가 있잖아요? 일상에서는 감정의 폭이나 밖으로 드러나는 개인의 모습이 다이나믹하지 않으니까 표현의 폭이 크지 않은데 무대 위에서는 어떤 모습이어도 이상하지 않아요. 그래서 무대 위에서는 노래나 장르가 요구하는 다양한 정체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정말 재밌죠! 이제 그 정체성을 제 안에 있는 것들을 통해 만들어내야 하니까 제 안에 뭐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그걸 자꾸 끄집어내게 되면서 저만의 자연스러운 정체성도 만들어나갈 수 있는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춤은 저의 일상 모든 곳에 스며들어있는 것 같아요.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이랄까..? 춤을 추면 사람들 앞에서 몸을 크게, 비일상적인 동작으로 사용하게 되잖아요. 이런 동작을 하는 저에게 자신감이 생기면 이 경험이 자연스럽게 일상 속으로 옮겨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 앞에 설 때의 긴장감에 익숙해지면서 그들 앞에서 저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데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춤이 갖고있는 무드를 생활 전반에 적용시키는 느낌..? 저는 힙합 짝사랑녀인데요 하하 힙합이 갖고있는 건들미, 펑퍼짐미, 껄렁미같은 것들이 옷차림새나 평소의 애티튜드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거 같습니다. (웃음)

Q. 춤을 추면 언니를 보면 정말 행복해보이고, 언니다워지는 것 같은데, 언니도 그걸 느끼시는지?(웃음) 더불어 춤이 자아를 찾는 데에 도움을 줬는지, 줬다면 어떠한 도움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아주아주 행복하죠~~!!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좀 생각해보자면, 일단 몰입의 경험을 하게 되는 게 행복인 것 같아요. 노래가 나오고 제가 그 노래를 구성하는 일원이 되면 잡념 없이 그 순간과 음악, 몸의 움직임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으니까, 정신 사나운 잡념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행복한 느낌이에요. 그리고 제가 원하는대로 몸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도 즐겁구요!

그리고 춤을 추며 하는 다양한 경험이 저의 자아 형성에 영향을 미쳤는데요, 우선 춤을 추며 만난 댄서들, 동아리 부원들을 보면 다들 열정이 넘치고 순수해요. 어떻게 보면 “스펙”이라고 볼 수 없는,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는 것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붓는 것은 요즘 대학생으로서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걸 해내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리고 그들이 갖고 있는 춤과 사람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저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스트릿 댄스에 입문한 이후에 춤 자체가 저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스트릿 댄스는 기반 노래에 맞춰 동작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장르마다 주로 춤을 추는 노래도 다양하고 춤을 추는 “attitude”도 달라요.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저는 이 장르 저 장르 넘나들면서 새로운 세계를 잠시 맛보기 하는 걸 정말 좋아해서 여러 장르를 시도해봤는데요, 이 경험을 통해 제 속에 있는 여러 정체성을 발견하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무드, 좋아하는 동작과 음악을 생각하면서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총체적인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Q. ’춤 추는 서울대 학생‘으로서, 타인에게 고정관념이나 편견 어린 시선을 받은 적이 있으신가요? 이러한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편견 어린 시선보다는 긍정적인 반응 혹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저를 이전부터 아시던 분들은 공부 열심히 하고 대학교 가서 하고 싶은 거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고들 하셨었고, 저를 처음 보는데 제 취미가 춤이라는 것을 들은 분들은 ‘오 서울대생인데 춤도 춰요?‘라는 반응이 많았던 거 같아요. 근데 그 반응이 부정적인 뉘앙스는 아니었고 의외라는 뉘앙스였어요. 아무래도 서울대생이 공부만 할 것 같은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으니까 그런 거겠죠?

근데 오히려 서울대 내부 학생으로부터 ‘너 “아직도” 춤 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 말을 듣고 취업이든 학업이든 빠르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다른 학우들과 춤이라는 깊은 취미에 빠져있는 제 자신을 비교하게 되었던 적이 있어요. 근데 춤을 추며 만난 분께서 ‘자신이 인정받을 수 있는 경로를 다양하게 만들어두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라고 말씀해주셔서 저의 이 춤이라는 길도 제가 가진 다양한 모습 중 하나라는 점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다른 모습들에도 신경을 더 써야겠지만요. ㅎㅎ

Q.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나다웠던 무대가 무엇인가요?

 나답지 않았던 무대를 찾는 게 어렵다고 느껴질 정도로 거의 모든 무대에 몰입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가장 자연스럽고 행복했다고 느껴지는 무대들은 저의 창작곡과 지난 5월 공연의 mr.clean+runaway baby, 즉흥과 컨택으로 가득했던 어반썸머 무대였던 것 같아요!! 이 곡들은 모두 무대 위 공연진들, 무대 앞 관객들과 눈으로 몸짓으로 소통하면서 무대 자체를 미소 지으며 즐길 수 있는 무대였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네요! ㅎㅎ

> 2024년 9월 공연 강지윤양 창작곡 <Bubble Gum (City pop ver.)> 감상하기

> 2025년 5월 공연 <mr.clean+runaway baby> 감상하기


고어헤드 부원 인터뷰 (2) : "몸으로 말하는 나"


두 번째 인터뷰이로 다양한 장르를 즐겨 추지만 그 중에서도 힐댄스를 즐겨 추는 전민경(23)양을 모셨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고어헤드 활동 4년차인 윤리교육과 전민경입니다.


Q. 고어헤드에 입부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춤을 제대로 춰본 적이 거의 없었지만 그때도 보는 것은 좋아했습니다! 고3 수험 생활의 한줄기 낙이 스우파 시즌1이었는데, 대학교에 가면 춤 동아리를 해야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고, 활동을 선택적으로 할 수 있다기에 큰 고민 없이 가볍게 지원했습니다.

Q. 본인의 인생에 있어 춤이란 무엇인가요?

1학년 때 춤은 동아리 활동, 친구를 만들고 추억을 쌓고 무대에 오르는 일이었지만 2학년 때 동아리 임원진 일을 하면서 '더 멋진 춤, 더 좋은 무대' 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나름의 답을 찾아보고자 복수 전공을 하게 된 미학과 전공 과목들에서 큰 흥미를 느끼면서 이제 춤은 단순 친목을 위한 수단보다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외부 공간에서 직접 춤을 배우고, 춤 공연이나 영상을 보고, 미학(예술론) 공부도 하게 되었고, 요즘은 점점 춤을 출 때 느끼는 감각적인 인상이나 가벼운 생각이나 고민거리들을 학문적으로(철학적으로) 풀어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춤 추는 서울대 학생‘으로서, 타인에게 고정관념이나 편견 어린 시선을 받은 적이 있으신가요? 이러한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춤을 추고 무대/연습 과정에서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거나 여성성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을 드러내는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내가 남자친구라면 싫을 것 같다"라는 식의 말을 자주 듣기도 했고, 워낙 춤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어차피 댄서할 것도 아닌데 공부는 안하고 춤만 추는 것'에 대해 무시를 당하거나 가볍게 보는 시선도 많은 것 같아요.
근데 이러한 타인의 견해가 춤을 즐기고 동아리 활동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진 않습니다. 지금이 어느 시기인지와 관계없이, 개인적으로는 진로 희망과 직결되는 일에만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에 크게 공감하지 않아요. 진로와 미래를 위한 것들에 정성을 쏟는 것이 당연히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에 빠른 길이겠으나, 좋아하는 것들을 누구보다 성실히, 열정적으로 해나가면서 깨닫는 제가 해야 할 혹은 하고 싶은 것들을 인생의 방향성에 추가하면서 사는 방식을 저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목표을 온점으로 정해두고 그 방향으로 달려가는 삶도 있지만, 저는 달리는 길에 목표가 있다고 생각하고자 합니다.ㅎㅎ 또 제가 지금 달리는 길, 학문적 목표에 실제로 춤이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기에 만족하고 또 일부러 열심히 시간을 투자하고자 해요.
덧붙여서 정작 진짜 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꼭 고어헤드가 아니어도/ 성별과 관계없이) 제가 춤에 쏟는 열정이나 마음을 예쁘게 바라보고 응원하고 있기도 하구요!

Q. 9월달에 예정된 9월 정기 공연에서 ‘춤 추는 여성’을 주제로 힐 코레오 창작을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간단히 소개 가능할까요?

춤을 추는 나의 마음도 중요하지만, 이를 해석하는 관객의 마음 또한 자유롭기에 그 사이에는 괴리가 생기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위한 도구가 되는 무대를 의도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무대를 수단으로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좀 더 춤을 추는 사람에 대한 표현에 집중해서 자유롭고, 또 자유롭게 보이는 춤을 추고 싶었습니다!
목표와 철학이 거창할수록 끝이 허무해질 것 같아서, 지금은 그냥 음악에 취해서 춤을 추는 사람처럼 흘러가는 무대를 목표로 안무를 창작하려고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나다웠던 무대가 무엇인가요?

무대에서 나다우려면 긴장을 안하고 억지를 안 부려야 하는데 긴장을 항상 많이 했었어서, 그래도 긴장을 덜 하고 즐기면서 춘 좋아하는 무대를 뽑으면 2023년 5월 공연의 pov 인데요.
그것보다 더 나다운 무대가 이번 9공에서 나오길 기도해보겠습니다!

> 2023년 5월 공연 <pov> 무대 감상하기

마무리 : 몸을 통해 '나다움'을 말하다



서울대학교 여성 댄스 동아리 '고어헤드'의 부원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단순히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기록을 넘어서, 한 개인이 자신의 몸을 통해 어떻게 사회와 소통하고, 자신을 찾아가는지 보여준다. 이들의 춤은 어떤 정해진 틀이나 기준에 갇히지 않고, 매 순간 자신만의 분위기를 찾아가며 무대 위를 채워나간다.

하지만 여전히 춤은 가벼운 유흥에 불과하다는 고정관념은 이들의 행동을 틀에 가두려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 틀에 갇히기보다 본래의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춤을 춘다. 이들에게 춤이란 단지 움직임이 아닌, 언어이자 존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명 '말'을 자신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때로는 말보다 강렬하고 진실한 표현이 몸에 담긴 감각에서 나온다. 춤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도구이다.
고어헤드가 보여주는 무대가,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두의 몸이, 나다움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되기를 바란다.

##댄스동아리 #댄스 #춤 #동아리 #고어헤드 #인터뷰
댓글 0개
닉네임
비슷한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