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인디캐릭터의 역습, 가나디

'나 안아'달라는 그 가나디에게 자꾸 눈길이 가는 이유


"가나디가 뭐야? 오타 난 건가?"
에디터가 실제로 들었던 말

아니야!!!!



편의점에 들어가도 보이고 홍대입구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도 보이고, 친구들은 자꾸만 꺽꺽 울고 있는 이모티콘을 보내오는데!

'이 모든 게 흰색 강아지의 인기 때문이라고?'

'듀.. 가나디'는 카카오에서 2024년 가장 사랑 받은 캐릭터로 선정, 실제로 현 시점 기준 카카오 이모티콘 시리즈를 무려 4개나 발매하고 모든 시리즈를 판매 랭킹 30위 안에 안착시킨, 그야말로 인기 만점 캐릭터이다. 2025년 상반기에는 '가나디의 쿠킹클래스'라는 타이틀의 팝업스토어가 성공리에 개최되었고, '품절대란', '오픈런' 등 높은 수요를 입증할 만한 키워드들이 '가나디'를 수식했다. 뷰티 및 의류 브랜드에서도 가나디와의 콜라보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 흐름을 볼 때, 현재 '가나디'는 다방면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기특한 캐릭터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가나디'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날것 그대로의 감정 표현과 다채로운 표정묘사, 정형화된 아름다움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맹~ 해보이는 얼굴을 한 삐뚤삐뚤한 선의 그 흰색 강아지는 어떻게 Z세대의 원픽으로 자리 잡았을까? 유목민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는 취향의 그들에게, '가나디'는 어떤 의미일까?

오늘 이곳에서, 에디터는 청년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가나디'를 현대 사회 속 청년들의 주류 감성과 함께 인식하고 관찰해보려고 한다.














#1. 가나디가 사랑받는 이유


  귀여우면 장땡이다!

예쁘고 잘생겼다는 말은 상대방을 보고 할 수 있는 단순한 감상에 그친다. 반면 귀엽다는 말은 자기주관으로 뭉쳐진 것이라 큰일났다고 볼 수밖에. '가나디'도 마찬가지이다. 거친 선과 황금비율과는 거리가 먼, 대충 1.5~2등신으로 추정되는 '가나디'는 우리가 흔히 정의하는 미의 기준에 부합한다고 하기엔 조금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 눈길이 간다. 왜 이렇게... 귀엽지?




  바쁜 현대 사회 속 너는 나를 꼭 닮았구나!


지나친 경쟁사회, 완벽주의와 성과주의로 점철된 현대 사회 속에서 바쁘디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는 꼭 멈추면 큰일나는 열차에 올라탄 것만 같다. 때로는 내가 향하는 그 목적지가 이 길로 가는 것이 맞는지, 끝내 도착할 목적지가 내가 정말 바라던 낙원이 맞긴 한 건지 갑갑한 마음은 청년들의 디폴트값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모든 감정을 드러내놓고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감추고 숨기고, 그러다못해 감정이 격해질 때면 괜히 집 가는 길에 듣는 음악 하나에, 폰 화면에 띄워진 사진 하나에, 풍경 하나에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그런 우리에게 '가나디'는 이상하게 위안이 되어준다. 마치 너만 그런 게 아니라는 듯이. 초췌해도 너무 초췌한 '가나디'의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힘듦을 잠시 잊어버리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단 몇 초라도, '가나디'가 실질적인 지금의 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가나디'에게서 웃음을 얻고 그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한다.

더 나아가 '가나디'는 우리로 하여금 너와 나는 비슷한 순간들마다 유사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을, 우리가 동시간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감정을 가지게 한다. 단순한 그림 몇 개에 위안을 받는다니, 혹자는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뭐 어때?
현생인지 혐생인지 모를 오늘을 살아감에 있어서 이렇게라도 힐링을 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되었지!







#2. 가나디의 지속적인 인기 비결은?


  짤쓸사람 님의 비지라이프 (ง ˙o˙)ว


'가나디'의 창작자(@dbemgmr: 짤쓸사람)는 X(구 Twitter)에서 '가나디'의 주 소비층인 청년, 특히 여성층을 공략하며 집중적으로 단일 이미지(짤), N컷 만화,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게시하고 있다. 2025년 기준 매달 2-3개의 게시물을 올리고 게시물당 평균 1-2만 개 이상의 RT(리트윗)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지속적인 콘텐츠 공급이 수요 유지에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인디캐릭터의 매력은 무한하지~

인디캐릭터라는 단어는 자칫 생소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인디 음악, 인디 밴드를 들어 본 사람은 많지 않은가? 이 문장을 본 순간 여러분은 갑자기 무릎을 탁! 치며 아하 모먼트를 가질 수도 있다. 인디캐릭터는 인디(Indie)와 캐릭터의 합성어로, 기업과 브랜드에 종속되지 않은 독립적인 창작자에 의해 생산되는 캐릭터를 뜻한다. 또한 창작자의 감성과 세계관, 사소한 감정 표현들까지 듬뿍 담겨 이모티콘 및 짤로 무한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상, 인디캐릭터는 대형 자본의 뒷받침이 있는 IP와는 달리 일순간에 흥행 선두주자로 등극하기엔 어려운 감이 있다. '가나디'는 대성공한 케이스의 인디캐릭터인 것이다.

'가나디' 콘텐츠는 여타 캐릭터보다 자유분방한 면모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개?같으시다.', '응안해', '하기싫어' 등 적나라한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자유로운 단어 선택들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우리의 속마음을 시원~하게 대변해주기도 한다. 사실 내가 하고 싶었던 그 말, 내가 짓고 싶었던 그 표정, 폰 안에 들어 있는 이 작은 강아지가 대신 해주니 속이 편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1차 창작만 있나요? 우리도 또 다른 가나디의 재생산자인 거죠!

출처: @_xnorc (X 구 Twitter)

창작자의 콘텐츠 생산이 1차 창작에 해당한다면 이번엔 2차 창작, 재생산이다. 귀엽고 짠한, 안쓰럽고 또 사랑스러운 '가나디'는 줄곧 우리 개개인이 된다. 그렇기에 이모티콘으로, 짤로 여러 상황들에 재미있는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에디터 또한 가나디를 그리고 친구들과 공유하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기억상으로는 시험기간이었던 것 같은데...,

출처: 이제는 웃을 예정인 에디터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문장(흑흑 언제 다 하지~), 울면서 웃는 듯한 정말 미칠 것 같은 감정을 호소하는 중인 가나디, 그리고 자기암시 같은 노래가사까지.(엄정화 님의 Festival 노래와 가나디의 춤사위는 SNS에서 정말 유명한 영상이다.) 누구나 '가나디'를 따라 그리고, 또 누구나 새로운 '가나디'의 짤을 밈으로 승화해낸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도 직접 '가나디'를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음, 매우 귀여울 테니까!




  논란 없는 캐릭터
좋아했던 걸 쪽팔리게 만들면 곤란하다. 숱하게 모은 스티커와 엽서들이 불쏘시개로 전락하게 된다면 소비자 마음이 어떻겠는가. 그 소중한 마음이 민망해지는 상황은 비단 연예인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가나디는 여러 논란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황이다. 오히려 창작자의 기부 사실이 드러나며 '가나디'와 '짤쓸사람'을 향한 애정이 한층 더 깊어졌다. 이러한 논란 없는 캐릭터, 안전한 캐릭터는 기업들의 선택과도 연결된다. 콜라보 제품은 단순히 기존 제품의 리뉴얼 혹은 신제품 출시에 그치지 않는다. 모델이 기업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가나디'가 지금처럼 '무해한' 행보를 이어간다면, 그 인기는 정점을 찍고 고점을 유지하는 그래프 형태를 띠지 않을까.





#무해함#공감#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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