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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백만 원 내고 불가촉 천민 취급 당한다고? 케이팝 팬덤의 그늘
좋아한다고 '을'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경찰을 대동했는데도 입장이 안 된다고요?
지난 달 1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그룹 데이식스의 콘서트에서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 및 공연 입장 제한 문제가 불거졌다. 사건의 발단은 미성년자 관객이 학생증을 들고 본인 확인 절차를 밟았지만 명시된 신분증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공연 입장을 제한당한 것. A씨는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고, 경찰이 현장에 동행하여 신원을 확인해 주었지만 끝내 입장하지 못했다.
결국 또 명시된 주민등록증, 여권, 청소년증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A씨의 사례가 SNS에 퍼지자, 해당 공연에서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받았다는 관객들의 제보가 잇따랐다. 급기야 학교생활기록부까지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은 팬도 나타났다.

공연 하나 보는데 학교 생활 기록부까지 생판 모르는 남에게 보여줘야 한다니..
누가 봐도 명백한 인권 침해 아닌가?
티켓에 일명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암표 업자들을 잡기 위해 본인 확인을 진행한다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하잖아.
해당 사례들이 SNS 및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데이식스의 소속사 JYP 엔터테인먼트는 과도한 본인 확인 절차로 피해를 입은 관객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티켓 환불을 약속하는 등 뒤늦은 수습에 나섰다. 이미 팬들은 콘서트에 입장하지 못해 소중한 추억, 시간, 그 외 기타 비용들을 모두 날렸는데 말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부당한 대우는 특정 공연에 국한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팬사인회 성추행 사건, 과잉 경호로 인한 폭행 피해 등 다른 현장에서도 유사한 문제들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는 것. 케이팝 팬들은 단지 좋아한단 이유만으로 '을'의 입장이 되어 있었다.
얼굴을 인식해야 콘서트 입장이 가능하다고? 너 뭐 돼?
최근 하이브는 ‘얼굴 패스(Face Pass)’라는 이름의 입장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전에 등록한 얼굴 정보로 별도의 본인 확인 절차 없이 공연에 입장하는 방식이다.기술적으로는 ‘편리함’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팬들에게 얼굴 사진과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고스란히 제출하라는 요구였다.

얼굴은 생체 인식 특정 정보로 매우 민감한 개인 정보에 해당한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딥페이크 범죄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생체 정보 수집은 누구에게나 예민한 문제다. 평생 바뀌지 않는 얼굴 정보를 기업 서버에 맡겨야 하는 상황. 누군가는 “이 정도면 티켓이 아니라 내 인생을 결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심지어는 성형, 시술 등으로 얼굴이 달라지면 별도의 서류를 제출하거나 현장에서 얼굴을 재등록해야 한다. 성형한 걸 인증하기까지 해야하는 공연이라니, 케이팝 너 뭐 돼?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의 명분은 ‘암표 근절’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상적인 팬들에게만 부담과 책임을 떠넘긴 채, 정작 암표는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규제를 피해가는 새로운 형태의 암표 거래가 활개를 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몇 백만 원 낸 VIP 고객이 팬 사인회에서는 불가촉 천민? 성추행 논란
지난 2023년 하이브 레이블 소속 그룹 앤팀의 팬 사인회에서 속옷 검사를 당했다는 팬의 글이 SNS에 게시된 바 있다. 불과 얼마 전인 4월에도 그룹 제로베이스원의 팬 사인회에서도 '현장 스태프들이 스스로 가슴을 만지도록 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모두 단지 '녹음기를 잡아내기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보통의 아이돌 팬 사인회에서는 사인을 받으면서 녹음하는 것이 금지되는데, 이는 대화를 짜깁기하여 논란이 일어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좋아하는 연예인과의 대화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기록하고 싶은 게 팬의 마음 아니겠는가. 결국 '팬 사인회 속옷 검사 논란'이 확산되자 팬 사인회를 주최한 위버스샵 측은 "전자 장비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접촉이 발생했다"며 사과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경우 팬 사인회에 한 번 가기 위해 드는 비용은 최소 백만 원에서 몇 백만 원에 달한다. 큰 돈을 내고 간 팬 사인회에서 혹여나 쫓겨날까 추행을 당해도 크게 항의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업계에서는 VIP 고객님으로 대우받을 소비자들이 아이돌 팬 사인회에서만 불가촉 천민 취급을 당하고 있다.
공항에서 사진을 찍으면 폭행 당한다? 과잉 경호 논란
지난 6월에는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하츠투하츠의 공항 출국길에서 경호원이 과도하게 팬을 진압하여 전치 4주에 달하는 피해를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동선이 꼬여 실수로 아티스트와 몸을 부딪혔다는 이유로 팬의 목을 밀치고 얼굴을 가격한 것. 경호원은 건장한 성인 남성이었으나 팬은 체구가 크게 차이나는 여성이었다. 지난 달 31일 그룹 제로베이스원의 공항 출국길에서도 공항을 나서는 제로베이스원 멤버들을 구경하다가 매니저에게 주먹질을 당했다는 팬의 글이 SNS에 게시되었다. 이와 같은 과잉 경호 문제가 번번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이 확산되자 SM 엔터테인먼트 측은 “사생팬이 공항에서 멤버들에게 신체 접촉을 시도해 경호원이 제지한 것”이라며 팬과 경호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폭행을 당한 팬 A씨는 본인이 사생팬이 아니라고 SNS에 반박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설령 사생팬이라 하더라도, 공개된 공항에서 단지 사진을 촬영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생으로 몰리고 폭행 피해를 입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A씨는 아티스트가 상처받고 욕을 먹는 것을 원치 않아 결국 고소나 사건 확대 없이 조용히 일단락지었다.아티스트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팬들에게 폭행을 휘두르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
과도한 개인 정보 요구부터, 팬 폭행에 성추행까지. 모두 케이팝 팬덤에게 일어나는 인권 침해 사례다. 이에 곳곳에서는 공연 관람자 개인 정보 보호 및 암표 근절 제도 개선을 위한 서명 운동도 시행하고 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하는 팬들의 마음도 소중하지만, 이제는 변화를 위해 함께 움직여야 할 때다. 건강한 공연 문화 조성을 위해! 그리고 케이팝 산업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피해 사례들이 화제가 되면서, 최근 한 팬사인회 운영 장소에 붙은 안내문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경호는 권력이 아닙니다. 경호원들이 자신을 숨긴 채 문화소비자들을 통제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케이팝을 응원하는 모든 팬덤과 소비자들이 존중받고 정당하게 대우받는 문화가 자리 잡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케이팝 #팬덤 #2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