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끄적끄적 일기를 쓰던 우리는
초등학생보다 글을 못 쓰는 대학생?
내 오른손 중지에는 단단히 박힌 굳은 살이 있다.
고등학생 때까지 단 하루도(아마도) 샤프를 놓지 않고 수험생 시절을 보내느라 손가락이 빨개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대학생인 지금, 초등학생일 때보다 연필을 덜 잡는 것 같다. 잡아봤자 애플 펜슬?
과제나 공부는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는 게 훨씬 편하니까 굳이 펜을 쥘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대학생 한 명만이 하는 생각은 아니다.
글을 쓰지 않는 우리 20대들. 함께 글을 써보자. 좋은 점이 많다!
추억이 되어가는 '손글씨'

방을 정리하다가 무려 초등학교 5학년 친구들과 돌린 롤링페이퍼를 발견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9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손 때 묻은 글씨체를 보면 떠오르는 친구들의 얼굴이 있다.
고등학생 때는 코로나를 직격으로 맞은 탓에 온라인으로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겼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남긴 내용들은 모두 비슷한 내용에 한 사람이 쓴 것처럼 정갈한 폰트...'뭔가'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남긴 내용들은 모두 비슷한 내용에 한 사람이 쓴 것처럼 정갈한 폰트...'뭔가'가 느껴지지 않았다.

롤링페이퍼를 읽고 추억에 잠긴 상태로 초등학교 6학년 때 썼던 일기장을 발견했다.
꼭 일기장 검사 하루 전에 몰아 쓰던, 귀찮기만 하던 일기 쓰기. 내가 초등학생 때 이렇게 글을 잘 썼나..? 싶었다.
기회가 된다면 꼭 어릴 때 썼던 일기장을 들춰보라. 생각지도 못한 훌륭한 필력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글을 언제 썼더라..?
자 다같이 생각을 해보자. (서술형 시험은 빼고) 글을 마지막으로 쓴 게 언제였을까?
아무리 최근으로 생각해도 고등학교 생기부를 위해 독후감을 썼던 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나름 글쓰기를 좋아했었다. 독후감조차도 한 문장 한 문장 정성 들여 쓴 덕에 서평쓰기 모음집에 나의 글이 실리기도 했었다.
정성 들여 쓴 편지는 카카오톡 메시지와 달리 내가 잘 보관하지 않으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우연히 오래 전에 받았던 편지를 발견하게 되면 낡은 편지지를 만지작거리면서 열심히 읽는다.
올해 받았던 얼마 안되는 편지들도 10년 후에 보면 아주 깊은 추억이 담긴 물건이 되겠지?
우리가 사랑하던 일기, 독후감, 편지, 감상문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야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야 - 백예린
솔직히 세상이 가혹하다. 최첨단 기기(예를 들면 노트북이라던가)를 쥐여 줄테니 일주일 만에 7페이지 분량의 레포트를 제출하라니...
어쩔 수 없이 터덜터덜 카페로 향한다. 그냥 카페는 안된다. '콘센트 있는 카페'이어야만 한다!

이런 모습으로 살지 않는 20대는 거의 없을 것이다. 통계 상 Z세대가 인당 가지고 있는 전자기기 개수는 무려 5대.
5 만큼의 편리함을 누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른 친구들은 어떨까? 슬쩍 물어봤다.
박0인 / 22 / 건축학과
펜을 잡긴 하죠. 설계도 구도 잡을 때. 글은 안 쓰는 것 같아요. 쓸 내용도 없고 시간도 없고...정말 친한 친구한테 주고 싶을 때는 가끔 편지지를 사서 쓰긴 해요. 아 남자친구한테도?
김0현 / 25 / 철학과
요즘은 토익 공부하느라 펜을 자주 잡긴 하는데 글이라고 할 법한 걸 쓰진 않죠. 시를 엄청 좋아해서 학창 시절에는 시 공모전에서 상 타기도 했는데 이제는 아무래도 읽으면 읽었지 쓴 지는 오래됐어요. 안 그래도 요즘 너무 노트북만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서 아이패드가 있지만 학교 시험 공부는 공책에 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임0랑 / 23 / 광고홍보학과
와...글을 언제 썼는지 정말 기억이 안나요. 특히 학과 특성 상 공부도, 과제도, 업무도 인터넷이 필요하다 보니까 글은 많이 써도 무조건 키보드로 쓰는 것 같아요. 심지어 저는 글씨를 잘 못 써서..ㅋㅋㅋ 글 쓰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글 쓰면 뭐가 좋아?
그런데...직접 손으로 글을 쓰면 뭐가 좋길래 이렇게 '손글'에 집착하는 걸까?
괜히 우리가 기나긴 학창 시절 동안 손을 바삐 움직이며 필기를 했던 게 아니다.
실제로 단순 받아 적기 경향이 강한 키보드 타이핑할 때와 비교하면, 직접 적으면 내용에 대한 이해력, 개념 형성, 기억력에 있어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래서 저번 학기부터 전공 공부를 손으로 해보겠다는 쉽지 않은 결심을 했다.

200페이지를 손으로 적는 건 정말 생각이 많아지는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시험은 잘 보긴 해서 이렇게 노력한 덕분이라고 믿고 싶다. 앞으로는 무작정 받아 적지 말고 나름의 내용 정리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예쁜 것은 좋은 것
사실 앞선 장점은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랑 고백을 카카오톡으로 받는 게 좋을까, 편지지로 받는 게 좋을까? 분명 대부분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믿는다.
미국 우정국 조사에서 65%의 사람들이 우편물을 받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그것보다 더 높을 거라고 생각한다.
손글씨로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담은 글은 아름답다.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저는 글씨 잘 못 쓰는데요..?- 굉장히 친한 친구
전혀 상관이 없다. 진심을 담은 노력과 웃는 얼굴은 아무도 손가락질 하지 않는 것처럼, 열심히 쓴 글은 그 형태가 어떻든 굉장히 예쁘다.
어차피 컴퓨터는 사람보다 글씨를 잘 쓴다. 누구도 컴퓨터를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컴퓨터는 노력하지 않는다.
사람이 쓴 글씨가 더 값지다.
여기 이렇게나 아름다운 사람의 글씨를 마케팅에 활용한 사례들이 몇 개 있다.
글씨를 널리널리

많이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냥 말로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정말로 이 정도면 컴퓨터보다 글씨를 잘 쓴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손글씨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다.
잠시 감상해보자.


말했듯이, 손글씨는 아름답고 누군가에게 울림을 준다.
지금 제 11회 교보손글씨대회 본선 투표가 진행 중이다. 이 글을 보고 관심이 생긴다면 금손들의 글씨를 보고 동기부여를 받아 보자.
글을 어떻게 쓰는 거였죠?
그럼 글을 왜 써야 하는지, 글이 얼마나 좋은 건지 잘 알겠다! 그런데 이제까지 글을 멀리하다가 갑자기 쓰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음...어떻게 할까?
글이랑 절교한 지가...
만약 글 쓰기는 커녕 종이에 적힌 글조차 두렵고 친하지 않다면 먼저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미 올해는 '텍스트 힙'에게 지배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전 예약을 안 한 죄로 결국 가고 싶었던 국제도서전에 못 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현장 예매가 불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2030이 책을 정말 읽는 지는 몰라도 엄청난 관심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았다.

특히 요즘 예쁜 책은 더더욱 사랑 받는다. 만약 책이 지루하고 딱딱하다고 느껴진다면, 표지만 보고 예쁜 책을 골라서 읽어 보자. 왠지 잘 읽힐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든다.
책은 많이 읽지만 어떻게 써?
글과는 나름 친한 편. 하지만 내가 창작자는 절대 아닌 경우. 어떻게 뭘 쓸까?
내가 처음 글을 다시 쓰기로 결심한 후에 구매한 책이 있다.
엥. 글 쓰겠다면서 무슨 책?

책 중에는 쓰기 위한 책이 있다. 이런 종류의 책은 한 페이지에 질문이 적혀 있고, 일정 기간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채워 넣는 식이다. 처음에는 이것조차 막막할 수 있지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점점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쓰고 나서 나중에 다시 읽어봐도 참 재미있다.
글쓰기는 어렵다. 한 번 틀리면 줄을 긋거나 지우개, 수정펜을 써서 고쳐야 하고 내 삐뚤삐뚤한 글씨체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글을 쓴 종이 한 장은 나비 효과가 크다.
글의 내용은 내 머릿속에 항상 남아 있을 것이고,
어리숙한 글씨체는 추억으로 돌아올 것이며,
만약 편지라면 받는 이는 글씨를 보며 나를 생각할 것이다.
21세기는 우리가 글을 쓰도록 도와주지 않지만
그럼에도 글을 써보자.
그래도 초등학생보단 글을 잘 써야 하지 않겠는가?
#글쓰기#연습#텍스트힙#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