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헤맨 만큼 내 땅

전공적합성 0, 반수 실패 대학생도 잘 살 수 있나요?
 모두가 치열하게 놀고, 공부하고, 마실 것 같은 스무살과 20대의 초반, 그 치열함에서 벗어난 사람이 있다. 
시간을 다 바치는 동아리 생활도, 밤 새워 마시던 술도 없이 미지근한 일상을 보냈던 사람, 바로 나, 본인을 직접 인터뷰해보겠다. 

스무살, 그 첫 시작은


 오직 20살만을 보고 달려온 12년간의 학교생활이 끝나고 난 후, 20살이 되었던 날 느꼈던 허무함과 머쓱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생각보다 달라지는 건 크게 없고, 여전히 생각은 어리고 마음은 여린 나이만 스무 살.
 
 성인이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맞이한 20살은 생각보단 시시했지만 그럼에도 지겹도록 재밌었다. 대학생이라는 신분은 어디서나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암행어사의 마패같은 것이었다. 스무살과 대학교 1학년은 밤늦게 집에 기어 들어가도 되고, 수업은 자체휴강이라는 명분 아래 빼먹고 동기들과 한강을 놀러가도 괜찮은 대가 없는 자유였다.

대학생활의 환상이 깨지다 


 그러다 맞이한 2학기는, 1학기와는 다른 찬란함에서는 벗어난 현실이었다. 2학기가 되자 동기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 또한 다른 것은 아니었다. 애초부터 경로 이탈을 결심했으니까.
1학기 때 전부를 바쳤던 동아리도,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더 이상 갖지 않았다. 마치 작년의 나로 돌아가서 다시 주어진 고3-2를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니 나에게 1-2는 없었던 거다.

 다시 찾아올 1-1을 기다리며 3-2를 살아가던 나는 결국 새해가 되고, 1-1이 아닌 2-1을 맞이하게 되었다. 세상에 드라마같은 이야기는 없었던 걸까. 그와중에도 반수에 성공해 새로운 1-1로 경로이탈을 한 다른 동기들을 보며 나는 아주 어두운 1학년 겨울방학을 보냈다. 경로이탈에 실패한 내가 결국 또 다른 경로이탈을 맛보게 된 것이다.

 사라져버린 1-2와 동기들, 추억들, 스무 살 속에서 나는 다 자라지 못한 채로 스물 하나를 맞이했다. 아직도 마음은 1-1에 머물러 있는데 2-1이 되어버린 것이다.
 남들만큼 제대로 놀아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공부를 치열하게 열심히 해본 것도 아니었으니 경험치는 0인 게임 신규캐릭터가 된 기분이었다. 분명 쌓였어야 하는 경험치가 하나도 없어 도태되고 뒤쳐진 기분이 막역했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정말 정말 속상한 날들이었다.)

헤맨 만큼 내 땅

 2학년 개강을 앞둔 방학에 문득 이 문구를 보게 되었다. 정말 헤맨 만큼 내 땅이라면, 난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의미없는 것 같은 이 방황이 정말 결국엔 내 땅이 될까? 
적성에 하나도 안 맞는 전공과, 마음 한 구석의 학업 콤플렉스, 치열하지 못하게 낭비해버린 것만 같은 20대의 초반을 가지고 있는 나도 성공할 수 있을까?
매일 의구심이 들었고, 그렇게 애매하게 맞이한 개강은 나를 또 다시 1학기만 사는 사람으로 이끌었다. 1-1보다는 아니었지만 대학생답게 놀았고, 또 놀았다. 언젠가 지금 내가 헤맨 만큼 다시 다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치열하지 않은 청춘


 모두들 대학생 때는, 1.2학년 때는,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치열해져야 한다고 한다. 치열하게 놀아보지도 않은 20대 초반은 잘못 살고 있는걸까?
답은 아니다. 아닐 것이다.
나 또한 그랬고, 또 그랬던 다른 사람들을 보며 다 각자 나름의 치열함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가 나아가고 있지 않은 것 같아 보여도 아주 조금씩 진전하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여러분 모두가 헤맸던만큼 자신만의 땅이 되기를 바라며, 자신만의 청춘을 마음껏 방황해보기를 바란다. (물론 나 또한 그럴 것이니!)

이미지 캡션
##대학생
댓글 0개
닉네임
비슷한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