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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점자 동아리로 세상을 밝히는 대학생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것도 한 번 도전해 보길!
고대인들은 별자리를 활용하여 별을 찾았다고 한다. 조명이 발명된 이후 밤낮의 경계가 흐릿해진 25년, 누군가에게는 아직 캄캄할 세상을 점자리를 활용한 스티커로 밝히는 학생이 있다. 점자 동아리 '점자리'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는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 22학번 이의진 학생을 만나봤다.

온라인으로 점자를 알려주는 의진님의 모습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 22학번 이의진이다. 미숙아 망막증으로 인한 선천적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태어났을 땐 빛 정도는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빛도 거의 안 보이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상당히 긍정적인 사람이지만 생각이 또래에 비해 어리고, 단순한 것 같다.
특수교육과에 다니는 것으로 안다. 많은 과 중 특수교육과 진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다. 가르친다는 행위가 상당히 의미 있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고. 원래는 국어 교사나 상담 교사가 되고 싶었으나, 장애를 가지고 있으니 나와 비슷한 학생들에게 특별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진로를 틀었다. 사실 특수교육과에 가게 되면 다른 교사들에게 장애로 인한 피해를 줄까 봐 조금 걱정했었다. 하지만 가족들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준 덕택에 용기를 가졌다.
특수 교육과는 다양한 장애인을 가르치는 과다. 수업을 들으며 세상에 있는 다양한 장애인들에 대해 배우게 된다. 그렇기에 세상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는 식견을 넓힐 수 있었다. 다른 데서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참 많이 배우고 간다.
대학 생활을 하며 장애가 있단 편견을 마주한 적이 있거나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딱히 없는 것 같다. 단국대학교의 경우 '장애 학생 도우미'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면 해당 활동을 희망하는 학생이 배정된다. 나 같은 경우 희망자가 대부분 학과 동기라 같이 시간표를 짜고, 같이 수업을 다닌다. 감사하게도 도우미가 안 구해진 적이 없어 학교생활을 하며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아, 근데 가끔 혼자 강의실을 찾아가야 할 때, 그럴 때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강의실의 위치 파악을 정확하게 할 수 없으니까.
이런 불편함을 어떻게 개선했는지 궁금하다.
밑에서 한 번 더 언급하겠지만, 동아리 '점자리'를 창설하여 해결했다.

의진님이 직접 만드신 점자 스티커

죽전과 천안 캠퍼스를 오가며 점자를 알려주는 ‘점자리’ 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활동에 관해 설명해 줄 수 있는지.
동아리 점자리는 '수 놓인 별자리가 하늘을 꾸미듯 점자리를 수놓아 세상을 빛내자'라는 신조를 지닌 동아리다. 점자리를 별자리에 비유한 언어유희인데, 솔직히 말해서 잘 만든 것 같다. (웃음) 보통 새로 입부한 부원들은 점자를 모르신다. 그러면 일 학기 동안에는 한글, 숫자, 기호에 대한 점자를 알려주는 시간을 가진다. 이 학기 때는 점자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한다. 점자 스티커를 제작하여 강의실 표시판을 부착하거나 자판기에 부착하는 등의 활동이다. 스티커가 낡거나 망가질 수 있어 매년 교체해 준다.
이것 외에도 다양한 활동들을 많이 해보려고 기획하고 있다. 점자 메뉴판, 중 고등학교에 파견을 나가 점자 교육을 하는 것 등. 점자로 할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하게 많으니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건 '점자리'가 봉사 동아리는 아니란 점이다. 사회적으로 점자가 가까워질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지, 봉사를 하는 건 아니다. 앞으로도 '점자리'가 봉사동아리는 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런 동아리를 직접 창설한 이유가 궁금하다.
22년 3월에 대학을 입학했고, 동아리를 4월 5일에 창설했다. 굉장히 빨리 만들었다. 이유는 별거 없다. 3월 4일 개강 총회에서 수어 동아리는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럼 점자 동아리는 없나' 하고 찾아봤는데 없더라.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점자 동아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열망을 품고 있었는데, '만들지 않아도 언젠가 생기겠지'라고 생각하면 정말 생기지 않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 마냥 손 놓고 안 찾아올지도 모르는 '언젠가'를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창설했다.

동아리를 운영하며 힘들었던 점이 있었는지.
창설한 후 동아리원을 30명 이상 모아야 했다. 에브리타임에 글도 올리고 홍보도 했는데 조금 무모하게 도전한 면이 있어 그런지 잘 안 모이더라. 그래도 동기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준 덕택에 30명을 무사히 모을 수 있었다. 다음 연도부터는 천안에서도 활동을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주변의 만류가 좀 있었다. 교육하러 매주 왕복으로 움직이기에는 거리가 있으니까. 그래도 '일단 해보겠다.'라는 마음으로 활동을 이어 나갔다. 기차를 타고, 버스를 갈아타면서. 처음 활동을 시작 한 23년도에는 딱 3명이 들어왔는데, 다음 연도에는 27명이 모였다. 기뻤다. 지금은 죽전 천안 둘 다 중앙 동아리로 승격한 상태다. 인원 충족에 대한 걱정도 이제 없다.
의진 님만의 특별한 교육관이나 철학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만큼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한다.' 이 문장이 제일 큰 교육관인 것 같다. 존경하는 성직자이자 교육자이신 요한 보스코라는 분이 하신 말이다. 늘 가슴속에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 교육자로서 학생 모두가 공평한 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소외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만들어 주는 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먼저 앞서가는 사람은 내가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조금 늦거나 뒤처지는 사람을 내가 그냥 넘어가거나 외면해 버리면 교육자로서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못 배운 것은 돌이킬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의진 님이 생각하는 ‘진짜 교육’의 개념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타인과 나를 이어주는 통로. 흔히들 ‘교육’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거창하게 생각하곤 한다. 학교에서 해 주는 교육, 부모님의 교육 등. 하지만 나는 ‘교육’이라는 것을 조금 넓은 의미로 바라보고 싶다. 예를 들어 지금 인터뷰에 답변하는 것도 인터뷰어에게 인터뷰이의 정보를 교육해 주는 행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답변하면 인터뷰에 잘 녹아들 수 있을지 고민하여 알려주는 행위이니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교육이 될 수 있다. ‘교육’은 사회에서 자립하기 위해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들 이야기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사람들하고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과정도 일종의 교육일 수 있다. 물론 전문성의 깊이는 다를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마음은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와 타자를 이어주는 '통로'다.
미래에 교사가 되어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쳐주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떻게 사람들과 세상,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가르쳐주고 싶다. 이건 앞으로 어느 분야의 교사가 되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평소에 ‘사랑’의 가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최근에 다다른 결론은 ‘사랑이라는 것은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설령 나의 것을 버리는 것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온전히 다가가는 것’이다. 이것을 '교육'이란 행위로 딱딱하게 알려준다기보다는 아이들을 사랑함으로써 직접 체득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나는 평소에 공부보단 이런 내면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이런 가치가 충족됐을 때 혹시나 아이들이 공부나 지식적인 측면이 부족하더라도 충분히 커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보고 점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생길 것 같다. 점자를 쉽게 공부하는 팁이 있다면.
단국대학교 점자리에 들어오면 된다. (웃음) 동아리에 들어오면 한 학기 동안 아무런 정보도 없는 비시각장애인이 한 학기 동안 어느 정도 점자를 익힐 수 있다. 여러 차례 교재를 개편하여 수업을 여덟 번 들으면 마스터 할 수 있게 만들었으니, 궁금하면 인스타그램 @pauluslee0629로 연락하길.
끝으로 의진 님의 이야기를 듣게 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특별하게 받아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어떤 걸 하고 싶으면 그때 바로 도전하면 된다.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도전도 용기 내서 한번 해 봐라. 실패하더라도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국대학교#점자동아리#점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