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3월, 멈춤의 3월
3월 2일 아침, 지하철은 평소보다 더 붐볐다. 가벼워진 옷차림의 사람들, 새 가방을 맨 학생들, 이어폰을 낀 채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는 얼굴들 사이, 나만 반대 방향 열차에 섰다.
누군가는 시작 버튼을 누르는 날, 나는 잠시 멈춤을 택했다. 자유보다 먼저 찾아온 건 설하기 어려운 감정. 뒤처지는 걸까, 아니면 돌아가는 걸까. 3월, 어떤 사람에겐 출발선이고 어떤 사람에겐 숨을 고르는 정거장이라는 걸 그날 처음 실감했다.
그날 이후 자꾸 궁금해졌다. 같은 계절을 지나면서도 서로 다른 방향의 열차에 선 사람들은 어떤 속도로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 무엇을 멈추고, 무엇을 붙잡은 채 이 계절을 통과하고 있을지.
멈춤의 유형
휴학생을 하나의 모습으로 설명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누군가는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 멈췄고, 누군가는 처음으로 자기 방향을 찾기 위해 멈췄으며, 또 누군가는 당장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멈춰 서 있다.
겉으로 보면 모두 같은 ‘휴학’이지만 그 안의 전혀 다른 방식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활동의 크기 대신 하루의 리듬을, 성과 대신 감정의 결을 따라가 보려 한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의 3월은 세 가지 모습으로 나뉘었다.
이미지 출처 : 핀터레스트 (Pinterest)1. 멈췄지만, 더 바쁘게 사는 사람
(프로 갓생러형)
휴학을 ‘잠시 멈춤’이라 부르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학교 일정이 사라졌을 뿐, 하루의 시간표는 오히려 더 촘촘해진 경우다. 인턴, 자격증,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이들에게 휴학은 쉬는 시간이 아니라 조용히 스펙을 쌓는 연장선에 가깝다. “학교 다닐 때보다 더 바쁜 것 같아요.” 이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가장 많이 들은 문장이기도 했다. 멈춤이라기보다 ‘다른 트랙으로 갈아탄 상태’에 가까운 시간.
이미지 출처 : 핀터레스트 (Pinterest)2. 처음으로 나를 들여다보는 사람
(자아 탐구형)
이 유형의 하루에는 ‘해야 할 일’보다 ‘해보고 싶은 일’이 먼저 놓인다. 여행을 가기도 하고, 글을 쓰거나, 창작을 하거나,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취미를 붙잡는다. 눈에 보이는 성과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처음으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생각해봤어요” 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이들에게 멈춤은 방향을 잃은 시간이 아니라 속도를 늦추며 스스로를 확인하는 구간에 가깝다.
이미지 출처 : 핀터레스트 (Pinterest)3. 지금은 ‘현실’을 먼저 두는 사람
(생계·현실형)
어떤 사람에게 휴학은 방향 탐색의 시간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는 시기이기도 하다. 돈을 모으기 위해 일에 집중하기도 하고, 생활비를 스스로 감당하며 자립을 준비하기도 한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히 ‘일하는 시간’처럼 보이지만 이들에게는 이후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준비 과정에 가깝다. “휴학했는데 더 바빠졌어요.” 이 말은 앞의 유형과 비슷하지만 결이 다르다. 속도를 늦추는 멈춤이라기보다, 다음 구간으로 가기 전 발판을 단단히 다지는 시간.
이제부터는 이 서로 다른 속도를 가진 사람들이 3월을 어떻게 통과하고 있는지, 그들의 하루와 감정의 결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려 한다.
속도의 차이
"누구보다 먼저 사회에 뛰어든 경험 자체가 제겐 가장 확실한 성취였습니다"
프로 갓생러형 [ 곽지원 | 성신여자대학교 | 문화예술경영학과 | 23학번 | 휴학 1년 째, ]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휴학하고 회사다니는 23살 곽지원입니다!
문화예술경영학과라는 이름에 걸맞게 엔터테인먼트 직종에 근무 중이며, 학교 밖에서 현장과 사회를 직접 경험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엔터여서, 공개할 수 있는 사진이 부족할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ㅠ
Q2. 휴학 버튼을 누르기 직전, 당신을 가장 망설이게 했던 ‘불안함’의 실체는 무엇이었나요?
취업을 위해 휴학을 선택했지만, 가장 큰 불안은 '과연 내가 취업을 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취업 당시에는 22살이었고, 뚜렷한 스펙이나 경력이 없었기에 그 고민은 더 컸습니다. 그러나, 직접 겪어보지 못하면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 선택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습니다.
Q3. 3월 개강 첫 주, 동기들의 등교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한 기분은 어땠나요?
솔직히 말하면 당장 출근해야 하는 제 현실을 신경 쓰느라 동기들의 개강 소식은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사실 부러웠던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휴학 후에 취업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졸업 후 바로 사회에 뛰어드는 미래를 앞두고 미리 경험해본 시간은 분명 의미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얘기를 들은 동기들이 제 출근 소식과 상황에 도움을 많이 받고 현실을 깨우쳤을 것이라 생각해요.
고마워하거라.
Q4. 학교라는 울타리 밖에서 보낸 오늘 하루, 당신이 얻은 ‘가장 사소하지만 확실한 성취’는 무엇인가요?
'경험'입니다. 저는 불안함을 쉽게 느끼는 편이라,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 앞에서는 누구보다 당황하고 힘들어합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며 불안함 역시 일의 일부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고, 동시에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도 조금씩 키워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외근을 나가는 인터뷰이의 시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고, 하루 하루를 즐길 줄 알게 되었을 즈음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불어서, 솔직히 말하자면 회사의 규모가 어떻든 경력직이 선호되는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먼저 사회에 뛰어들어서 직접 일을 해본 건 경험 자체가 제겐 가장 확실한 성취였습니다!
휴 학 적 극 추 천
Q5. 이 휴학이 끝날 즈음, 당신의 속도는 이전과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그간 급하게만 살아왔던 제 자신에게 천천히 더 많은 걸 누려보자고 제안할 것 같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특성상 높은 강도로 제약이 많은 직종이기에 그간 누리지 못했던 여유와 느리게 흘러가는 하루들을 마음껏 즐겨보고 싶습니다!
Q6. 마지막으로 각자의 속도로 '멈춤'을 선택한 모든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멈추는 것도 용기입니다. 멈춤을 선택한 당신은 오늘도 용기있는 하루를 만들어낸 사람입니다. 자신의 선택에 너무 많은 걱정을 얹지 않기를 바랍니다.
결국 용기있는 자가 행복을 쟁취할 것이니!!
"전공이 아닌 분야에 대해 몸으로 부딪히며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 정말 큰 수확이었어요"
프로 갓생러형 [ 최윤서 / 숙명여대 / 한국어문학부, 미디어학부 / 22학번 / 휴학 10개월 째, ]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22학번 최윤서입니다. 교직이수와 미디어학부 복수전공을 병행하며 진로를 고민하다가, 마케팅 직무에 관심이 생겨 1년간 휴학을 선택했습니다. 현재는 마케팅 인턴 중이며, 인스타그램 채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Q2. 휴학 버튼을 누르기 직전, 당신을 가장 망설이게 했던 ‘불안함’의 실체는 무엇이었나요?
사실 대학 3년 동안 정말 쉼 없이 달려와서, 휴학이 다가올수록 불안보다는 설렘과 기대가 더 컸던 것 같아요. ‘이제는 정말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1년을 채워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럼에도 불안함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어요. 가장 컸던 건 규칙적인 루틴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잘 안 믿지만, 저는 사실 꽤 게으른 편이라 스스로를 묶어둘 ‘의무적인 일정’이나 ‘소속’이 없으면 일상이 쉽게 무너질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휴학을 결정한 뒤에도 오히려 더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던 것 같습니다.
또 먼저 휴학한 분들이 “아무것도 안 하다 보면 1년이 정말 순식간에 간다”라고 했던 말이 괜히 더 무섭게 다가왔던 기억도 있어요.
Q3. 3월 개강 첫 주, 동기들의 등교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한 기분은 어땠나요?
그때는 저도 국어 강사 일과 대외활동을 막 시작한 시기라 꽤 바빴어서, 사실 크게 휴학생인 게 실감이 나거나, 감정의 동요가 있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다만 동기들이 “시험기간이다”라고 말할 때마다 ‘아 맞다, 지금쯤이면 중간고사였지’ 하고 새삼 휴학을 했다는 게 실감났던 순간들이 있었어요.
Q4. 학교라는 울타리 밖에서 보낸 오늘 하루, 당신이 얻은 ‘가장 사소하지만 확실한 성취’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성취는 진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것입니다.
국문과 교직이수를 하며 교사·강사의 꿈과 마케팅이라는 진로 사이에서 늘 반반의 마음으로 대학생활을 해왔거든요. 휴학을 하면서만큼은 꼭 하나의 방향을 정하고 싶었습니다.
마케팅 대외활동, 인스타그램 채널 운영, 마케팅 인턴 경험을 차례로 하며 마케팅이라는 직무를 더 가까이서 이해하게 되었고, 전공이 아닌 분야에 대해 몸으로 부딪히며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 제게는 정말 큰 수확이었어요.
Q5. 이 휴학이 끝날 즈음, 당신의 속도는 이전과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돌이켜보면 휴학 기간 내내 제대로 쉰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여행도 한 번 못 갔고, 인턴을 할 때는 대외활동 3개를 병행하면서 수면시간도 많이 부족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회복과 쉼도 중요한 가치라는 걸 절실히 깨닫게 됐습니다. 예전처럼 강박적으로 채우기만 하며 살기보다, 비우고 여유를 두는 삶도 괜찮다는 걸 배웠어요.
제 삶의 속도는 조금 느려지겠지만, 그 대신 더 산뜻한 리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6. 마지막으로 각자의 속도로 '멈춤'을 선택한 모든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멈춘 시간이 결코 멈춰 있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더 잘 알게 되는 시간일 수도 있다는 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 참, 홍보 하나 하자면 인터뷰에 미처 담지 못한 제 휴학 기록과 알찬 대학생 꿀팁은 인스타그램 @mavenuey 에 있으니 한 번 놀러 오세요 ♥️
"하루를 스스로 계획하고, 그 시간 안에서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아 탐구형 [ 이○○ | 인천대학교 | 경영학과 | 23학번 | 휴학 3개월 째, ]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인천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입니다. 3학년을 마치고 현재 휴학 중인 문과 대학생으로, 지금은 ‘나’라는 사람을 더 깊이 알아가기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Q2. 휴학 버튼을 누르기 직전, 당신을 가장 망설이게 했던 ‘불안함’의 실체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3학년을 마친 뒤 휴학을 신청했는데요, 가장 크게 망설이게 했던 불안은 바로 ‘정해진 경로에서 벗어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학창 시절 내내 학생의 본분은 공부이고,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 흐름을 따라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제가 진심으로 원해서 라기보다 ‘그래야만 한다’는 이유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할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휴학은 그런 저에게 ‘나를 알아가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동시에 학업을 잠시 멈춘다는 점에서 경로를 이탈하는 결정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인생이 학업 만으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경험 속에서 숨겨진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점차 ‘나’라는 장르를 완성해 나가고 싶어 휴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Q3. 3월 개강 첫 주, 동기들의 등교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한 기분은 어땠나요?
다시 한번 ‘경로 이탈’이라는 감정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약 15년 동안 학업이 제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해 왔기 때문에, 휴학이라는 선택이 아직은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동기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 나 역시 무언가 학문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압박도 들었고, “지금 운동을 해도 괜찮은 걸까?”라는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나답게,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기대도 함께 생겼습니다. 불안과 설렘이 공존하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Q4. 학교라는 울타리 밖에서 보낸 오늘 하루, 당신이 얻은 ‘가장 사소하지만 확실한 성취’는 무엇인가요?
‘나를 위한 하루를 보냈다는 것’입니다.
학교에 다닐 때는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며 과제와 시험을 챙기느라, 정작 내가 내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크게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휴학 후에는 하루를 스스로 계획하고, 그 시간 안에서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핀터레스트 (Pinterest)
직접 건강한 식사를 차리는 시간, 운동 후 샤워하는 시간을 즐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이어리를 쓰며 기록하는 시간 또한 제가 좋아하는 순간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런 발견들이 저에게는 분명한 성취로 느껴졌습니다. 앞으로도 하루하루 나만을 위한 하루를 살아가며 나를 알아가고 싶습니다.
Q5. 이 휴학이 끝날 즈음, 당신의 속도는 이전과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지금은 아직 제가 어떤 삶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상황에 취약한 사람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혼자 여행을 떠나고, 책을 읽고, 연합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며 다양한 경험으로 하루를 채워간다면 점차 저만의 색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시간들이 이후 다시 학업을 이어가거나 취업을 준비할 때, 스스로를 믿고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휴학을 통해 저는 이전보다 더 능동적으로, 진짜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6. 마지막으로 각자의 속도로 '멈춤'을 선택한 모든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 역시 한때 ‘멈춤’이라는 선택 앞에서 큰 불안을 느꼈던 사람으로서, 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께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유로 잠시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멈춤이 꼭 부정적인 선택 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멈춤의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다시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나를 돌아보지 못한 채 ‘계속해야 해.’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더 크게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멈추는 용기를 낸 지금의 선택이, 결국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이 휴학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제 삶을 정리하고 가꾸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생계·현실형 [ 하지영 | 경기대학교 | 응용통계학과 | 23학번 | 휴학 1년 째, ]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경기대학교 응용통계학과에 재학 중인 하지영입니다. 현재는 휴학생으로 학업 대신 여러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제 생활을 스스로 책임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의 아르바이트 현장
Q2. 휴학 버튼을 누르기 직전, 당신을 가장 망설이게 했던 ‘불안함’의 실체는 무엇이었나요?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신의 방향을 정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 흐름에서 잠시 벗어나는 선택을 해도 괜찮을지에 대한 불안이 가장 컸습니다. 휴학이라는 결정이 뒤처짐처럼 느껴질까 봐 망설였던 것 같아요.
동시에, 제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감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버티기보다는 잠시 멈춰 제 상태를 점검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그 고민 끝에 휴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3. 3월 개강 첫 주, 동기들의 등교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한 기분은 어땠나요?
동기들의 등교 소식을 접하면서, 제가 정말로 휴학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감정이라면 ’낯섦‘이겠네요.
그 시기에 저는 해외여행 중이었는데, 휴학 이전의 고민들을 잠시 내려놓고 쉬고 있었어요. 여행지에서의 편안한 분위기가 제 조급함을 잠시 멈추게 했고, 그 여유 덕분에, 휴학기를 조금은 덜 불안하게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Q4. 학교라는 울타리 밖에서 보낸 오늘 하루, 당신이 얻은 ‘가장 사소하지만 확실한 성취’는 무엇인가요?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제 생활을 스스로 유지해왔다는 점이에요. 하루의 대부분을 일로 채우는 날도 있었지만, 그만큼 제 수입 구조를 직접 만들고 벌어들인 수입 안에서 지출을 관리하며 생활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이 과정에서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곧 비용과 연결된다는 점을 체감하게 됐습니다. 그 덕분에 제 생활과 선택에 대해 이전보다 더 신중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한 일을 중심으로 한 생활 속에서도,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며 공부를 이어가고 짧게나마 여행을 다니며 쉼의 시간을 병행했어요. 일과 여가의 균형을 스스로 조율 해보는 경험을 통해 이 휴학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제 삶을 정리하고 가꾸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5. 이 휴학이 끝날 즈음, 당신의 속도는 이전과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휴학 전에는 남들과 나를 계속 비교하면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삶이 항상 빠르게 느껴졌어요. 실제로 바쁘지 않아도 마음은 늘 급했고, 쉬고 있어도 쉬지 못하는 상태에 가까웠습니다.
휴학이 끝날 즈음에는 삶의 속도가 지금보다 조금 느리게 느껴질 것 같아요. 남들의 기준이 아니라 제 기준에서 하루를 바라보게 되면서,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스스로 알고 있다는 감각이 생길 것 같고, 그 덕분에 쉬는 시간도 조급함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6. 마지막으로 각자의 속도로 '멈춤'을 선택한 모든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 역시 멈춤을 선택한 이후에도, 이 선택이 맞았는지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멈춤을 선택한 분들 중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든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는지 와는 상관없이, 잘 쉬고 버틸 힘을 회복했다면 그 시간은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 기간 동안 무엇을 했든, 나중에 돌아봤을 때 스스로 후회하지 않고 납득할 수 있는 시간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교집합
모두가 앞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는 계절에도 잠시 제자리에 서 있거나,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멈춘 것 같지만 누군가는 기반을 다지고 있고, 누군가는 방향을 고르고 있고, 누군가는 자신에게 맞는 속도를 다시 배우는 중이다.
3월은 늘 ‘시작의 달’로 불리지만 어떤 사람에겐 시작 대신 정리가, 도약 대신 준비가, 전진 대신 숨 고르기가 먼저인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쩌면 멈춤은 흐름에서 벗어난 상태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다른 리듬 속에서도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나는 트랙에서 잠시 내려와 나만의 보폭을 확인한 뒤, 다시 달릴 준비를 마쳤다는 것"
지금 이 계절을 조금 느린 속도로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말 하나쯤은 전해도 괜찮을 것 같다.
당신은 멈춘 게 아니라 당신의 속도로 가는 중이라고.
Editor _
한서연
Interviewee _
성신여자대학교_곽지원
숙명여자대학교_최윤서
인천대학교_이○○
경기대학교_하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