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200번의 대외활동을 통해 깨달은 '3월의 뺄셈 미학'과 '알짜배기 활동' 판별법

'스펙 과식'에 걸린 너를 위한 처방전

<개강 첫 달, 동아리 신청서만 10장 쓴 너에게> (부제: 프로 대외활동러의 참회록)

 

3월의 캠퍼스 공기에는 묘한 냄새가 섞여 있다. 설렘 30%, 그리고 '나만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70%.

 

학과 단톡방에는 벌써부터 무슨 자격증을 땄느니, 대기업 서포터즈에 합격했느니 하는 소식들이 올라온다. 마음이 급해진 우리는 에브리타임 홍보 게시판을 뒤지며 마감 기한이 임박한 동아리, 서포터즈, 봉사단 지원서를 닥치는 대로 써 내려간다. 그렇게 3월 한 달 동안 쓴 지원서만 10장.

 

"일단 다 찔러보고, 붙는 거 하자."

 

나도 그랬다. 나는 소위 말하는 '프로 대외활동러'였다. 지금까지 수료증만 200장을 모았다. 공대생이었지만 마케팅이 궁금했고,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 미친 듯이 활동을 수집했다. 그런데 200번을 채우고 나서야 알았다. 3월은 '덧셈'이 아니라 '뺄셈'을 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을.

 

스펙에도 '체기'가 온다

 

지원서를 10개 쓰면 운 좋게 3~4개는 합격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수업 따라가기도 벅찬 3월에 대외활동 발대식, 동아리 OT가 겹치기 시작하면 삶의 질은 수직 하락한다. 결국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한 채 '출석만 겨우 하는 유령 회원'이 되거나, 중간고사 기간에 '중도 포기'를 선언하게 된다.

 

남는 건 "나는 역시 의지가 약해"라는 자괴감뿐이다. 이것은 너의 의지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소화 불가능한 식단을 짠 탓이다.

 

'찐' 활동을 골라내는 2가지 필터

 

그렇다면 200번의 시행착오 끝에 내가 얻은 '실패 없는 활동'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딱 두 가지만 기억하자.

 

첫째, '네임밸류'가 아니라 '롤(Role)'을 봐라. 

대기업 이름만 보고 지원했다가 단순 노동만 하거나, 카드뉴스 '좋아요'셔틀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유명하지 않은 중소 브랜드라도 내가 직접 '기획'을 해볼 수 있거나, 실무자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곳을 택해야 한다. 자소서에 쓸 수 있는 한 줄은 기업의 이름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내가 한 '구체적인 경험'이다.

 

둘째, '나의 키워드'와 교집합이 있는가? 

지금 나의 관심사가 '영상 편집'이라면, 봉사활동을 하더라도 영상 팀으로 들어가야 한다. 단순히 "봉사 시간 주니까" 하는 활동은 나중에 내 스토리라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의 현재 관심사와 1%라도 접점이 있는 활동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지원서 삭제 버튼을 눌러라.

 

3월, 너의 속도로 걸어라

친구들이 뛰어가니 나도 덩달아 뛰게 되는 곳이 대학이다. 하지만 방향 없이 뛰면 반드시 넘어지게 되어 있다. 지금 지원서 창을 켜놓고 고민 중이라면 잠시 멈추고 질문해보자.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남들이 하니까 하는 걸까?"

 

200개를 해본 선배로서 장담한다. 3월에 아무것도 안 해도 큰일 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에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하는 사람이, 4월에 더 멀리 나아간다. 부디 이번 3월은 스펙 과식으로 체하지 말고, 너만의 속도로 맛있게 음미하길 바란다.

 

#대외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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