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우리의 이십 대가 생각보다 덜 빛나도 괜찮다

저마다의 청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지금만 버티면 돼, 스무 살 되면 꽃길이다"
"대학 가잖아? 그냥 모든 게 해결돼. 지금은 그냥 공부나 열심히 해"

스무 살이 되면 내 삶이 반짝반짝 빛날 줄 알았다.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

지금만 버티면, 입시만 끝내면 고생길 끝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스무 살을 삶의 경유지가 아닌 목적지만으로 생각해 왔다.

'내가 꿈꿔온 빛나는 스무 살!'

그러나 스무 살을 보내고 스물한 살의 페이지를 열게 된 지금,

그 기대는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로 남아있다.

이 글은 우리의 감정들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스무 살은
청소년들이 동경하는 말 그대로 찬란한 미래이다.
중년들이 부러워하는, 돌아가고 싶어하는 과거이다.

하지만 우리가 겪어본, 사회적 지표가 말하고 있는 스물의 모습은 무언가 달랐다.



그렇다, 우리는 한창 불안의 시기에 서있다.


우리의 스무 살이 빛나지 않는다고 느끼는 이유가 뭘까? 우리는 왜 이렇게 불안할까?

1. 이십대가 되자마자 (...) 체감한 '자유로부터의 도피' 
고등학교 때 에리히 프롬의 이론 '자유로부터의 도피 (escape from freedom)'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인간은 자유를 원하지만, 자유가 커질수록 선택과 책임도 커지기에 그 무게에 불안을 느낀다는,
학생 때는 공감이 되지 않는 이론이었다.
그저 입시판을 얼른 뜨고 '진짜 으른의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밖에 없었다.
스무 살이 되고 머지않아 든 생각은 '무언가 잘못됐다'.
우리는 약 이십 년동안 '엄마아빠'라는 아주 안정적이고 포근한 둥지 안에서 아늑하게 살아온 아기새들이었다.
그 기간동안 우리에게 책임이라고 일컬을 만한 것들은 학업에 대한 책임, 친구관계에 대한 책임, 그뿐이었다.
물론 그 책임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그 책임들은 새로운 책임들을 달고 이제는 눈덩이처럼 커져 나에게 책임보단 부담이 되어 돌아왔다.
같은 고민거리가 있어도 그 무게는 전보다 더 무겁게 느껴진다.
자유롭지만, 자유롭지 못하다.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자유 앞에서 우리는 그 자유를 온몸으로, 온전히 만끽하기 보다는, 당황하고 있다.

2. 우리의 경쟁은 현재진행형, 아니, 미래진행형! 
어릴 때부터 우리는 경쟁하면서 성장해왔다.
학원에서 옆 친구와 한 영어 단어 테스트 더 많이 맞히기부터 입시까지..!
그렇게 끝날 듯 말 듯 경쟁은 계속되어 왔고, 입시가 끝난 순간, 그렇게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전혀 다른 경쟁판이 펼쳐졌다.
학교 근처 알바 구하기, 수십 명이 지원하는 치열한 동아리와 학회 선발 과정,
대내/외 활동, 교환학생과 장학금, 학점관리까지.
고등학교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경쟁의 밀도는 촘촘해졌다.
우리는 여전히 경쟁 중이고, 얼마 전 깨달은 것은 우리는 계속해서 경쟁하게 될 거라는 것.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게임에서 우리는 뒤처질까, 따라잡힐까, 쉽게 지치고 두려워하게 됐다.


3. 과거의 위로의 언어들은 오늘, 불안이 되어 돌아왔다 
서문을 연 말들, 내가 고등학생 때 주변 어른들로부터 들어온 말이다.
정말 힘들 때 위로가 되어 주었고, 내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스물이 되어 마주한 현실은 다른 모습이었다.
머리를 집게로 틀어 올리고 안경 쓰고 다니던 내가
앞머리를 내리고 풀메를 한 채 사람들과 만나며 웃는 날은 분명 많아졌다.
그럼에도 마음 깊은 곳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이 생겼고,
남에게 쉬이 말하지 못할 고민도 생겼다.
분명 꽃길이 아니었다.
그 위로의 말들은 거짓이 아니다.
그 시기를 겪은 나의 부모님, 선생님들의 진솔한 위로였다.
하지만, 그 시기를 버티도록 도와준 말들의 유효기간은 현실을 마주한 현재 시점에선 이미 지나버린 것 같다.



나와 같은 시기를 지내고 있는 스물한 살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는 지금 어떠한 심정으로, 어떠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까 

이제 스물을 시작한 인생 새내기에게 이십 대를 물었다

(인터뷰 당시의 녹음본을 내용 중심으로 최대한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

 닉네임: 인사이드아웃 소심이/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대학 25학번
Q: 너가 생각한 스무 살의 모습은 어땠어?

A: 솔직히 정말 다른!! 세상일 줄 알았어. 고등학생 때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질 줄 알았지.
'스무 살'이라는 나이가 정말 상징적이잖아. 
그래서 '뭐든 다 할 수 있다!'라는 기대도 많이 했고, 새로운 사람도 많이 만나서 다양한 경험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성숙한' 어른이 될 줄 알았어. 

Q: 스물이 되어 보니까 어때?

A: 그냥 술 마실 수 있는 고등학생..? 막상 크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는 거 같네.. 
뭐, 물론 아직 제대로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유치한 고민을 하고 되려 고등학생 시절에 익숙해져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정말 어렵고... 허무한 느낌이 많이 들어.

Q: 그렇다면 요즘 너에게 가장 큰 고민은?

A: 앞으로의 대학생활도 기대한 만큼 설레지 않고 무료할까봐, 그게 제일 큰 걱정인 거 같아. 
이십 대 초반에 정말 많은 경험들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었는데 현실은 아직 그걸 할 수 있는 여건이 못되니까, 
그런 것들을 하지 못하고 나중에 가서 후회할까봐도 걱정돼. 

Q: 대학 가면, 스물이 되면 다 잘된다, 이런 말들이 현재는 어떻게 느껴져?

A: 어떤 의도로 그런 말들을 해주셨는지는 이해가 돼. 학업 때문에 정말 힘들었을 때 그 말을 듣고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거 같아. 그리고 물론 대학을 갔을 때 얻을 수 있는 베네핏이 많다는 건 인정해. 
그런데 이십 대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연애할 수 있다, 꽃길이다, 다잘된다' 이런 말들은 지금 돌아봤을 때 좀 사탕발린 말이었던 거 같아. 
그래서 내 이십 대가 조금 더 초라하고 허무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당연한 말이겠지만 정말 잘되기 위해선, 정말(x100)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걸 느꼈어. 
고등학생의 나는 대학생만 되면 그냥 다 잘될 줄 알았거든ㅎㅎ... 


우리의 시기를 모두 거친 조금 더 어른이 된 사람은 스무 살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저만의 이십 대를 보내고 어엿한 사회인이 된 나의 사촌언니에게   이십 대를 물었다

(서면 인터뷰 내용을 최대한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

  닉네임:말콩단/32세 직장인



Q: 언니의 이십 대는 어땠어?

A: 되게 진지한 질문이네. 딱 어땠다! 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거 같아. 비유하자면 롤러코스터같았지? 
(Q: 설명을 덧붙이자면?) 올라가는 날도 있었고 내려가는 날도 있었어.근데 언제 올라갈지, 언제 내려갈지 예측하기 어려웠어. 
어른이 돼서 내가 처리해야 할 거나, 책임질 게 늘어나서 그것들을 제대로 해결하는 날도 물론 있었지만, 아무래도 어른이 처음이니까 못 그럴 때가 더 많았지. 
이십 대, 솔직히 나도 너처럼 기대 많이 했는데 마음처럼만 되지는 않았던 거 같네.

Q: 그럼 제일 힘들거나 고민이었던 점은 뭐였어?

A: 솔직히 정말 많았긴 한데, 심리적인 압박감이 컸달까..? 
내 주변에 진짜 갓생러가 많았거든. 알바도 열심히 해, 학회랑 동아리도 해, 대외활동도 챙겨, 근데 이쁘게 생겨, 그래서 계속 나 자신한테 '넌 뭐니..?'라고 하면서 나 스스로 압박했던 거 같아. 
지금 돌아보면 그렇게 급할 필요 없었거든. 근데 내가 주변을 너무 의식하니까 뭐를 도전하고 실패하면 진짜 미쳐버리겠더라고. 솔직히 그때 정말 숨 막혔어. 그래서 가족들은 '괜찮다, 경험이다' 이렇게 위로해주는데 나는 그걸 못 받아들였지.


Q: 이십 대를 돌아봤을 때 어때? 

A: 이십 대를 돌아봤을 때.. 정말 많은 실패들이 있었지. 아까 말했듯이 실패하면 정말 숨막혔고.
근데 그 실패가 있어서 좋았어. 
이게 갑자기 뭔 소린가 싶을 거 같긴 한데 실패의 포트폴리오가 쌓이면 그게 빛을 발하는 날이 온다는 걸 깨달았어.
사람마다 그 시기는 물론 다르지만 반드시 와. 
그니까 마음껏 실패해. 솔직히 '실패하니까 청춘이다' 그 말 정말 듣기 싫었거든? 근데 그게 진짜 진리랄까. 
물론 지금의 대학생들은 무슨 멍멍소리일까 싶겠지만, 돌아보니까 많은 실패 덕분에 지금 단단해진 거 같기도! 
나는 삼십대만의 새로운 고민들이 생겼고, 또 다시 풀어가는 중이긴 하지만, 그 문제를 풀어갈 힘이 생겼어.


Q: 이 인터뷰를 몇몇 대학생들이 보게 될텐데 혹시 해주고 싶은 말 있어?

A: 이거 되게 잘 말하고 싶은데, 음, 불안을 '온전히' 받아들였으면 좋겠어.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원하는 이십 대의 이상적인 모습은 냉정하게 현실이 아니야. 
뭐, 재벌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그래서 어떤 날은 불안하고, 어떤 날은 우울하고,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드는 게 이상한 게 아니야. 진짜 그냥 정상인 거야. 감기 들었을 때 기침하는 것처럼. 
솔직히 우리 미래가 정해진 게 그냥 아무것도 없잖아..?
근데 나도 그랬고, 지금 너도 그렇고, 나한테 하소연하는 걸 보면 ㅎㅎ, 거의 모든 대학생들이 그 감정을 못 받아들이고 자책하고 스스로한테 너무 많은 짐을 얹어. 
그리고 깨달은 건, 내가 그렇게 불안해 했던 이유가 정말 내 삶을 제대로 꾸려가고 싶어서? 
그니까 내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싶어서였어. 그니까 맘껏 불안해 해. 
근데 그걸 넘어서 널 자책하고 몰아 세우는 건 정말...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ㅠ.
아, 그리고 아마 한 번쯤은 '이건 아니다'싶을 정도의 번아웃이 올 거야. 
어디서 봤는데, 번아웃은 선택적으로 오는 게 아니라 열심히 사는 사람들한테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현상이래. 
그니까 번아웃이 오면 휴식도 많이 취하고 나만의 소확행 찾기! 누구보다 건강한 이십 대를 보내기를! ㅎㅎ


나는 누군가가 보았을 때 '이십 대'를 이야기하기엔 애송이처럼 느껴질 스물한 살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많은 시행착오들을 겪을 것이고 실패할 것 이다.
그 순간 나에게 어떠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그런 내가 자신있게 말하고 싶은 것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빛나지 않아도 빛난다.
우리 모두는 미래를 알 수 없는 동일한 선상에 서있고 우리가 느끼는 불안함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얼마 전 해방촌의 독립 서점에서 발견한 책의 구절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이 글의 원천이 되어주었고, 나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을 하던 내게 위로와 격려가 되어준 구절이다!

이십 대를 생각하면 마음이 쓰다. 
이십 대는 여름 바다처럼 파랗거나 어제 걸었던 잔디밭처럼 초록색인 줄 알았다. 청춘이니까. 
서른이 되고 뒤돌아보면 푸른 날만 있지 않다. 한없이 어두운 날도 있고 마음이 잿빛인 날도 있다.
나는 그것을 다채롭다고 하겠다. 내 청춘은 무지개였다고.
그때 섞인 색들로 나만의 색을 가진 서른이 됐다. 
나는 무슨 색인지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너는 너의 색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를 읽는 시간(최지현,2025)


우린 충분히 잘하고 있다!!!

그러니 기죽지 말자!!!

#대학생#20대#청춘#번아웃
댓글 0
닉네임
비슷한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