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내가 진심인 거, 그거 하나여도 괜찮잖아? 나의 덕질 일기
내가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모든 것들에게
대학생에겐 3번의 새해가 있다.
신년을 맞이하는 1월,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설날,
그리고 개강이 있는 3월!
때론 잔잔하게, 때론 치열하게 보냈던 1년을 뒤로 하고 우리에게 어김없이 개강이 돌아왔다.
설레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묘하기도, 씁쓸하기도 한 이상한 감정이 몰아치지 않는가.
3월 새 학기는 대학생에게 전공을 다시 바라보고, 인간관계를 새로 만들고, "난 어떤 사람이지?"를 은근히 재정의하는 시기이다. 우리는 대학에 와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 속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진로 찾기에 급급하고, 필요하다는 스펙을 일단 쌓아가다 보니 '무엇을 잘하는지'는 쉽게 말할 수 있지만
'무엇을 진심으로 좋아하는지'를 이야기할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다.
치열한 일상 속 스스로에게 무수히 되뇌는 질문들.
"내가 내세울 만한 게 뭐지?"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고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대신
가끔은 "대단하지 않아도, 하나쯤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있는 나면 충분하지 않을까?"를 새겨줘야 하지 않을까?
여기, 덕질을 통해 각자의 삶을 버텨온 4명의 대학생들이 있다.
꾸준히 진심을 이어온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야구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과 선수를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해요."
닉네임 혼연일체, 충남대학교 간호학과, 25학번
Q. 당신의 덕질 대상은?
저는 야구를 좋아합니다. 야구는 긴 경기 시간 동안 희비교차하는 순간이 많지만, 그에 상관없이 팀을 응원하는 문화가 형성된 스포츠입니다.

Q. 힘들었던 시기에 야구는 어떤 식으로 당신 곁에 있었는가
시험 기간에 계획대로 공부하는 것은 항상 귀찮기 때문에 때때로 미루거나 포기한 적이 많았습니다. 이때도 야구를 계속 봤었는데, 25시즌 NC다이노스의 가을 야구 진출 확률은 3.5%까지 떨어졌었어요. 한 경기만 져도 탈락하는 상황이어서 NC팬이 아니었던 저도 조마조마했는데, 이후 내리 9연승을 하며 가을 야구 승선에 성공했습니다.
이 기적 뒤편에는 포기하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 승리하는 선수들과 거의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선수들을 믿고, 응원하는 팬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역사적인 행보와 감동적인 모습을 보며 감탄했어요.
하루 치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사소해 보이지만, 궁극적인 목표로 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걸 마음에 새겼습니다.
Q. 야구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음.. 계속 지키고 싶은 마음? 야구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과 선수를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합니다. 선수들의 인생에서 내 인생을 볼 수 있고, 추억 할 수 있어요. 제 환경이 바뀌어도 야구가 주는 기쁨과 재미에는 변함이 없고, 같은 기쁨을 가진 팬들끼리의 유대감도 끈끈하기에 앞으로도 계속 좋아할 것 같습니다.

Q. 다시 새 학기를 맞이한 모든 대학생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해주고 싶은 말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단순히 머릿속에 남겨두지 말고, 직접 몸으로 경험해보세요.
대부분의 경우, 좋아하는 것을 즐기려면 돈과 시간을 써야 합니다. 그게 아까워 누군가의 경험을 듣는 걸로 대리만족하기도 하죠. 저도 TV 중계로 야구를 시청하는 것만으로 제가 100% 야구를 즐긴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실제로 야구장 응원석에서 몇 시간 동안 직접 응원해보니 처음 경험하는 벅찬 일이었습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상상하는 건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수많은 사람들과 마음을 함께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다들 경험할 수 있길 바랍니다.
"연기는 저에게 도파민이에요."
최민채, 정화예술대학교 융합예술학부 연기전공 , 25학번
Q. 당신의 덕질 대상은?
영화와 배우입니다. 저는 아무리 미워도 결국엔 사람 사이에선 필연적으로 느낄 수 있는 유대가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 유대의 다리가 되어줄 수 있는 영화와 이를 빛내주는 배우들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좋아하는 진심 하나로 연기를 전공으로 하는 대학생이 되었네요. (웃음)

Q. 힘들었던 시기에 영화와 배우는 어떤 식으로 당신 곁에 있었는가
저는 국내외 상관없이 배우들의 인터뷰를 많이 찾아봤어요. 연습을 하다 보면 대사 하나, 독백 하나가 사람을
피 말리게 할 때가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어서 입시 시절부터 인터뷰를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김태리 배우의 인터뷰입니다.
"연기를 하면서 드는 재미와 뿌듯함도 있지만, (중략) 돌이켜보면 연극할 때부터 작품마다 직업을 둘러싼 책임감과 즐거움을 두고 부단히 고민했어요. 아직 답은 못 찾았죠."
이 말을 듣고 내 고민이 헛된 게 아니었구나 싶으면서 위로도 받고, 존경심을 갖게 되면서 나도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며 마음을 다잡곤 했습니다.
Q. 영화와 배우를 좋아하면서 나도 모르게 달라진 점이 있는지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을 수없이 보며, 꿈을 꾸고.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더욱 노력하며 물고 늘어지니 저를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봐주더라고요. 중,고등학생 때는 전혀 받지 못한 시선이라서 신기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하나하나 이뤄가는 성취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도 없고요.
연기는 저에게 도파민이에요.

Q. 다시 새 학기를 맞이한 모든 대학생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해주고 싶은 말
평소대로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만 있어주세요. 남들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도 이를 따라가야 하는 건 아닌지 비교하지 않아도 됩니다. '좋아하는 것'을 소비하고, 지키고, 추억을 쌓는 방식은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겁니다. 그러니 자신의 진심을 당당하게 말하는 태도를 지니세요.
"요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흙 앞에 앉아있는 것?"
정하은, 단국대학교 도예과, 25학번
Q. 당신의 덕질 대상은?
도예입니다! 저는 대단한 목표나 분명한 의미가 있기보단, 그 시간을 보낼 때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있는 기분이 좋았어요. 도예 할 때 딱 그렇거든요. 작업하는 과정 동안, 결과를 좇지 않고 내가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살면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Q. 힘들었던 시기에 도예는 어떤 식으로 당신 곁에 있었는가
한 번은 생각이 너무 많아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속된 말로 재능충이 아닌 스스로에게 화가 났고, 작업은 진행되지 않으니 더 화가 났고. 그런 감정들이 겹치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저는 그냥 작업실에 나갔습니다. 주변에서 "너는 왜 맨날 여기 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지독하게
1년을 살았습니다. 흙을 만지고 형태를 만들어 가는 그 순간만큼은 복잡한 생각들이 잠시 뒤로 밀렸어요.
그래서 이 진심은 내가 무너지지 않게 붙들어 두는 방식으로 곁에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Q. 도예를 좋아하면서 바뀐 나의 모습과, 진심을 어떻게 지켜내고 싶은지
도예를 하면서 무언가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고민하는 태도가 생겼어요. 도예가 어느새 저의 시선과 사고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놓았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도예는 이제 저에겐 너무 당연한 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형태나 비율, 쓰임 같은 것들을 혼자서 계속 생각하고 있거든요. 앞으로의 삶에서 지금과 같은 방식이나 속도로 계속 할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아하는 마음 자체가 사라질 것 같진 않아요.
도예는 나를 가장 나답게 유지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왠지 도예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손에 쥐고 있을 것 같습니다.
Q. 다시 새 학기를 맞이한 모든 대학생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해주고 싶은 말
좋아하는 것에 힘을 들이려 하지 마세요. 아무리 좋아하는 거여도 내가 지치면 질리는 순간이 옵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에 꼭 열정적일 필요도 없고, 꼭 잘해내야 할 대상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걸 스스로의 성취나 증명으로 몰아붙이지 않고, 내 안에 자연스럽게 머무를 수 있는 태도가 결국 가장 오래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걸 스스로의 성취나 증명으로 몰아붙이지 않고, 내 안에 자연스럽게 머무를 수 있는 태도가 결국 가장 오래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겐 좋은 취미이자 모터스포츠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 고마운 존재예요."
류현규, 연세대학교 화학과, 25학번
Q. 당신의 덕질 대상은?
저는 모터스포츠의 정점, F1을 좋아합니다. 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경기를 진행한다는 게 정말 매력적이고,
매 순간 유동적으로 바뀌는 팀 별 전략과 드라이버들의 심리 싸움, 극적인 추월을 볼 수 있는 스포츠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점은 매 시즌 규정에 따라 달라지는 F1 레이스 카입니다. 조금이라도 속도를 끌어올려 시간을 단축 시키기 위해 수많은 공기 역학 전문가들이 개발하는 현대 과학기술의 집약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같은 공돌이들이 미치도록 좋아하는 포인트죠. (웃음)
이외에도 레이스 카 디자인, 드라이버 간 배틀 등 정말 많은 매력을 갖고 있는 F1이 하루 빨리 한국에서도 더 유명해졌으면 좋겠습니다!

Q. 힘들었던 시기에 F1은 어떤 식으로 당신 곁에 있었는가
대학교 시험 기간이 되면 분량은 방대하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전공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어요. 하지만 F1 중계를 하는 날이면 공부에서 잠시 손을 떼고 중계방송을 보며 간식+맥주 한 캔 조합으로 머리를 비웠던 날들이 기억에 남아요. 그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레이스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경기 하는 주간이
너무 기다려지더라고요. 개최 서킷, 추월 포인트, 랩타임, 레이스 전날 진행되는 퀄리파잉 등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어요. 경기가 자주 있는 편이 아니라 오히려 공부를 방해하지 않으니까 좋더라고요! (실제로 성적도 올랐어요)

Q. F1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신기함인 것 같아요. F1을 좋아하고 저한테 많은 변화가 있었거든요. 평소엔 스포츠에 관심도 없었는데,
제가 이렇게까지 좋아해본 스포츠는 F1이 처음이에요. 이젠 처음 입문하려 하는 뉴비들에게 배경 지식을
다 설명해줄 수 있을 정도가 된 스스로가 너무 신기합니다.
무엇보다 공기 역학에 흥미가 생겨서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공이 기계공학이었다면 나중에 인턴십 같은 것도 지원해봤을텐데 같은 아쉬움도 들어서 복수 전공도 고민 중입니다.
Q. 다시 새 학기를 맞이한 모든 대학생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해주고 싶은 말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게 있다면 눈치 보지 말고 즐기길 바라요. 해야 할 일들이 정말 많아지니까 하나쯤은
진심을 쏟아서 좋아할 수 있는 것이 곧 나만의 피난처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걸 즐길 때는 뒷감당은 내일의 내가 한다고 생각하고 그 순간을 온전히 다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생이니까요!
모름지기 덕후는 자기 분야에서 신나게 이야기하는 법!
이들의 인터뷰에서 덕질에 대한 사랑이 가득해 보이지 않는가.
좋아하는 것을 보면 진심을 다해 저절로 웃게 되는 그 순수함은 우리 모두의 마음 속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다.
치열하게 보낸 일상을 잠시 뒤로 하고, 이 마음을 꺼내보며 한 번씩 외쳐보는 것은 어떨까.
"완벽하지 않아도 내가 진심인 거, 그거 하나여도 괜찮잖아?"
#덕질#덕후#대학생#나의버팀목#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