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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펙 문과대생도 취업할 수 있을까?
대외활동 0% 합격률 대학생에서 우수서포터즈까지
'문과 취업난', '문송합니다', '떨어지는 문과대 아웃풋'
문과대 하면 부정적인 키워드들이 주를 이룬다.
나는 저 키워드가 친숙한 문과대생이다. 문과대 중에서도 노답 3형제라 불리는 '국어국문', '영어영문', '중어중문' 중 영어영문학과를 재학 중인..
최근 문과대생들은 스스로의 전공과 진로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문과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엔 시장은 점점 좁아지고, 전공을 버리자니 이공계 우대의 벽이 높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스펙경쟁에, 과로 인한 기회마저 박탈당하여 인턴 경험이나 대외활동이 없는 문과대생들은 '취업할 수 있을까'란 걱정에 스스로 파묻히기 십상이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나 또한 저런 걱정에 휩쓸렸다. 그러나 무스펙에 영어영문인 내가, CES 2026 대학생 우수 서포터즈가 되고 총장님에게 이메일까지 받게되었다. 나는 스펙에 집중하여 기회를 보지 못한 과거의 나와 같은 문과생에게 내 경험을 공유하며 힘이 되어보고자 한다.
[무스펙 문돌이]
나는 당시 학점 4점대 초반을 유지하는 영어영문학 원전공 대학생으로, 스펙이라 해봤자 3년정도 해외 유학 경험과 과 학생회, 경제 동아리 팀장, 장학금 받으려고 신청한 유학생 멘토링과 해외 친구를 만들고 싶어 신청한 교환학생 도우미. 일관된 스펙도 아닐 뿐더러 남들이 가진 화려한 대외활동은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기회란 찾아왔다.
[떨어지겠네, 서류라도 붙었던게 어디야]
어느날 예전에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CES 서울통합관 대학생 서포터즈 공고를 보았다. 당시 넣는 대외활동 족족 다 떨어졌기에 '설마 이것도 붙겠어?'하였지만 일단 지원하였다. 찾아보니 세계 최대 규모의 AI와 IT 전시회로 미국 라스베가스로 가서 통역업무부터 상담일지 작성과 기업과 미팅을 통한 실무까지, 그동안 넣었던 대외활동보다 더 큰 스케일을 가진 대외활동이었다. 급하게 서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어학성적을 따고, 서류 통과 이후 없는 스펙을 끌어다 모아 스토리텔링을 만들며 준비하니 어느새 면접날이 다가왔다.
"00학생, 통역하실 때 실수 많이 하셨는데 실제상황이라면 기업이랑 바이어간 오해 만들거란거 알죠? 이거 어떻게 해결하실건가요?"
면접에선 생각지도 못한 통역을 하게되고, 당연히 준비한게 없던 나는 많이 버벅거렸다. 그래도 나름 3년 유학 경험이 있어 잘 넘겼다고 생각하자마자 받은 질문이었다. 내 주위 사람들의 스펙은 쟁쟁했고 난 아무것도 없었다. 또한 이 대외활동은 이공계열 학생 우대였기에 당연히 떨어질거라 생각했다. 이는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내 주위 모든 사람들도 내 면접 후기를 듣더니 '면접에서 떨어지겠네, 서류라도 붙었던게 어디야. 내년에 다시 도전해'라는 위로의 말을 건냈다.
[교수님, 저 붙었어요]
면접에서 탈락할거라며 잊고 지내던 와중, 최종 합격자 발표일이 다가왔다. 전공수업을 듣고있던 중 받은 이메일 한 통 '합격자 명단 발표'. 떨어질거라 예상하면서도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이메일을 열었다. 그런데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는것 아니겠는가? 심지어 내가 유일한 문과대 원전공 합격자라고?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주변에 앉은 동기들은 합격자 내 이름 명단을 보며 축하해주었다. 무슨 일이냐 묻던 교수님은 내가 뱉은 '교수님, 저 붙었어요!'라는 말 한마디에 수업중이던 교수님도, 같이 수업을 듣는 이름 모를 선배들도 좋은 경험이 될거라며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그렇게 나는 내 인생 처음 대외활동 스펙이란걸 가지게 되었다.
[저는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부럽더라고요]
서포터즈 활동을 통하여 매칭 기업 직원분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맡은 기업은 AI회사였고, 3일 내내 같이 있다보니 어느새 개인적인 대화까지 나눌 수 있었다. 나는 면접 후기를 풀며 '저는 제가 뽑힐줄 정말 몰랐어요. 뽑히게 되어서 너무 신나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은 내가 들은 대답이자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말이다.
'어린 나이에 도전한다는거 자체가 대단하죠, 왜 유학갔다온게 아무것도 아닌가요? 영문과도 충분히 승산있는 과인걸요? 아무리 AI가 발전하고 번역기가 있다지만 저는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부럽더라고요.'
나는 평소에 이과생들을 부러워했다. 문과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기사만 나올 때 이과 취업은 승승장구라는 소식밖에 안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부러워하는 이과생이, 심지어 취업까지 이루어낸 사람이 내 과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 부럽다고 말해준 순간 나는 깨달았다. 어쩌면 나는 문과대라는 이름 하나에 집착하며 내가 가진 경험들을 무시하고 충분히 가질 수 있던 기회들을 놓쳐버린게 아니었을까?
[운도 실력이야, 남들보다 잘하니깐 뽑았지]
감사하게도 우수 서포터즈까지 발탁되며 서포터즈 활동을 마무리하고 어느덧 귀국날, 우리와 같이 미국으로 출국하신 면접관님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제가 어떻게 해서 면접에서 뽑혔는지 물어봐도 괜찮나요?' 인솔자님은 흔쾌히 웃으며 나에게 궁금증을 다 해결해주겠다며 무엇이든 물어보라 하셨다. '저 말고도 스펙 뛰어나신 분들이 많았는데 왜 그중 저를 뽑으셨나요?' 다음은 내가 받은 답변이다.
'만약 거기서 운 나쁘게 너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만 있었다면 너가 뽑히지 않았겠지. 면접은 운이야. 하지만 운도 실력이야. 남들보다 잘하니깐 뽑았지.'
망했다고 생각했던 통역 결과도 꽤나 고득점을 받았었고, 필요없다 생각했던 과 학생회 활동과 동아리 팀장, 멘토링과 유학생도우미는 나의 단체활동 적응력을 보여줬다고 말해주셨다. 앞으로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격려와 함께 내 서포터즈 기간은 마무리 되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스펙이 전부는 아니다. 물론 스펙과 전공, 학벌이 도움이 되는 순간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에만 집착하다 보면, 지금 내 앞에 열려 있는 기회를 놓치기 쉽다. 문과는 문과만의 장점이 있고, 이 장점은 누군가에겐 분명 부러운 점으로 작동한다. 사소해 보이는 경험이라도 괜찮다. 사소한 경험이 모여 기회를 만들고,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잡는 것이 다음 기회를 만든다. 지금은 무스펙처럼 느껴질지라도, 기회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문과대생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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