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3월의 불안함 속에 갇힌 대학생에게.

능력주의에 가려진 우리, 정말 부족한 사람이 맞을까?
결과로 증명해야 했던 시간들, 우리는 언제부터 그게 당연해졌을까

3월의 캠퍼스. 우리는 묘한 긴장감과 함께 교문을 넘어선다. 새 학기, 새 사람, 새 출발을 향하여.
그러나 우리는 뒤를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이번 학기에는 더 잘해야지
이번엔 뒤쳐지면 안되는데
대학생이 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평가 속에 놓여있다.
전공 선택, 학점, 학교 이름, 비교와 순위
고등학생 시절 성적표를 향하던 시선에서 대학생이 된 우리의 시선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우리는 언제부터 '결과'로 설명되는 사람이 되었을까


노력하면 성공하고, 성과는 공정하게 보상 받는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낯설기는 커녕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믿음'이다.
이 믿음은 너무 일찍, 너무 깊게 우리의 일상의 지표가 되었다.
수험생 시절, 우리는 성적으로 노력을 증명해야 했다.
1등급, 명문대, 생활기록부.
사람들은 노력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가치있고 노력하는 자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사회는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놓고 우리의 노력에 대해 말한다.

열심히 했다는 말은, 우리의 열정을 쏟은 시간은 성적표 앞에서 쉽게 무력해진다.
이 경험은 많은 학생들에게 공통적이다.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을 때,
돌아오는 질문은 늘 비슷하다.

"정말 노력한게 맞아?"

노력의 진위는 결과로 판단되고, 결과가 부족하면 그동안의 시간마저 부정당한다.


능력주의는 학교를 졸업해도 끝나지 않는다



세상은 대학생은 자유롭고 뭐든 할 수 있는 시기라고 한다. 우리도 과거의 지표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는 시기를 바라고, 그 바람은 대학이 충족시켜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형태만 바꾼 채 반복되는 선 속에 놓여있는 것만 같다.

어느 전공이 '전망이 좋은지'.
어느 학교가 '위에 있는지'.
학점은 몇 점인지, 누가 더 바쁘고 누가 더 앞서 있는지.

특히 개강 시기는 이런 감정이 선명해지곤 하다.
비교는 일상이 되고, 설령 우리는 자신의 장점을 앎에도 스스로를 쉽게 부족한 존재로 규정한다.
모두가 출발선에 서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미 각자의 조건과 배경, 속도가 다른 상태에서
출발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사회는 이 차이를 잘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결과만을 말하고 그 결과의 과정은 공정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비교와 경쟁으로 내몰곤한다.
위 결핍을 ‘소비’를 통해 성과를 시각화 하고 자기 위로를 하기도 한다. 
왜 소비인가: 소비로 시장이 유지되는 사회에서 소비는 합리적 선택보단 문화화된 감정이 되어,
정체성,사회관계로 이어진다.

그 속에 있는 우리는 불안해진다.
뒤쳐진 것 같고, 잘못 선택한 것 같고, 나만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의 부족함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일 수 있다.


모든 결과를 개인의 노력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더 많은 자원 속에서 출발했고,
누군가는 더 빨리 실패해볼 수 있었고,
누군가는 비교적 안전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었다.

우리가 당연시 여기던 믿음은 이런 조건들을 쉽게 지워버린다.
그리고 남은 결과만을 개인에게 돌린다.
그 순간 불안은 개인의 책임이 되고, 위축은 스스로 감당해야 할 문제가 된다.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은 건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혼란이 '내가 부족해서' 생긴 감정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때론 감정은 구조적으로 만들어진 환경 속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숫자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를 바라볼 때


한 사람의 삶은 숫자 하나로 요약될 수 없다.
성적이나 학점, 소속만으로 판단되기엔 너무 많은 서사와 맥락을 가진다.
대학이라는 공간이 비교의 장이 아니라, 각자의 속도와 선택이 존중받는 공간이
될 수 있다면 어떨까.
누군가는 빠르게 달리고, 누군가는 잠시 멈추고, 누군가는 다른 길을 선택해도 괜찮은 곳이라면.

3월의 시작은 늘 불안하다.
하지만 그 불안을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다.
비교 대신 연결이, 평가 대신 지지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능력주의가 풀어낼 수 없는 우리의 이야기가 있다.
다가오는 3월, 결핍을 서로의 이야기로 채울 수 있는 시기가 되길 바란다.



#대학생#대학교#성적#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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