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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캠퍼스 이방인 리포트

나만의 문장을 찾기 위해 기꺼이 이방인이 된 당신에게
3월, 새 학기 전공 서적을 구입하고 시간표를 짜는 설렘의 달.
그러나 누군가에게 개강은 설렘이 아닌 '탈출'을 꿈꾸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통계적으로 대학생의 30% 이상은 자신의 전공에 확신을 갖지 못한 채 다시 강의실로 돌아온다.

남들이 축제를 즐길 때 전공이라는 벽 앞에서 고립감을 느끼는 이들, 우리는 이들을 '전공 망명자'라 부르기로 했다. 전공이라는 감옥에서 망명을 꿈꾸며, 나만의 문장을 찾아가는 이방인 3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이의 요청으로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Case A. 유령형
- 윤서은(가명), 간호학과 25학번

출석은 거들 뿐, 제 진짜 꿈은 강의실 밖에 있어요.

개강 직후 강의실에서 느끼는 기분은 어떤가요? 전공 수업에 앉아 있으면 마치 투명인간이 된 기분이에요. 교수님의 설명이 귀에 들어오기보다는 '이따 동아리 회의에서 어떤 의견을 내야 하지?'라는 생각뿐이죠. 출석 체크가 끝나면 제 영혼은 이미 강의실 밖을 떠돌고 있어요. 동기들은 전공 지식에 열을 올리지만, 저는 그 대화에 끼지 못하는 유령 같은 존재가 된 것 같아 가끔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계속 '망명'을 꿈꾸는 이유가 있다면? 전공은 부모님의 권유로 선택한 '안전한 길'이었지만, 제가 진짜 살아있음을 느끼는 곳은 대외활동 현장이나 다양한 분야의 동아리예요. 제 전공 외 자아가 훨씬 크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이방인이 되기로 결심했죠. 비록 지금은 강의실의 유령이지만, 이 방황이 나를 찾아가는 탐험의 과정이라고 믿으려 노력 중입니다.


 Case B. 회귀형
- 박소윤(가명), 경제학과 24학번

취업률 높은 과로 전과했는데, 자꾸 문학책을 펼치게 돼요.

전과에 성공했는데도 이질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원래 인문계열 학생이었는데, 작년에 큰마음 먹고 취업이 잘 된다는 상경계열로 전과했어요. '정착 성공'인 줄 알았죠. 그런데 막상 3월 개강 후에 마주한 건 차가운 숫자의 세계였어요. 전공 서적 사이에서 헤매다가 나도 모르게 가방 구석에 넣어둔 문학책 한 권을 꺼내 읽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해요. 도망쳐 온 이곳에서도 저는 여전히 낯선 천장을 마주하는 이방인이더라고요.


방황하는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처음엔 "왜 나는 이 자리가 여전히 낯설까?"라며 자책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생각해요. 이건 제 잘못이 아니라, 저만의 색을 찾아가는 과정 뿐이라고요. 숫자로 증명되는 학점보다, 단어 하나에서 얻는 위로가 저를 더 성장시킨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금의 이 미련도 결국 저라는 문장을 완성하는 소중한 수식어가 되지 않을까요?


 Case C. 중독형
- 한지훈(가명), 미디어학과 23학번

이 과도, 저 과도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아 다시 짐을 쌉니다.

벌써 몇 번째 전공 고민을 하고 계신가요? 입학 후 벌써 세 번째 전공 탐색 중이에요. 복수전공을 신청했다가 취소하고, 다시 다른 과의 전공 입문 수업을 듣고 있죠. 동기들이 전공 심화 과정을 들으며 자기 자리를 잡아갈 때, 저는 여전히 캠퍼스 지도를 들고 헤매는 유목민 같아요. 3월의 새 학기 분위기가 저에겐 '너는 아직도 제자리에 있니?'라고 묻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질 때도 있습니다.


'캠퍼스 유목민'으로 살아가며 배운 점이 있다면? 정보는 넘쳐나지만 정작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건 온전히 제 몫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남들보다 조금 늦고 많이 돌아가고 있지만, 이 과정이 마냥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과 저 과를 떠돌며 얻은 다양한 시선들이 나중에 저만의 독특한 스토리가 될 거라 믿거든요. 저처럼 길을 잃은 모든 망명자들에게, 우리는 틀린 게 아니라 나만의 섬을 찾는 중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 세 이방인의 이야기는 결코 실패담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색깔을 찾기 위해 기꺼이 낯선 곳으로 발을 내디딘 용감한 기록이다.

3월의 캠퍼스, 모두가 정해진 정답을 향해 달려갈 때 잠시 멈춰 서서 나만의 문장을 고민하고 있다면 기억하자. 방황이라는 단어는 결국 '성장'이라는 문장으로 고쳐 쓰기 위한 초안일 뿐이다.

숫자 너머에 숨겨진 진심을 문장으로 옮기는 이 기록이, 캠퍼스를 부유하는 모든 이방인에게 닿아 또 다른 시작의 서사가 되길 바란다.
#에세이#대학생#전공#전과#복수전공#진로#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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