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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지 않은 과에 들어갔는데, 저 망한 걸까요?

나는 졸업장 대신 포트폴리오를 선택했다


🟢 원하던 과에 진학하지 못했어요, 저 망한 걸까요? 

몇몇의 사람들은 ‘일단 대학교에 들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과는 나중에 생각해도 충분하다. 어떻게든 적응하게 된다’라고 말한다. 나 역시 그 말에 설득되어 대학 커트라인에 맞춰 학교에 지원했고, 과 또한 가장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곳을 선택했다. 그리고 정말로, 딱 그 학교에 합격했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대학생이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대학교에 다닌다는 것 자체가 주는 설렘과,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는 달콤함에 취해 과가 무엇인지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다. 합격이라는 즐거움이 다른 생각을 모두 흡수한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대학 네임드 쫓느라 급급해서 당장 내가 뭘 배우는지 뭘 하면서 살 건지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 아무리 노력해 봤자 현실은 C+ 밭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합격한 과는 가장 원하지 않았던 과였다. 그래도 다 같은 1학년이고 아직 기초를 배우는 건데 내가 열심히만 하면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 몇 주는 따라가듯 했는데 중간고사가 다가올수록 점점 동기들과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뒤늦게 위기감을 느껴 열심히 따라가보려고 노력했지만 수업 시간에는 자꾸만 딴 생각을 하게 되고 자습 때는 자꾸만 인터넷을 켜고 핸드폰을 보면서 시간을 버리게 되었다.

그 결과는 C+이라는 성적이었다. 처음 성적을 확인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선명하다. C+은 마치 ‘출석은 열심히 했네? 다음 학기에 또 보자^^'라는 교수님의 초대장처럼 느껴져 더욱 씁쓸했다. 오랜만에 맛 본 실패라는 감정이 나를 아프게 했다. 

대학교에서 학점 내는 방식은 보통 출석, 과제, 시험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출석과 과제는 100% 참여하고 좋은 점수를 받는다. 결국 학점을 가르는 건 시험이다. 남들보다 두 배로 노력해 출석하고 과제를 해도, 시험을 망치면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 이 과가 저랑 안 맞는데요
사람이 어떤 일을 지속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동기부여’라고 생각한다. ‘원하지 않았던 학과 +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하기 싫음’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하기 싫다는 감정이 쌓이자 학교생활 전반이 점점 버거워졌다. 강의실에 앉아 있어도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고, 과제와 시험은 그저 무거운 짐처럼 느껴졌다. 계속해서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다 보니 성적뿐만 아니라 교우관계에서도 거리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점 유령처럼 학교 생활을 하면서 내 존재가 학교에서 점점 지워져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리를 ‘띵’ 하고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학과에서 계속 버티기 힘들다면, 어떻게 해야 이 4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전공과는 다른 길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신 차리고 휴대폰부터 켜기
다른 길을 찾아봐야겠다고 결심하자마자, 가장 먼저 휴대폰을 켰다. 대부분의 시간을 휴대폰과 함께하기 때문에 나에 대해 잘 분석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먼저, 유튜브 구독 목록인스타그램 추천 탭을 차례로 훑어보았다. 

그리고 나의 관심사를 잘 알면서 설명도 잘하는 AI에게 ‘내가 어떤 직업군에 가장 관심이 많을지’ 물어보았다. AI의 답변과 나의 알고리즘을 함께 살펴본 결과, 내가 가장 관심 있어하는 직업군은 ‘2D 디자인’ 분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떤 분야 혹은 직무를 좋아하는지 파악했으면 그 이후로는 해당 분야에 대해 하나씩 공부해 나가는 시간을 가졌다. 


학교 내 해결방안 찾기

이 경우, 먼저 학교에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학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 홈페이지 – 학과소개 – 학과 내규’를 통해 어떤 수업과 커리큘럼을 진행하고 있는지, 과에서 어떤 학생을 원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학사 공지에 올라오는 수강편람에서도 관련된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과를 정했다면 전과를 할지 아니면 복수전공/부전공을 할지도 골라야 한다. (부전공으로 이수할 시 졸업증에는 표시되지만, 학위증이 나오진 않는다.)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원한다면 학과 사무실에 직접 전화하거나 (전화번호는 수강편람이나 과 홈페이지에 적혀 있다.) 에브리타임·캠퍼스픽 같은 대학생 커뮤니티에 검색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혼자서 찾기 어려운 정보들도 선배님들이 올려둔 경우가 많다.



학교 밖 해결방안 찾기

나의 경우에는 독학으로 공부하며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길을 선택했다. 내가 원했던 디자인학과는 실기 시험을 봐야 하지만, 당장 입시미술을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어서 아쉽지만 다른 방법을 택해야 했다.


유튜브 강의를 통해 독학하며 관련 자격증들을 취득했고, 하루 하나의 목표를 세워 꾸준히 포트폴리오를 늘려가고 있다. 학원을 다니면 더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겠지만, 대학교 등록금만으로도 부담이 큰 상황에서 큰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무료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나 ‘유튜브 강의’다. 요즘은 독학으로도 충분히 기본기를 쌓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원하는 계열 + 커뮤니티’를 검색하면 현직자나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학생들에게 많은 정보와 팁을 얻을 수 있다. 이 외에도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국비지원 부트캠프’를 활용할 수 있다. IT, AI,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적은 비용으로, 혹은 훈련비 지원을 받으며 배울 수 있는 제도다. 


나는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매일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쌓아가고 있다. 


사람은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 어떤 것보다 끈질기고 질긴 게 사람의 연이자 생이다. 몇 번이고 실패해도 좋다. 다시 시작하고, 다시 내 길을 찾아보면 된다.


#에세이#대학생#복수전공#전과#포트폴리오#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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