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너 대학교 어디야? 나 군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남학생들을 위한 실전 가이드
대학교 1학년은 즐겁다.

지긋지긋한 수험 생활을 마치고 이제 막 성인이 된 대학생들은 고삐 풀린 듯이 놀기 바쁘다. 동아리, MT, 미팅, 해외여행. 새로운 만남과 끝없는 술자리의 향연에 빠져서 살다보면, 어느새 2학년이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2학년이 되면 함께 1학년을 즐겼던 남학생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전국에서 하나 둘 모여 함께 즐겼던 대학교를 떠나, 빡빡 깎은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금 전국으로 흩어진다. 서울대도, 연세대도, 그 어느 대도 아니다. 군대다.
남학생들의 시간은 2학년에 멈춰있다. 관념적인 말이 아니다. 실제로 통계가 그렇다.

KESS에서 발표한 2025년 전국 대학교 학년별 재적학생수 통계 자료이다. 다른 학년들은 남녀 비율이 비슷한 반면, 2학년은 남학생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실제로 많은 남학생들의 시간이 대학교 2학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입대한 수많은 대학생들은 사회로부터 단절되어 있다고 느낀다. 유일한 연결 통로가 SNS이다. SNS를 통해 빠르게 자기의 앞길을 헤쳐나가는 사회의 친구들을 지켜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 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재수나 삼수와 같이 N수를 경험한 이들이라면 그 정도가 더욱 심할테다. 나 역시 군인이었을 시절에 이런 불안감을 꽤 많이 느꼈지만, 어차피 군대 안에서는 할 수 있는게 없다는 막연함에 좌절하곤 했었다. 그래서, 뭔가는 하고 싶지만 뭘 해야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안한다.
이병~병장들을 위한 가이드라인
가이드라인에 들어가기 앞서 기억해둘 것이 있다. 군대에서는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꾸준한 운동과 독서를 통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전역하는 것이 최우선이란 말로 글을 시작한다.
1. 이병이제 막 군인이 된 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에도 바쁘다. 전부 나보다 윗 계급인 사람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무엇인가 한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시기에는 최대한 눈치를 살피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신경 쓰도록 하자.
일기를 꾸준히 쓰면서 사회에서의 내 현위치를 되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 자기계발을 하고 싶다면, 독서와 운동 습관을 들여놓자. 더 나아가, 본인 자유 시간에 휴대폰으로 꾸준히 뉴스나 카드 뉴스를 보며 사회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 또한 좋은 습관이다.
2. 일병
외관도, 마인드도 이제 좀 군인이 된 것 같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나에게 조금씩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와 동시에 조급함을 느끼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여러가지 군인 혜택을 이용하기 좋다.
먼저 군 e-러닝을 이용할 수 있다. 각 대학마다 제도가 상이하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국군장병 대상으로 6학점 이상을 저렴한 값에 온라인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나라에서 지원하는 군자기계발비용 12만원으로 책 구입이나 자격증 시험 응시를 할 수 있다. 군 장병은 국가기술자격을 무료로 응시할 수 있으니, 이 점도 기억해두면 좋은 팁이다. 이러한 나라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최대한 잘 활용한다면, 사회에서 못지 않게 성장할 수 있는 곳이 군대이다.
만약 앞서 말한 것들이 너무 부담이 된다면 꾸준히 자유시간에 SNS 운영 경험을 쌓는 것 역시 매우 좋다. 실제로 수많은 인스타그램 매거진이나 카드뉴스 계정 운영자들이 군대에서부터 취미로 계정을 운영하기 시작한 경우가 많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운영해보는 경험은 사회에서 큰 자산이 될 것이다.
3. 상병
상병은 군생활의 꽃이다.
눈치도 덜 보고, 본인에게 어느 정도의 자유가 생기는 시점이다. 군에 있을 시간보다, 사회로 복귀할 시간이 더 짧다는 생각에 마음이 부푸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럼 이때부터 사회로 나갈 상상을 해보자.
내가 사회로 나가면 무엇을 할지 구체적으로 그려보자. 한 마디로 진로 로드맵을 짜보는 것이다. 내가 뭘 할 때 행복한지, 뭐를 잘하고, 앞으로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를 차근차근 공 들여 생각해보면 금방 시간이 흐를 것이다. 이 시기에 이것을 하지 않고 사회에 나가서 허겁지겁 생각하다 보면 더욱 마음이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더 나아가 경제 공부를 하자. 전역하고 나면 평생 만져본 적 없는 목돈이 생긴다. 이 목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면서 이 기회에 실제로 기본적인 경제 개념을 익히고 돈을 어떻게 운용하는지를 학습하는 것을 추천한다. 생각보다 사회에서는 따로 경제 공부를 하기 위해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4. 병장
집 갈 준비를 하자.
사실 이 시기에는 들뜬 마음으로 계속해서 휴가 나가기를 반복하며 현실적으로 자기계발하기 어렵다. 군대에서의 생활을 잘 마무리하면서, 사회로 복귀할 준비를 하자. 그렇다고 군생활 내내 이어왔던 운동과 뉴스 보기와 같은 좋은 습관들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병장의 사회화 가이드는 다음 섹션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병장 사회화 가이드
복학생은 서럽다.
마음만은 아직 2학년에 머물러 있는데, 학교로 돌아온 나는 벌써 고인물이 되어 있다. 함께 놀던 친구들 역시 정신을 차린건지 마냥 군대 가기 전처럼 놀아주지 않는다. 진정한 홀로서기다. 그러나 나에게서 자꾸 군인의 진한 향기가 난다. 군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듯이, 사회도 그 시간이 필요하다. 수많은 말년 병장 혹은 전역자들을 위한 효과적인 사회화 가이드를 제안한다.
1. 외적 사회화

- 짧은 머리 스타일링
짧은 머리라도 잘 손질하면 내가 박서준이고, 손흥민이다. 무작정 기르겠다고 손 놓고 지저분하게 두면, 사회도 우리의 손을 놓을 것이다.
- 스킨 케어
남자의 생명은 피부이다. 우리가 그동안 군대에서 방치했던 우리의 피부를 본격적으로 관리해보자. 군 적금을 통해서 우리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킬 절호의 기회이다.
- ROKA 옷 폐기하기
전역하고도 군대에서 사용하던 보급품들을 사회에서 쓰고 다니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군인에서 진정으로 벗어나고 싶다면, ROKA가 그려진 추리닝과 양말, 패딩을 학교에 입고 가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2. 내적 사회화

- 다나까 금지
전역하고 나면 입에 '~다나까'가 붙는다. 새로운 모임에서 "좋습니다~ 다들 모이셨습니까?"하는 순간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질 것이다.
- 병장 마인드 고치기
사회에 나와서도 군 생활에 심취해 있는 이들이 몇몇 있다. 아직도 본인이 왕인 병장인 줄 알고 본인보다 동생인 사람들한테 습관적으로 뭘 시킨다거나 상대방에게 명령조로 말하는 이들 말이다. 사회에는 병장이 없다는 것을 잊지 말자.
-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 금지
사회에 나오면 못하던 연애도 하고 싶고,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되도록이면 군대 이야기는 지양하도록 하자. 소수만 아는 재밌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소외시킨다. '나 때는~'까지 덧붙인다면 더욱 누군가와 멀어지기 좋다!
3. 위기를 기회로

- 군필자
군필자의 메리트는 굉장히 크다. 인생의 큰 산을 넘은 입장에서, 크게 주저할 일이 사라진 것이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도, 연애도! 듬직한 매력은 덤이다.
- 군대 습관을 사회로
군대에서 잘 들여놓은 습관을 사회에서도 이어간다면 큰 성공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꾸준한 몸관리와 독서. 앞서 말했던 뉴스를 보는 습관이나 군대에서부터 이어오던 SNS를 꾸준히 운영한다면, 이제는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이 아닌, 앞서간다고 할 수 있겠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즐길 수 없다면?
즐길 수 없다면 그게 그저 내게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는 늘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앞서 말했듯이 군대에서는 대단한 걸 이루어야겠다는 의지보다 중요한 것이 최대한 건강하게 자신을 지켜서 나오는 것이다. 누구는 책을 100권 읽고 나올 수도 있고, 누구는 푸쉬업을 매일 100개씩 하고 나올 수도 있다. 각자에게 주어진 같은 18개월을 얼마나 현명하고 계획적으로, 잘 활용하는지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러니 앞서 제안한 가이드라인은 보편적인 대학생들을 위한 아주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일 수 있겠다.
이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에 각자의 계획을 덧붙여 더욱 알찬 생활들을 이어나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를 위해 복무하고 있는 수많은 국군 장병들이 군대에서의 경험이 자양분이 되어 전역 후의 삶에 꼭 꽃을 피울 날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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