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사는 '마마무'인데 왜 기는 빨릴까? 26학번을 구원할 술 냄새 뺀 '전공 팝업'
일주일의 절반 이상, 주말까지 반납하며 성수동으로 출근합니다.
팝업 공간을 위한 대관 업체를 섭외하고 브랜드의 SNS 마케팅을 관리하는 PM으로서

제가 매일 목격하는 풍경은 명확합니다. 사람들은 줄을 서서라도 낯선 브랜드의 공간에 기꺼이 들어간다는 사실입니다. 그곳엔 강요된 자기소개도, 억지로 마시는 술잔도 없습니다.
오직 브랜드가 준비한 ‘콘셉트’와 방문객이 즐기는 ‘체험’만 있을 뿐이죠.
성수동 PM으로서 현장의 뜨거운 자발적 몰입을 기획하다가 캠퍼스로 돌아오면 마주하는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자~ 다 같이 마마무! 마음껏 마시되 무리하지 말자~!"

■ 다정한 배려가 때로는 '벽'이 된다
'마마무'라는 건배사에는 신입생을 아끼는 선배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기획자의 시각에서 보면, 여전히 소통의 중심이 '술'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무리하지 말라는 그 다정한 배려조차, 누군가에게는 술자리에 끝까지 남아있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압박이나 반드시 해내야 하는 '신입생의 숙제'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우리는 꼭 취해야만 친해질 수 있다고 믿는 걸까? 언제까지 간 수치를 깎아가며 소속감을 증명해야 할까요?


1. 전공이 ‘브랜드’가 되는 경험
스포츠 산업 전공자들이 이스포츠 대회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모습은 여느 프로 기획팀 못지않게 능숙했어요. 특히 놀라웠던 건 직접 발로 뛰어 따온 '협찬' 리스트였습니다.
카페 곳곳에 붙은 감각적인 포스터들과 브랜딩 요소들, 그리고 협찬사의 로고를 보며 "우리 과 정말 일 잘한다"는 실질적인 자부심을 느끼는 게 보였죠. 전공이 단순히 이론이 아니라 하나의 '힙한 비즈니스'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2. 술기운 없이도 터지는 몰입의 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분위기였어요. 술 한 방울 섞이지 않았음에도, 학생들은 게임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서로에게 깊이 몰입하고 있었습니다.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한 억지 건배사 대신, 더 나은 전략을 고민하고 승패에 환호하는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술기운을 빌리지 않고도 공통의 취향 하나로 밤을 지새우는 낭만, 성수동 PM인 저조차 캠퍼스 기획의 힘에 다시 한번 놀랐던 풍경입니다.
3. 단순한 '행사'를 넘어선 '가치' 증명
이들은 단순히 놀고 즐기는 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행사 수익금을 직접 기부하는 과정을 통해,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가치를 만든다는 뿌듯함을 공유하더라고요. 선배들이 깔아준 '판' 위에서 신입생들은
소속감을 넘어, 내가 속한 집단이 얼마나 건강한지를 확인하는 '미닝아웃'의 정석을 보여주었습니다.


■ 마치며: 3월, 우리 조금 더 '힙'하게 친해질까요?
성수동의 수많은 팝업스토어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듯,
대학의 행사도 이제는 단순한 '술자리'를 넘어 우리 학과만의 팬덤을 만드는 ‘브랜딩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현장에서 제가 목격한 외대 학생들의 팝업은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습니다.
억지로 권하는 술잔보다, 우리 과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기획으로 증명할 때
신입생들은 더 자발적이고 깊은 소속감을 느낍니다.

"우리 과 행사, 성수동 팝업보다 힙하네?"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그 학과의 브랜딩은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이번 미션을 준비하며 제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명확합니다.
낯선 환경에서 길을 잃은 26학번 친구들에게 술잔 대신 '전공의 자부심'을 쥐여주는 것.
'마마무' 같은 낡은 건배사 고민은 이제 성수동에 버려두고,
우리 전공만이 줄 수 있는 진짜 기획의 재미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성수동에서 공간을 관리하고 마케팅을 고민하는 PM으로서, 또 글을 쓰는 대학생으로서, 저는 앞으로도 캠퍼스 곳곳에 이런 '건강한 몰입'이 퍼질 수 있도록 기록을 멈추지 않을 예정입니다.
술기운이 아닌 전공 부심으로 취하는 3월, 우리 이제 더 나다운 방식으로 캠퍼스를 즐겨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