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하지 않는 대학생들도 있다.
3월이 가까워질수록 주변은 자연스럽게 분주해진다.
시간표를 짜고, 강의 계획서를 확인하며, 새 학기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하나둘 늘어난다.
하지만 모든 대학생이 이 시기를 ‘개강’으로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3월을 나지만, 어떤 대학생들은 강의실이 아닌 전혀 다른 자리에서 이 달을 보내고 있다.
01. 휴학생: 다시 돌아가지 않는 달
휴학생에게 3월은 이전과는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하는 달이다. 학교를 잠시 떠나 있긴 하지만, 완전히 남남이 된 것도 아니다. 동기들이 모인 단톡방은 개강 공지로 시끄럽고, SNS엔 오랜만에 만난 이들의 술자리 사진이 올라온다. 개강을 기다리지 않는다고 해서 이 시간이 가벼운 건 아니다. 오히려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치열하게 답해야 하는, 고요하지만 뜨거운 달이다.
02. 인턴: 수강신청 대신 출근보고
인턴에게 3월은 시간표보다 출근 시간이 먼저 정해지는 달이다. 강의 계획서를 훑는 대신 업무 메일을 확인하고, 캠퍼스 잔디밭보다 사무실 근처 식당 동선이 더 익숙해진다. 학생과 직장인 그 사이 어딘가의 경계, 학교 밖에서 부딪히는 그 시간들이, 어쩌면 전공 수업보다 더 구체적인 내일을 그려줄지도 모른다.
03. 취준생 : 개강보다 마감이 선명한 달
취준생에게 3월은 새 학기의 설렘보다 채용 공고의 긴장감이 더 또렷하다. 전공 교재 대신 자소서를 열고, 수업 시간 대신 서류 마감 기한을 기준으로 하루를 쪼갠다. 캠퍼스의 봄꽃은 예쁘지만, 지금은 모니터 속 공고문이 눈에 더 들어온다. 대학과 사회의 사이에서, 나만의 중심을 잡으며 버텨내는 현실적인 봄이다.
04. 군 복무 중인 대학생 : 멀리서 통과하는 캠퍼스
군인 신분인 대학생에게 3월은 계절이 아니라 숫자로만 다가온다. 개강 소식은 좁은 휴대폰 화면 너머로 전해지고, 캠퍼스의 풍경을 직접 밟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시간이 멈춰있는 건 아니다. 다른 방식으로 흐를 뿐, 군복 속에 숨겨둔 대학생이라는 정체성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05. 고시생 : 반복되는 하루가 유일한 리듬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에게 3월은 계절의 변화보다 루틴의 유지가 중요하다. 세상이 개강으로 들썩이든 말든, 늘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펜을 잡는다. 개강은 이들의 리듬을 바꾸지 못한다. 주변의 소란함 속에서도 묵묵히 자기 속도를 지켜내야 하는, 가장 정적인 3월이다.
06. N수생 : 조금 늦게 도착해도 괜찮은 자리
한 번쯤 캠퍼스를 밟아봤기에, 3월의 소음이 더 선명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소속 없는 시간 속에서 다시 책상 앞에 앉는 마음. 남들보다 조금 늦어지는 것 같아 불안할 때도 있지만, 한 번의 선택을 뒤로하고 다시 시작한 만큼 내가 가야 할 곳은 이전보다 더 분명해져 있다.
개강을 기다리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된 건 아니다.
개강을 중심으로 대학생의 3월을 설명하는 방식은 너무나도 오래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대학생이라는 이름 아래에는 훨씬 다양한 속도와 상태가 존재한다. 누군가는 강의실로 향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누군가는 잠시 멈춰 서 있다. 3월을 개강으로 맞이하지 않는다고 해서 뒤처진 것도, 대학생답지 않은 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는 그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 계절을 통과하고 있을 뿐이다.
개강하지 않는 대학생들도 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지금을 잘 살아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