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내가 생각한 고학번의 모습은 이게 아니었다
아직 마음은 새내기인데, 질문만 많아진 3월
3월의 캠퍼스는 언제나 시끄럽다. 새내기들의 웃음소리, 동아리 홍보 부스, 새로운 시간표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누군가에게 3월은 늘 설렘의 계절이다.
그런데 고학번이 되고 맞이한 3월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여전히 학생이지만, 동시에 이제는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할 사람처럼 느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많은 대학생들은 고학번이 되면 자연스럽게 방향이 정해질 거라 생각한다. 어느 길로 갈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개강이 반갑지 않은 건 처음이에요.”
21학번 김 씨는 개강을 앞둔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김 씨는 “수업 때문은 아니고요. 또 한 학기가 시작됐는데 아직도 진로가 명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요”라고 설명했다.

고학번이 되면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 학교 생활도 익숙해지고, 인간관계도 편해지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생길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의 고학번은 자유보다 질문에 더 자주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진로는 정했어?”
“졸업하면 뭐 할 생각이야?”
“이제 슬슬 준비해야 하지 않아?”
주변의 질문은 점점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다.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지보다,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더 많이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학생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뭔가를 시작해야 한다’고 느낀다.
■인터뷰① 학부연구생으로 겨울방학을 보낸 23학번 이수진(가명) 씨
실제로 지난 겨울방학을 쉬지 않고 연구실에서 보낸 학생도 있다.

Q. 겨울방학을 학부연구생으로 보내게 된 이유가 있나요?
“솔직히 아직 연구자가 되고 싶은 건지, 다른 길을 갈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4학년 되기 전에 전공 관련 경험을 한 번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것도 안 한 채로 졸업하게 될까 봐 그게 더 불안했어요. 그래서 일단 부딪혀보자는 마음이었죠.”
Q. 연구실 생활을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진로가 딱 정해진 건 아니에요. 그런데 적어도 ‘이건 나랑 안 맞겠다’ 같은 건 알게 된 것 같아요. 막연히 불안하기만 했던 것보다, 이제는 좀 현실적으로 고민하게 된 느낌이에요.”
Q. 새 학기를 맞은 지금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요?
“여전히 고민은 많죠. 근데 최소한 ‘아무것도 안 했다’는 후회는 덜한 것 같아요. 경험을 해보니까 방향을 조금씩 좁혀가고 있다는 느낌은 들어요.”
■인터뷰② 아르바이트를 여러 개 병행하고 있는 21학번 박진혁(가명) 씨
B씨는 학기 중에도 아르바이트를 세 개나 병행할 생각이다.

Q. 여러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진로가 아직 확실하지 않다 보니까, 당장 할 수 있는 준비가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일단 돈이라도 모아두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졸업하고 나서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으니까 버틸 수 있는 여유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Q. 학업과 일을 같이 하면서 힘들지는 않나요?
“솔직히 체력적으로는 많이 힘들죠. 근데 일을 하다 보면 학교랑은 또 다른 경험도 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잖아요. 그런 게 나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불안해서라도 계속 움직이게 되는 것 같아요.”
Q. 지금 가장 고민되는 건 무엇인가요?
“시간이 계속 가고 있다는 거요. 아직 뭘 할지 확실하지 않은데 학년은 올라가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것보단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방향을 찾으려고 하고 있어요.”
누군가는 경험을 쌓고, 누군가는 돈을 모으고,또 누군가는 잠시 멈춰 방향을 고민한다.
선택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래서 고학번의 3월을 꼭 불안한 시기로만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직 마음은 새내기 같아요.그런데 이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도 같이 들어요.그래서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아마도 고학번은 이미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여전히 방향을 찾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 이라고 정의해야 할 것 같다.다만 그 고민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마주하게 되었을 뿐이다.
캠퍼스의 봄은 여전히 밝고 시끄럽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각자의 속도로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도 함께 존재한다.
조금 늦어 보일 때도 있고, 아직 준비된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많은 학생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금의 시간은 충분히 의미 있는 과정일지 모른다.
그래서 올해의 3월 역시, 누군가에게는 또 하나의 출발선이 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앞으로 펼쳐질 시간이 더 많은 20대 대학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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