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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 정병, 내가 그걸 모를까?

"저 합격했어요! 불합격했어요!" 취준 정병 이야기
스무 살 초반까지만 해도 친구들을 만나면 대화의 절반은 연애 이야기였다.
누가 누구랑 사귀는지, 헤어졌는지, 과팅은 어땠는지 같은 이야기들.

그런데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취업 준비 얘기로 흐른다. 취업 준비하고 있는지, 무슨 자격증을 따고 있는지, 졸업하면 뭐 해먹고 살 건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괜히 나만 뒤처진 것 같고 마음이 급해진다.
이게 말로만 듣던 취준 정병인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나만 이렇게 불안한걸까? 아마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불안한데 태연한 척하고, 조급한데 쿨한 척하고,
속은 난장판인데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웃고 있는 것 말이다.


사실은 다들 비슷한 취준 정병을 하나씩 안고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모아봤다.

곧 졸업을 앞둔 취준생들의 진짜 속마음들을.


*취준 정병:장기화된 취업 준비 과정에서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상태


■ Interview

저는 휴학해서 더 불안해요
윤대경, 충북대학교 소비자학과 22학번

막학년을 앞둔 소감 

‘아 진짜 큰일났다’ 싶은 순간이 자주 와요. 막학년이 되니까 다음 학기 과제나 시험 걱정보다도, 졸업 후에 내가 뭐 하면서 살지가 더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이제는 친구들을 만나면 대부분 취업 얘기하는 게 국룰이 되었는데, 그런 날에는 집에 와서 괜히 구직 공고 사이트 들어갔다가 탭만 열 개 켜놓고 닫은 날도 많아요.

 

주변에서 하나둘씩 취업에 성공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심란해질 것 같아요.

엄청요. 단톡방에 합격 소식 뜨면 축하 이모티콘 누르면서도 속으로는 조금 배아프기도 해요. ‘나는 뭐 부족하지? 다른 거 하나 더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고요. 괜히 그날은 더 울적해져서 취준 정병이 더 심해지기도 한답니다..나만 두고 다들 어디를 그렇게 잘 가는지...


내가 지금 가진 취준 정병은

특히 알바가 끝날 때 쯤 되면 괜시리 우울해져요. 백화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데, 백화점에 일하고 계신 분들을 보면 ‘나도 진짜 이런 곳 취직하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거든요. 어떤 날은 알바 마치고 새벽 두 시에 갑자기 취준 정병 때문에 조바심이 들어서 갑자기 토익 스피킹 시험 접수한 적도 있어요. 
이건 좋은 거라고 해야하나요?


취준 정병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

저 스스로한테도 해주고 싶은 말인데요. 불안한 게 이상한 게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오히려 아무 생각 없으면 그게 더 무서울지도 모르잖아요? 다만 남 인생이랑 비교하다 보면 내 페이스 잃기 쉽더라고요. 제가 지금 딱 그래요. 각자 가는 속도는 다르고, 지금 이 고민 자체가 나중엔 분명 자산이 될 거라고 믿어요.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신지호, 충남대학교 응용생물학과 22학번


막학년을 앞둔 소감 

일단 웃고는 있는데 속으로는 울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살아요. 근데 집 가면 취업 준비를 위해 계획 세운 것만 한 열다섯 개 됩니다. 계획만 장황하게 세우고 근데 실천으로 옮기는 게 참 힘든 요즘인 것 같아요.

 

주변에서 하나둘씩 취업에 성공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심란해질 것 같아요.

네, 마치 친구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처럼 머리가 댕~ 울려요. 그래서 축하해주고 그냥 혼자 이불 덮고 천장 봐요. 현타가 오다가 갑자기 ‘나도 오픽이라도 준비해야하나?’ 싶어서 오픽 강의, 공부법을 막 찾아보기도 하고요. 근데 막상 하루 하고 안 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지금 가진 취준 정병은

쉬고 있으면 죄책감 드는 거. 친구랑 놀다가도 ‘나 지금 놀아도 되는건가?’ 이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갑자기 울적해지곤 합니다. 집에 혼자 있으면 특히 더 죄책감이 들어서 혼자 카페 가서 노트북 켜놓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열심히 하는 척합니다. 일단 나온 거 자체로 그나마 죄책감이 덜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취준 정병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

솔직히 다 비슷하지 않나요? 웃으면서 얘기해도 밤에는 각자 채용 사이트 보고 있을걸요. 너무 잘하려다 보면 더 멘탈 갈려요. 여러분! 우리 그냥 하루에 하나씩만 해도 충분히 잘 버티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시다. 저는 우선 좀 더 준비를 해야할 것 같긴 해요.



졸업을 앞두고 심란한 마음
김민지, 충북대학교 21학번 디자인학과


막학년을 앞둔 소감 

기쁘기보다는 조금 무서워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계속 배우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졸업하고 진짜 사회인으로써 날 채용하는 기업들에게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는 느낌이 커졌거든요. 작년까지만 해도 '아 빨리 졸업하고 싶다' 이 마음이 컸었는데 이제는 평생 대학생이 하고 싶어요..

주변에서 하나둘씩 취업에 성공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심란해질 것 같아요.

친구들 대부분 취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졸업 유예나 휴학을 하긴 했는데, 가끔 휴학이나 졸업유예 안하고 스트레이트로 인턴 붙었다는 친구들의 얘기를 들으면 스스로를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나는 휴학도 했고 아직 인턴 한번도 안했는데..'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내가 지금 가진 취준 정병은

집에 가만히 있으면 갑자기 불안해질 때가 있어요. 졸업반인데도 크게 뭘 하고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몰려올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아니면 나보다 후배들이 더 열심히 사는 걸 볼 때면 괜시리 학교 다닐 때 더 열심히 살 걸 이런 생각도 들고.. 릴스에 취업 관련 나오면 그냥 회피해버려요. 저는 아직 제가 애기 같은데 벌써 취업이라니요.


취준 정병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

솔직히 이 시기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불안하다는 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 같거든요. 근데 그런 감정들은 이상하게 쉽게 말 못 하게 되잖아요. 괜히 약해 보이고 뒤처진 것 같아 보일까 봐 그냥 괜찮은 척하고 넘기게 되고요. 언젠가는 우리가 스스로 “그래도 그때 버텼다”라고 말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취준하고 있는 사람들 너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조금은 솔직해져도 좋을 것 같아요.

취준생들, 아자스!!!


이 세 명의 이야기는 취준생들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평범한 이야기다.
취업난이라는 소식이 쏟아지는 이 세상에서
모두들 불안해 할 것이고 막막할 것이고, 나 또한 그렇다.
그러나 이런 불안함은 결코 부끄럽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뭔가를 향해 가고 있다는 증거니까!
우리가 불안한 것은 이미 성장으로 가는 길 위에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취업이란 주차장에 나에게 맞는 자리 하나쯤은 반드시 있다.
합격하면 내 것이고, 불합격하면 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가 내 것이 아니였던 것일 뿐.

그러니, 대한민국 모든 취준생들 취준 정병에 기 죽지 말고 파이팅!!




editor. 오디

#취업#취준#정병#취준생#대학생#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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