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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완벽하지 않은 축제를 오래 기억할까

‘완벽하지 않아 더 선명한’ 대학생의 축제를 기록하다

 비 오는 축제 밤, 우산 하나 아래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비를 피하려고 모였을 뿐인데, 그 안에서 이상하게 웃음이 터졌다. 젖은 운동화, 식어가는 맥주, 조금은 엉망인 테이블 위. 그날의 축제는 분명 잘 짜인 무대도, 완벽한 동선도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돌아보면 대학생의 축제는 늘 그렇다. 비가 오기도, 기다림이 길어지고, 계획은 자주 틀어진다. 그런데도 우리는 매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꺼낸다. “그때 진짜 웃겼잖아.” 어쩌면 축제는 잘 놀기 위해서라기보다, 잘 안 해도 괜찮았던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여러 대학의 축제를 오가며 만난 순간들도 비슷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특별한 장면이라기보다, 너무 익숙해서 그냥 흘려보내기 쉬운 풍경들. 작은 우산 아래 모여 앉아 있던 밤, 주점에서 캔을 따며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대화. 특별한 축제였지만, 그 축제를 보낸 우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 점이 오히려 가장 좋았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풍경 앞에서
경희대 축제의 하늘은 유난히 예뻤다. 졸업을 앞둔 경희대생과 나란히 서서 무대를 바라보던 그때, 문득 생각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것 같은 풍경 앞에서 낭만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올랐다. 축제가 끝난 뒤 회기로 흘러가던 발걸음도, 맥주 캔을 기울이며 이어지던 대화도 모두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우리의 축제는 특별했지만, 그 축제를 한 우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는 것. 그 점이 제일 좋았다.

잘 안 해도 되는 밤이 있어서
축제의 밤은 이상하게도 우리를 조금 느슨하게 만든다. 완벽하지 않아도, 잘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라는 허락이 공기처럼 퍼진다. 한성대 축제에서 비를 맞으며 주점 서빙을 하던 날도 그랬다. 손은 바쁘고 신발은 젖어 갔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가벼웠다. 일이 끝난 뒤 교수님들이 건네준 양주 한 병까지. 그 순간, 누군가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잘 안 해도 돼요.”


이 순간을 나중에 몇 시간이고 떠들겠지
고려대 축제 날은 새벽 5시에 집에 가려고 할 때 다시 주점에 부름에 시작됐다. ‘정말 노는 것도 끝까지 노는구나’ 싶으면서도, 그 말이 싫지 않았다. 지금은 피곤하고 정신없지만, 분명 언젠가는 이 장면을 붙잡고 몇 시간이고 떠들게 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우리의 미숙함을 사랑한다
광운대 축제 날도 비가 왔다. 우산은 하나뿐이었고, 우리가 앉은 자리 위에는 천막도 없었다. 작은 우산 하나로 다 같이 몸을 욱여넣고 음식을 먹던 그 장면은 어쩐지 엉성했다. 하지만 바로 그 미숙함 때문에 웃음이 터졌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 기억에 남는 순간들. 나는 아직도,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우리의 그런 미숙함을 사랑할 것 같다.

속는 셈 치고, 망설임 없이 청춘을 써보라고
축제는 대단한 계획이나 거창한 목표 없이도 충분히 빛난다. 비를 맞고, 밤을 새우고, 맥주 캔을 기울이며 우정을 도모하는 얼마나 낭만적인 시스템인지. 속는 셈 치고, 망설임 없이 청춘을 써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잘 안 해도 되는 밤들이 모여, 나중의 우리를 버티게 할 이야기가 될 테니까.

축제 낭만러의 실제 친구들 반응 ..


 축제는 늘 그렇게 끝난다. 비를 맞고, 밤을 새우고, 약속보다 조금 더 오래 머물다 집으로 돌아간다. 그때는 그저 피곤하고 정신없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밤들이 가장 오래 남는다.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언젠가는 이 장면들을 붙잡고 몇 시간이고 떠들게 될 것이다. “그때 비 와서 우산 하나로 버텼잖아.” “그날 새벽에 진짜 웃겼지.” 지금은 그냥 지나가는 하루 같지만, 나중의 우리는 이 밤들을 꽤 오래 꺼내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우리의 미숙함을 사랑한다. 잘 안 해도 괜찮았던 밤, 엉성했지만 웃음이 많았던 순간들. 축제는 끝났지만, 그때의 감정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아마도 우리의 청춘은, 그런 밤들로 조금씩 완성되는 게 아닐까. 
 

#대학생#축제#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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