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청춘이라서 밴드를 한 건 아니었다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된 이야기들
밴드부 하면 그냥 멋있고 낭만적인 거 아니야?


밴드는 흔히 '청춘을 대표하는 활동'으로 불린다.
무대 위 조명, 관객들의 환호, 그리고 왠지 모르게 청춘스러운 순간들.
그래서 밴드 동아리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낭만적인 대학생활'을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밴드 동아리를 선택한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선택은 막연한 이미지 하나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처음 악기를 잡고 어색하게 소리를 냈던 날, 합주실에서 타이밍 하나 맞추기 위해 몇 번이고 같은 부분을 다시 연주하던 순간, 공연 직전까지 "이거 괜찮은 거 맞지?"를 되뇌던 기억까지.

누군가는 관객이 아니라 참여자가 되고 싶어서, 누군가는 대학생활의 중심을 무대 위에 두고 싶어서,
또 누군가는 스펙 중심의 활동에서 벗어나 '대학생활을 즐긴다'는 감각을 느끼고 싶어서 밴드를 시작했다.

이 글은 '청춘이니까 밴드를 했다'는 설명을 넘어서,
각자가 어떤 이유로 밴드를 선택했고,그 선택이 대학생활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기록하고자 한다.


 Interviewee

세션부
🐹: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3학번 재학 중인 베이서고, 지금은 휴학 중이야!
🐻: 휴학하면서 인턴하고 있는 23살 대학생이야!

기획부
👾: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밴드부 기획부장이었어!
🐰: 저는 낭만을 추구하는 스물넷 여성이에요.(웃음)



Q. 밴드 동아리에 들어오게 된 계기와, 처음 악기를 잡았을 때의 기억이 궁금해!

🐹: 중학생 때부터 알게 모르게 밴드 음악을 좋아했는데, 고3 때 밴드를 본격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했어! 근데 그때는 당연히 공연이나 연주를 할 수 없는 시기였고, 대학 입학 후에 냅다 베이스를 사고 밴드를 시작했어. 내 악기를 처음 쥐니까 되게 애정이 갔던 것 같아. 노래 들을 때도 일부러 베이스 소리만 듣기도 하고.(웃음)

🐻: 악기를 하는 엄마, 아빠 밑에서 태어나서인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악기들이 이끄는 음악을 좋아했어. 에브릴 라빈으로 시작된 덕질 덕분에, 당연하게도 대학에 가면 밴드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 처음에 연습했던 통기타는 재미가 없더라고..? 그러다 아빠의 권유로 베이스를 쳐보게 됐는데, 앰프에 처음 연결했을 때 전두엽이 번쩍번쩍거리던 건 아직도 생생해!! 내 첫 연주곡은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였어. ㅎㅎ

Q. 밴드 동아리에 들어오게 된 계기와, 기획부로서 공연을 꾸며나갔을 때의 기억이 궁금해!

👾: 밴드를 너무 사랑해서 일단 들어가자!가 내 마음이었어. 공연이 연주만으로 이루어지진 않거든. 대관부터 프로그램표, 진행 소통까지 대부분을 기획부가 맡아서 하게 되는데, 정말 하나도 모르는 것 투성이였어. 대관은 어떻게 하는지, 악기는 어떻게 빌리는지... 근데 공연을 올리고, 직접 만들었던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나니까 다른 공연들을 볼 때도 훨씬 넓은 시선으로 보게 된 것 같아!

🐰: 다양한 밴드 음악에 관심이 생겨서 들어가게 됐어요. 마침 장래희망도 음악 산업 쪽이라, 학교 안에서 실제로 공연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 좋게 느껴졌어요. 한 학기 동안 열심히 준비한 공연을 볼 때면 뿌듯하기도 해요.



Q. 밴드 활동을 하면서 '아, 이래서 밴드 한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어?

합주 당시 사진

🐹: 합주를 할 때 반복이 많은 악보를 연주하게 되면 타이밍 잡기가 어려웠거든. 그래서 다른 악기의 소리를 들으면서 타이밍을 맞춰야 했어. 그때 친구들의 눈을 보고 소리를 듣고, 같이 즐기면서 합주하니까 다 같이 하나가 된 기분이 들더라. 그때 '아, 이래서 밴드 하는구나' 싶었어.

🐻: 콜드플레이의 YELLOW에는 통기타가 혼자 이끌다가 갑자기 악기가 한 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거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재작년 겨울 공연에서 그 부분에 베이스로 딱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예상치 못하게 환호성을 질러주는 거야! 노래도 벅차오르는데 환호성까지 들리니까 저항 없이 웃음이 나오더라. 3일 전에 급하게 추가한 곡이라 더 웃겼었는데, 그 순간 때문에 잊지 못할 공연이 된 것 같아. 

👾: 아무래도 공연을 올렸을 때가 제일 인상 깊지. 기획을 하면서 공연이 잘 진행될지, 관객들이 함께 소통해줄지에 대한 걱정을 계속 하게 되는데, 막상 공연에서 다들 즐겁게 즐겨줄 때 가장 뿌듯했던 것 같아.

🐰: 학기 말에 직접 준비한 무대를 볼 때요. 다들 실력이 늘어 있기도 했고, 직접 준비한 결과물을 멋지게 선보이는 부원들의 모습을 보는 게 좋았습니다.



Q. 밴드 동아리를 하면서 스스로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공연 당일

🐹: 공연의 맛을 좀 알게 되었어. 무대에 서서 다 같이 하나의 공연을 만들다 보니까 점점 공연을 사랑하게 되었고, 지금은 공연 직무를 하고 싶어서 이래저래 준비 중이야. 그리고 어려운 걸 도전하는 주저함이 없어졌어. 나 같은 경우에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연주를 시작해서, 맨땅에 헤딩하듯 밴드 동아리에 들어갔거든. 매번 한 곡 한 곡이 다 챌린지였어. 그래고 그걸 해내다 보니까 '일단 해보자, 연습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아.

🐻: 멘탈이 강해졌어. 아마추어 밴드는 다투고 좌절해 가면서, 완성보다는 최선을 향해 가는 느낌이거든. 나는 밴드부 회장이었다 보니(자랑이야 ㅎㅎ) 음악적인 것 외에도 신경 쓰고, 싸워서 얻어내야 하는 게 정말 끊임없이 있더라고. 그러다 보니 사람이 좀 단단해졌어. 어떤 변수가 찾아와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근자감도 생긴 것 같아. ㅎㅎ

👾: 사실 기획부는 부원들 간의 소통이 정말 중요한 부서거든! 근데 나는 진행이 잘 안 되면 '그냥 내가 하고 말지' 하는 마음이 있어서, 기획부장을 하면서 초반에는 혼자 많이 진행했던 것 같아. 근데 할 일을 조금씩 나누고, 머리를 모아 함께 진행하다 보니까 점점 기획의 완성도가 높아지더라고. 그 과정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것 같아.

🐰: 각종 레크리에이션 준비에 도가 텄다는 점? 공연 중간에 진행하는 관객 참여 이벤트나 동아리 MT를 기획하며 레크리에이션 준비 실력이 늘어난 것 같아요. 그리고 취미로 밴드를 할 때 선곡하기 좋은 곡에는 뭐가 있는지도 알게 된 것 같아요. 취향을 크게 타지 않는, 올타임 명곡들 같은 거요.



Q. 연습이나 공연 준비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뭐고, 그걸 어떻게 버텨왔어?

🐹: 가장 힘든 건 불편한 사이여도 필요한 포지션이면 계속 마주쳐야 한다는 점인 것 같아. 특히 대타가 없는 포지션이면 더더욱 피하기가 힘들잖아. 그래서 최대한 불편한 이유를 잊으려고 노력했어. 그리고 노래에만 집중하다 보면 조금은 잊을 수 있더라고!

🐻: 내 개인적인 소망이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힐 때가 가장 힘들었어. 이 곡에 기타를 두 명 세우고 보컬을 바꾸면 해결될 게 보이는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거나 기타 인원이 부족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잖아.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인간관계도 참 힘들었던 것 같아. 그렇지만 결국 결과물은 아름다워! 아직도 원리는 모르겠는데, 결국은 최고의 결과물로 끝나더라고. ㅎㅎ 그 마지막 한 순간의 기억 때문에 모든 과정이 미화되면서 밴드부를 끊을 수 없었어...

👾: 공연 전에는 확신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던 것 같아. 홍보가 잘 되고 있는지, 관객은 얼마나 올지, 우리가 준비한 분위기가 현장에서 제대로 전달될지까지 모든게 공연 당일이 되어야 알 수 있었거든.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시작된 공연은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기억들이 더 크게 남아서 결국엔 늘 좋은 기억으로 마무리되는 것 같아.

🐰: 저는 기획부였어서 공연 준비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은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각 팀별로 의견이 맞지 않거나 분란이 있을 때, 지켜보는 입장에서 속생했던 기억이 있어요.



Q. 밴드를 하지 않았다면 대학생활이 어땠을 것 같아?

공연 당시 사진

🐹: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것 같아. 나는 목표가 생기면 다른 건 다 제쳐두고 그쪽으로 가는 타입인데, 밴드를 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서 여유를 찾는 방법'을 알게 됐어.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많은 것들이 밴드, 그리고 밴드 활동이라서 밴드를 하지 않았던 나를 상상하기가 어려워. 이제는 거의 '밴드=나'인 수준이야.

🐻: 진부한 답이긴 한데, 정말 재미없었을 것 같아. 밴드부 활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그 스트레스조차 재미있다고 느꼈거든. 일상을 계속 살아가려면 좋아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는 걸 생각해보면, 밴드부를 할 수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었어!! 한때는 등교의 의미가 되어주기도 했고, 게다가 살면서 박수 받아볼 일이 얼마나 되겠어!! 밴드부를 하지 않았더라면 대학생활은 아마 훨씬 건조하게 지나갔을 것 같아.

👾: 우선 밴드 동아리 기획부를 하면서, 꼭 공연이 아니더라도 많은 일들이 진행될 때 그 뒤에서 함께하는 스태프들을 떠올리게 됐던 것 같아. 실제로 어떤 장면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기까지는 정말 많은 과정이 필요하잖아. 그런 과정을 직접 겪어보니까, 세상의 많은 일들을 전보다 더 깊이 있게 바라보게 된 것 같아.

🐰: 지금보다 훨씬 지루했을 것 같아요. 다른 동아리들도 좋지만, 밴드 특유의 낭만은 쉽게 얻기 힘드니까요. 밴드부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인간관계도 지금보다는 훨씬 좁았을 것 같아요 ㅠㅠ.



Q. 지금 밴드 동아리를 고민 중인 새내기에게 해주고 싶은 말!


🐹: 당연히 시간도 많이 들고, 우여곡절도 많을 거야. 그렇지만 그 우여곡절들이 다 너만의 지도가 되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거야. 고민 중이라면 꼭 해보길 바라! 후회까지도 인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될거야.

🐻: 본인이 속해 있는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건 반드시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내 1년이 이렇게 바쁜가 봐...ㅎㅎ) 대학 밴드부는 우리 인생에서 길어야 4~5년 동안만 주어지는 기회잖아.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깝지 않을까?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있는데, 일단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때 그만둬도 돼!! 용기 내서 밴드부에 들어서는 것, 그거부터가 이미 시작이야 :-) 새내기들 파이팅!!

👾: 새내기는 낭만 밴드를... 절대로 사랑하게 될 거야~ 무대에 서는 순간도 좋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건 같이 연습하고, 실패하고, 다시 맞춰가던 시간들이거든. 나중에 돌아보면 '그래, 그때 밴드 했었지"하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기억이 생길 거야.

🐰: 직접 무대도 서고, 조명 아래서 박수도 받아보고, 뒤에서는 공연 하나를 같이 만들어보는 경험까지 할 수 있어요. 대학생 때 아니면 해보기 힘든 좋은 경험이니까 한 번쯤은 꼭 추천합니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밴드 동아리는 완벽해서 기억에 남는 게 아니라, 우당탕탕이라서 더 오래 남는다는 것.

합주가 잘 안 되던 날도 있었고, 공연 전엔 늘 걱정했지만 막상 끝나고 나면 "그래도 해보길 잘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 말은, 인터뷰 내내 꽤 여러 번 등장했다.

처음엔 청춘을 느껴보고 싶어서, 무대 위에 서는 낭만이 좋아 보여서 밴드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밴드는 단순히 '청춘스러운 활동'이라기보다 사람을 조금씩 단단하게 만드는 경험에 가까웠다.

지금 밴드 동아리를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면, 이 이야기들이 살짝 등을 밀어줬으면 한다.
잘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많이 들지 몰라도, 일단 해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청춘이라서 밴드를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재밌었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밴드는, 해보면서 배우는 거니까.
#동아리#밴드부#밴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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