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교환학생, 대체 뭐가 그렇게 좋은데?
지구 반대편의 대학생이 된 우물 밖 개구리들 이야기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 자라나는 20대들은 이 말을 때마다 자주 듣는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개구리 신세를 벗어난 사람들은 말한다. 나도 몰랐는데 내가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 내가 알던 것들의 밖에는 너무나도 넓은 세상이 있었다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눈은 정말 어딘가 달라져있어서, 무용담을 듣는 개구리 동지들은 괜한 동경과 호기심을 품게 된다.
개구리 탈출을 위해 추천되는 여러 방법들 중에는 대표적으로 해외 경험이 있다. 여행, 어학연수, 워킹 홀리데이, 한 달 살기, 그리고 교환학생.
교환학생은 그야말로 가장 대학생다운 활동이다. 오직 대학생일 때만 할 수 있고, 다른 해외살이와는 달리 대학생인 채로 외국에 가서 대학생으로 살다가 돌아오니까.
하지만 지금만 경험할 수 있다는 마감 임박 세일 같은 말에 넘어가기엔 불확실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교환학생을 다녀오면 시야가 넓어지고 성장하게 되고 아무튼 되게 좋다는데, 잘 실감도 나지 않는다.
바다 건너의 대학생은 어떨지 궁금한 여러분을 위해, 먼저 지구 반대편을 다녀온 개구리 동지들 세 명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교환학생, 대체 뭐가 그렇게 좋은데?
인터뷰이 P
오스트리아 빈, 2025년 1학기

빈에서의 교환학생을 결심한 이유는?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해외살이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환학생을 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특히 그동안 해외여행을 많이 해보지 않은 것이 아쉬워 이 기회에 최대한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 간 이동이 편리한 유럽을 선택했고, 영어로 소통이 무난하게 가능하면서, 적당한 물가에 여행하기 매우 좋은 입지에 있는 오스트리아 빈을 교환 도시로 선정하였습니다. 도시의 분위기가 평화롭고, 치안이 우수하며, 고풍스러운 경관을 자랑한다는 점도 선택 이유에 큰 몫을 했습니다.
국외에서 대학을 다니는 경험은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
개강과 종강일은 한국과 거의 유사하지만, 부활절 방학이 있어 훨씬 여유롭고 학기 중에도 쉼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반면 예상과 다르게 수업 로드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유럽 학생들은 수업시간 발표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교수님도 이를 적극 장려하십니다. 그래도 비교적 다인종이 함께 학교 다니는 일이 흔해서 그런지 교환학생들을 잘 챙겨주려는 분위기라 적응이 아주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친구들과 놀 때 즉흥적인 만남이 많습니다. 교환 초반에는 제가 mbti J성향이 강해서 예정되지 않은 스케줄이 생기면 약간 스트레스를 받곤 했습니다. 하지만 문화 차이에 좀 익숙해지고 난 후로는 오히려 새로운 친구에게 자연스레 오늘 뭐하냐고 물어보며 스몰톡도 하고, 시간 맞으면 같이 식사도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려 시험 전날에 공부도 안되어있는데 오렌지문을 보러 오겠냐는 친구의 연락에 급하게 뛰쳐나간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선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라 스스로도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교환학생의 묘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아쉽게도 오렌지문을 보는 건 실패했지만, 새벽까지 혼돈의 마피아게임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날을 기점으로 친구들과 친해져 정말 자주 만나고, 함께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습니다.
다시 돌아간다면, 바꾸거나 더하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면?
저는 성격이 급하고, 여행비를 아껴야한다는 강박이 커서 교환 초반 무리하게 학기말 여행까지 꽉꽉 채워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교환학생의 큰 장점은 유동적으로 학기중에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장점을 잘 활용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교환 막판에는 예상 경비를 한참 초과했는데도 숙소 예약이 되어있어 여행을 무조건 가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여행 자체는 너무 즐거웠지만 부모님께 죄송해서 다시 돌아가면 무리하지 않고 한달 후 여행까지만 계획해둘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있는, 혹은 출국을 앞둔 사람들에게 하고싶은 말
대부분 해외에서 혼자 장기간 생활하는 경험이 처음이라, 설렘과 동시에 많은 걱정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막상 가보면 별 거 아니니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교환 국가 관련 정보와 필수 준비물 정도만 잘 체크해두세요!
다만 교환학생을 가려던 이유가 불분명해지면 타지에서 힘들 때 멘탈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출국 전 자신의 교환학생 ‘제1의 목표’가 무엇인지 충분히 떠올려 본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경험은 소중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경험을 평가하기보다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 여러분의 경험이 스스로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져다주는지 고민해보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화이팅하세요!
인터뷰이 Y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2024년 2학기
암스테르담에서의 교환학생을 결심한 이유는?
저는 여행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서 교환학생 전까지는 중앙아시아, 중동, 인도 등의 국가를 다양하게 방문했었어요. 하지만 막상 유럽을 간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유럽 이곳저곳을 최대한 많이 여행해보자!라고 생각했고, 그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교환학생이라고 생각해서 유럽으로의 교환학생을 결심했습니다.
교환을 가는 이유 1번이 여행이다 보니까, 다른 유럽 도시로의 접근성이 좋은 곳을 찾고자 했고, 네덜란드는 운하와 좁은 벽돌집이 있는 아기자기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나라라는 환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막상 네덜란드에 살다보니 치안도 너무 좋고, 사람들이 다 영어를 너무 잘 해서 살기도 너무 편하더라고요. 그래서 돌아보면 암스테르담은 최고의 결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국외에서 대학을 다니는 경험은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
꼭 대학을 다니는 것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해외에서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꽤 있었고, 그것이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들은 수업들은 출석점수가 아예 없었는데요. 심지어 어떤 교수님은 “수강생이 많고 강의실이 협소하니 내용이 어렵지 않으면 강의에 오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대체로 교환학생은 공부하러 왔다기보다는 저와 같이 좀 놀고.. 즐기려고..ㅎㅎ 온 경우가 많잖아요. 한국에서의 평범한 대학교 생활과 교환학생 중 대학생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여기서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부가 주 목적이 아닌 생활’을 여기서 처음 해보았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당위에서 벗어나는 경험은 정말 달랐습니다(p).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는 그런 라이프스타일의 다양성을 겪어보는 것만으로도 교환학생을 갈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여행하기 위해 교환학생을 온 만큼 정말 많은 장소를 다니고, 그만큼 많은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본 오로라, 크로아티아 성벽 위에 앉아 내려다본 생생하게 치는 파도, 스위스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본 산..🥹
하지만 여행에서의 특별한 일보다는 네덜란드에서의 일상적인 날들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흐린 날 가로수가 쭉 이어진 길을 따라서 자전거를 타고 장보러 가던 때. 기숙사에서 저녁식사를 만들며 싱가폴 친구랑 얘기하던 날. 시내로 향하는 트램 안.
외국에서 혼자 살면서 겪는 매일의 일들이 ‘일상적이지 않은 일상’이 되었고, 그 일상을 지금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시 돌아간다면, 바꾸거나 더하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면?
저는 가고 싶은 곳을 다 가봐야 하는 장소 맥시멀리스트라서 유럽 이곳저곳을 다녔는데, 여러 나라를 너무 정신없이 다니느라 막상 교환 국가인 네덜란드 자체는 많이 돌아보지 못한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니까 진짜 장소 맥시멀리스트인 것 같네요 😅)
네덜란드를 떠나면서 ‘여기는 진짜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온다’고 맹세를 했는데, 그 때는 네덜란드에만 좀 길게 있으면서 조용히 지나간 교환을 추억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은 네덜란드로 대학원 가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키키)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있는, 혹은 출국을 앞둔 사람들에게 하고싶은 말
지금 당장 준비 중인 분들이라면,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금 힘들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을 것 같아요. 모든 것이 낯선 외국에 갑자기 혼자 나가서 몇 개월 사는 것은,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렇게나 가기 어려운 교환학생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이, 다들 너무 좋았다고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두 제각각의 이유가 있겠지만, 저의 경우 교환학생을 통해 ‘조금 더 새로운 선택을 하기 위한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요. 교환 중 했던 여행에 비추어보았을 때, 아직 가보지 않은 곳에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한로로의 “해초”라는 노래의 가사를 들면서 마무리짓고 싶네요. “벌써 쉽지 않겠지만 우린 꼭 무인도를 찾아야만 해.” 그 수단이 교환학생이든 무엇이 되었든, 여러분들의 무인도를 찾게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겠습니다 🙂
인터뷰이 K
영국 에든버러, 2025년 2학기

에든버러에서의 교환학생을 결심한 이유는?
교환학생은 제 대학생활의 로망 중 하나였습니다. 왜 그랬는지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단 한번도 부모님과 함께 사는 본가를 떠나 살아본 적도 없고 해외에 오래 지내본 적도 없어서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생활을 체험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영어를 쓰는 나라가 아무래도 편할 것 같아서 영국을 선택했고, 많이들 가는 런던을 가기에는 약간의 홍대병 ㅎㅎ.. 이 있어서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든버러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해리포터를 정말 좋아하는데, 에든버러가 해리포터의 많은 배경이 된 도시이기도 해서 더 정이 갔던 것 같아요. 제 전공인 언어학이 유명한 학교이기도 하고요.
국외에서 대학을 다니는 경험은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
우선 수업을 한 학기에 3개밖에 듣지 않는다는 게 가장 달랐습니다. 그렇다고 수업 하나의 로드가 한국보다 훨씬 많지도 않아서, 각각의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그래서 한국이었다면 자주 빼먹었을 리딩 과제를 좀더 꼬박꼬박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워낙 국제학생들이 많다보니,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전세계의 학생들을 다 만나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한국에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됐을 문화적 차이들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되었고, 다른 문화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정말 많은데... 한국에 있었다면 못 했을 것을 자유롭게 했던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수업을 째고 식물원에서 산책을 한다거나, 일몰을 보면서 모르는 아저씨와 한참 수다를 떤다거나 하는 일들이요.
그리고 제가 뮤지컬을 정말 좋아해서 교환 중에도 뮤지컬을 서너편 봤는데, 그중에서도 맘마미아를 봤던 때가 기억에 남아요.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께서 말을 걸어주셔서 인터미션 동안 스몰토크를 했었는데, 마지막 커튼콜 때 함께 일어나서 떼창하면서 춤을 췄던게 아직도 인상적이에요. 한국이었다면 조금 부끄러워서 그냥 앉아있었겠지만 어차피 아는 사람도 없고 외국이니까 기립을 하게 되더라고요.
다시 돌아간다면, 바꾸거나 더하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면?
꼭 동아리를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학기 초에는 동아리 소개제나 체험 세션이 많아서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그러다 보면 파티에 초대받거나 친구를 사귈 기회들이 많았는데요. 갈수록 다들 자기 동아리 내에서만 활동하고, 교환학생을 위한 행사는 거의 없다보니 새 친구를 만날 기회가 줄어들었던게 아쉬웠어요. 제가 가입했던 해리포터 동아리가 활동이 많지 않은 편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돌아간다면 꼭 활동이 아주 활발한 동아리에 가입해서 꾸준히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있는, 혹은 출국을 앞둔 사람들에게 하고싶은 말
사실 저는 교환학생 생활 자체는 너무 좋았지만 여행은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았어요. 저도 제가 이렇다는 걸 긴 여행을 하고 나서야 깨달았답니다. 하지만 그 여행이 없었다면 내가 여행보다 일상을 좋아하는 줄도 몰랐을 것이기 때문에 절대 후회하진 않습니다.
다른 영역에서도 다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해보기 전까진 내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절대 알 수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꼭 손 닿는 모든 것들을 일단 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설령 그 경험이 생각한 것만큼 좋지 않더라도, 하물며 교환학생을 간 것 자체를 후회하는 날이 오더라도, 해보지 않았더라면 알 수 없었을 것을 알게된 거잖아요.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게 있다면 꼭! 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교환학생 기간이 가져다주는 여유와 방황을 마음껏 즐기시길 기원합니다!
교환학생이 '아무튼 좋은' 이유는, 나만의 선택을 할 수 있고 나만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인 것 같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학기 동안 저마다의 결론을 내려온 우리의 동료 개구리들처럼 말이다.
꼭 해외살이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우물 밖으로 나설 수 있다. 꼭 나서지 않아도 우물 안을 탐색해보는 것도 좋다. 뭐가 됐든, 각자의 성장을 이루어나갈 모든 개구리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교환학생#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