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왤케 많이 나와!!!!!"
나는 상병 군인 남자친구를 둔 스물둘, 대학생이다.
이 이야기는 결국, 내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남자친구는 군대 가기 전이나 후나 여전히 과분할 정도로 나에게 많은 걸 선물해준다.
인스타에서 뜬 맛집을 데려가 주고, 흘리듯 말했던 위시리스트를 기억해 챙겨주고,
“가보고 싶다” 말한 곳을 실제로 ‘가본 곳’으로 바꿔준다.
수원을 잘 벗어나지 않던 나에게 서울은 늘 멀었는데, 남자친구는 서울을 동네 마실처럼 경험시켜 줬다.

그래서일까.
어쩌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남자친구를 ‘여전히 사회인’처럼 여기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나도 '자존심' 때문에 받기만 하진 않는다.
너 한 번, 나 한 번.
하지만 비싼 건… ㄴ… 너가…~ (ㅎㅎ)
문제는 타이밍이다.
남자친구는 한 달에 고작 며칠 나온다. 그러니 나오면 더 좋은 걸 하고 싶고, 더 맛있는 걸 먹고 싶어진다.
그러다 보면 과장 조금 보태서 “평소 한 달치 데이트비”를 그 며칠에 몰아서 쓰게 된다.
이병 때 남자친구 월급이 75만 원, 그중 적금이 자동으로 55만 원 빠져나갔다.
남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는… 말 안 해도 아시겠죠?
괜히 만나면 ‘얼마를 썼는지’, ‘얼마가 남았는지’ 계산하게 되는 내가 싫었다.
두 배로 불어날 돈이라는 걸 알면서도, 적금이 이렇게나 빠져나가는 게 얄미워 콧방구가 나올 때도 있었다.
출처: pinterest남자친구와 달리 나는 대학 생활을 한다.
그날 데이트 만을 위해 살 수 없고, 약속이 계속 생긴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개인적으로 나갈 돈도 있다.
데이트 하나만 바라보고 돈을 쓸 수는 없단 말이다.
그러다 보니 보고 싶어서 반갑게 맞이하면서도,
갑자기 생기는 외박이나 휴가 소식을 들으면 먼저 이런 생각이 튀어나온다.
‘내가 이번 달 얼마 남겼더라…’
출처: pinterest오랜만에 나오는 남자친구에게 “하고 싶은 거 다 하자”, “뭐 먹고 싶어?”라고 말해놓고도
내 잔고가 떠올라, 나는 가끔씩 모질어졌다.
왤케 많이 나와!!!!!
출처: pinterest“내가 내면 되지. 무슨 이런 고민을 해. 오히려 그런 말이 더 상처야.”
미안했다. 사실 이런 고민을 쉽게 꺼내지 못했던 건, 자칫 내가 너무 계산적으로 보일까 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남에 돈이 부담이 되면 안 되는데.
언제부터인가 너의 잔고, 나의 잔고가 우리 만남의 ‘고려 1순위’가 되기 시작했다.
출처: pinterest
3월이 되면 개강을 한다.
후배 밥도 사줘야 하고, 술자리도 늘고, 약속도 더 많아질 것이다.
남자친구는 여전히 군인이고, 여전히 대학생인 나는 끊임없이 계산하고 있다.
요즘은 내 주변에도 군인 남자친구를 둔 친구들이 점점 늘었다.
이제 막 입대를 앞둔 ‘예비 군인 남친’이 있는 친구들도 많아졌다.
사회의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대학생의 연애에는 수없이 많은 현실의 벽이 등장한다.
# 나는 요즘, 우리의 대학 연애가 궁금해졌다.
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