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언제부터 '성공'보다 '뒤처지지 않음'이 목표가 되었을까

끝없는 비교의 굴레 속에 갇혀버린 대학생들


평균만 하자..

우스갯소리로 던지곤 하는 말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절대 가볍지 않다.
어릴 때는 분명 '대통령', '우주비행사' 같은 꿈들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고는 했는데,
언제부턴가 우리의 입에는 지독히도 현실적인 얘기들만이 맴돈다.


SNS 속에는 친구들, 또래들의 성공과 행복이 끊임없이 업데이트 되고

조금이라도 속도를 늦추는 순간 바로 도태될 것 같은 불안이 뒤따라온다.


취업, 학업, 인간관계까지 모든 영역에서 경쟁이 일상화된 지금, 대학생들은 앞서기보다 최소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오늘을 버텨낸다. 이 글은 성공의 기준이 높아져만 가는 시대 속,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대학생 ()인의 솔직한 감정을 들여다본다.


'제 선택이 옳았던 건지 의심이 돼요'

이화여자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23학번, A양

(사진)
Q: 어릴 때 꿈꾸던 모습과 지금의 목표를 비교해보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A: 어릴 때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무조건 진로로 삼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고등학생이 되고 여러 SNS를 통해 사회의 냉정한 면을 알게 되면서, 저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 커지게 되었고 결국 제가 원했던 진로보다는 주변에서 말하는 '현실'을 고려해 전기전자공학부를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Q: 요즘 스스로에 대해 가장 확신이 서지 않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제가 제 전공이랑 맞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막상 대학에 와 전공 수업을 들어보니 정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열심히 학교를 다니는 학우들이 있었어요. 그런 학우들에 비해 저는 제 전공에 진심이 아니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취업을 바라보고 온 학과이긴 하지만, 정말 오로지 취업만을 위해 대학교에 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회의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Q: ‘뒤처질까 봐’라는 걱정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친구들이 하나둘씩 진로를 정하고, 인턴이나 대외활동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크게 느껴져요. 겉으로는 “각자 속도가 다르다”고 말하지만, 막상 SNS에서 성과를 올리는 모습을 보면 저만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히 실패한 것도 아닌데,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불안이 쌓이는 순간들이 있어요.


Q: 또래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는 기준은 주로 무엇인가요?

A: 가장 많이 비교하게 되는 기준은 진로와 스펙인 것 같아요. 많은 동기들 이미 확실한 목표를 정해두고 그에 맞는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아직도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뒤처진 느낌이 듭니다. 취업을 기준으로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가’가 저 자신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Q: ‘뒤처지지 않기 위해’ 지금 가장 붙잡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확신이 없어도 멈추지는 말자는 생각이에요. 이 선택이 맞는지 계속 고민하면서도,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로 남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라기보다는, 최소한 밀려나지는 않기 위해서인 것 같아요.

'제가 잘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불안해요'

한양대학교 생명공학과 25학번, B양

(사진)
Q: 어릴 때 꿈꾸던 모습과 지금의 목표를 비교해보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A: 어릴 때는 목표가 지금보다 훨씬 단순했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하면 자연스럽게 원하는 결과가 따라올 거라고 믿었고, 과정에 대한 의심도 크게 없었어요. 그런데 대학에 와서는 ‘열심히’의 기준이 너무 다양해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무엇을 얼마나 해야 잘하고 있는 건지 분명하지 않다 보니, 목표를 향해 가고 있음에도 수시로 점검하게 되는 상태가 된 것 같네요.


Q: 요즘 스스로에 대해 가장 확신이 서지 않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노력이 제대로 된 방향인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전공 공부도 하고 과제도 성실히 해내고 있지만, 이게 나중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에는 이미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저는 계속 준비 중이라는 상태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지 불안해질 때가 있어요.


Q: ‘뒤처질까 봐’라는 걱정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시험이나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 특히 많이 느껴요. 결과가 나왔을 때 잘했는지 못했는지 보다, 이 정도 성과로 괜찮은 건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가장 불안합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해도, 주변 친구들의 평균이나 SNS 속 대단한 성과들을 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뒤처진 건 아닐지 걱정하게 됩니다.


Q: 또래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는 기준은 주로 무엇인가요?

A: 제가 성과를 얼마나 빠르게 쌓아가고 있는지를 많이 비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 동기들 중에는 벌써 다음 단계로 넘어간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발전이 너무 더딘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같은 전공이어도 각자가 추구하는 목표와 속도가 다르다 보니, 어디까지 가야 ‘잘하고 있다’ 고 말할 수 있는지 기준이 흐려지는 것 같아요.


Q: '뒤처지지 않기 위해’ 지금 가장 붙잡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계속 확인하고 점검하려는 태도입니다. 공부나 과제처럼 해야 할 일이 주어지면, 단순히 끝내는 데서 그치기보다는 지금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계속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이 정도로 하고 넘어가도 괜찮은 건지, 혹시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계속 점검하고, 나만 잘못된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할 때가 많아 친구들에게 물어보거나 서로 진행 상황을 공유하면서 불안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합니다.


'인서울하면 다 괜찮을 줄 알았어요'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25학번, C군

(사진)
Q: 어릴 때 꿈꾸던 모습과 지금의 목표를 비교해보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A: 어릴 때는 막연히 서울에 있는, 번듯한 대학에만 가면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풀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목표도 ‘어떤 사람이 될까’보다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에 더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대학에 와 보니, 사회는 '대학이 어디냐'를 넘어 '그래서 지금 네가 뭘 하고 있느냐'를 묻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표가 분명해진 게 아니라, 예전보다 훨씬 흐릿해진 느낌이에요.


Q: 요즘 스스로에 대해 가장 확신이 서지 않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제가 이 경쟁 안에 계속 남아 있어도 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요. 꾸준히 무언가를 하기는 하고 있고, 그렇게 열심히 살지 않은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는 것도 아니라 생각이 들어 스스로를 설명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잘하고 있다’는 말도, ‘못하고 있다’는 말도 쉽게 할 수 없는 애매한 상태에 있는 것 같아요.


Q: ‘뒤처질까 봐’라는 걱정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사실 요즘은 뒤처질까 봐 걱정한다기보단, 이미 뒤처진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많아요. 친구들이 취업 준비나 진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때, 저는 그 대화에 끼지 못하고 한 발 물러나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럴 때 괜히 제 자신이 못나보이는 느낌이 듭니다.


Q: 또래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는 기준은 주로 무엇인가요?

A: 친구들의 관심사와 제 관심사를 비교하게 됩니다. 저는 아직 좋아하는 취미와 요즘 유행하는 것들을 즐기는 데 더 마음이 가 있는데, 제 주변 친구들은 이미 미래와 진로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두었더라고요. 그런 차이가 드러날 때마다 ‘나는 아직 이 정도밖에 생각하지 못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괴감이 커집니다.


Q: '뒤처지지 않기 위해’ 지금 가장 붙잡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역설적으로 '뒤처질 수도 있지 뭐.'라는 마인드인 것 같습니다. 계속 뒤처지는 건 아닐까 불안해하다 보니 오히려 더 성급하게 일을 벌이고, 후회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완벽하게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잠시 느려질 수도 있다는 걸 스스로에게 허용하려고 합니다. 그게 지금의 저를 버티게 해주는 방식인 것 같아요.


20대.

모두가 한창 좋을 때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중심에 선 우리는, SNS 속 찬란하게 빛나는 사람들과 달리
또 이른바 '갓생'을 사는 것 같은 주변인들과 달리
나만 초라하고, 나만 뒤처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버리고는 한다.

하지만 당신이 기억해야 할 것은
인생의 모든 부분이 하이라이트와 같을 수도, 하이라이트일 필요도 없다는 사실이다.
성공을 향해 달리지 않아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버티고 있는 오늘 역시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다.




#대학생#뒤처짐#비교#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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