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바짱과의 2박 3일, 내 인생의 따뜻한 한 페이지

일본 산골 마을에서 찾은 내 인생 최고의 힐링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은 홈스테이를 해보신 적 있나요? 저는 한일문화교류기금의 JENESYS 한국청년방일단 프로그램을 통해 생애 첫 홈스테이를 경험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은 단순한 문화 교류를 넘어, 제 마음속 깊은 곳에 따뜻한 온기를 남긴 소중한 기억이었습니다.

산속 작은 집, 그리고 바짱

  제가 머물게 된 곳은 70대 할머니께서 혼자 사시는 집이었습니다. 출발 전부터 걱정이 앞섰어요. 근처에 편의점도 없다고 했고, 일본어를 못하는 제가 할머니와 제대로 소통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컸죠. 게다가 홈스테이 집으로 향하는 길은 점점 산속으로 깊어져만 갔습니다. 혹시 농사일을 도와드려야 하는 건 아닐까? 만반의 각오를 하며 차를 탔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걱정은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인자한 미소로 저희를 맞이해주신 할머니. 바로 이 글의 주인공, ‘바짱’입니다.
일본에서는 상대방에게 어떻게 불리고 싶은지 먼저 묻는 문화가 있다고 해요. 조심스레 여쭤보니 할머니는 바짱이라고 불러달라고 하셨습니다. 이름에 바자가 들어가지도 않는데 왜 바짱일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오바상(할머니)을 친근하고 귀엽게 줄인 애칭이었어요. 그렇게 우리의 2박 3일이 시작되었습니다.

눈사람, 릴스, 그리고 바짱의 따뜻한 시선

  바짱의 집은 마당이 한눈에 보이는 아늑한 주택이었습니다. 마당에는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죠. 한 친구가 눈사람 만들러 나갈래?라고 하자, 저도 따라 나가 J-POP을 들으며 미니 눈사람을 만들었어요. 완성된 눈사람을 보니 정말 귀여웠습니다.
그런 저희를 보신 바짱이 밖으로 나오셨어요. 눈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며 사진을 찍으시더니, 집 안으로 돌아가 창가에 서서 춤추며 릴스 찍는 우리를 영상으로 남기셨습니다. 그때 표정이 정말… 우리 할머니가 떠올랐어요.
나중에 함께 있던 언니에게 들었는데, 바짱이 이렇게 말씀하셨대요. 이렇게 애들 노는 모습을 보며 남은 여생을 보낸다고요. 그 순간부터 느꼈습니다. 바짱의 따뜻한 마음을.

정성 가득한 밥상

  2박 3일 동안 바짱은 삼시세끼를 모두 준비해주셨습니다. 그것도 한 끼 한 끼 정성을 다해서요. 일본에서 먹은 모든 음식이 맛있었지만, 바짱의 음식이 단연 최고였습니다. 제게 바짱은 일류 요리사나 다름없어요. 맛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요리 실력 때문만이 아니었을 거예요. 우리를 생각하는 진심과 정성이 담겨 있었으니까요.
첫날 밤, 마당에서 본 별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별들이 짜기라도 한 듯 유독 바짱 집 근처에 많이 모여 있었어요. 흔히 상상하는 일본 시골의 힐링 라이프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죠. 그렇게 코타츠에 둘러앉아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잠이 들었습니다.

온천, 얏짱, 그리고 가라오케

  둘째 날, 바짱은 전날 약속대로 우리를 온천에 데려가주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바짱의 큰 차가 고장 나는 바람에 작은 차로는 우리 모두가 탈 수 없었어요. 바짱은 곧바로 친구인 얏짱에게SOS를 보내셨고, 얏짱은 한달음에 달려와주셨습니다. 얏짱도 정말 따뜻한 분이셨어요. 우리 밥까지 함께 준비해주시며, 바짱과 얏짱 덕분에 행복이 배가 되었습니다.
온천에 도착했을 때는 솔직히 살짝 실망했습니다. 제가 상상했던 야외 온천은 보이지 않고 한국 목욕탕과 비슷해 보였거든요. 그런데 그런 저희를 본 바짱이라고 손짓하셨어요. 따라가니 구석에 작은 야외 온천이…! 그렇게 다시 태어난 것처럼 때를 빼고 광을 냈습니다. 원래 목욕탕을 싫어하던 제가 한국에 돌아가면 목욕탕이라도 자주 가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온천에 흠뻑 빠져버렸죠.
저녁에는 바짱 집에 있는 가라오케(노래방)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마이크가 한 박자씩 늦게 나오는 바람에 결국 마이크 없이 불렀지만, 그래도 즐거웠어요. 바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사실은 우리를 위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작별, 그리고 눈물

  마지막 밤, 코타츠에 둘러앉아 바짱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바짱이 너희 덕분에 행복했고, 너희에게 진심이었다고 말씀하신 거예요. 이미 행동으로 충분히 느끼고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정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헤어질 때가 되자 우리 모두 울었습니다. 바짱도 우셨어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2박 3일은 제 인생에서 가장 따뜻한 시간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따뜻함을 나누며

  이번 홈스테이를 통해 저는 진짜 많은 힐링을 했습니다. 바짱이 좋은 분이어서, 장소와 분위기가 완벽해서, 함께한 친구들이 너무 좋아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제가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도 제가 느낀 이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길 바랍니다. 날이 계속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고, 추운 날씨 속에서도 따뜻한 햇볕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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