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위 청춘을 바라보는 청춘들
서장훈, 현주엽 등 레전드 농구 선수들이 모교의 이름을 걸고 코트 위를 누볐던 때를 아는가. 사람들은 90년대를 대학 농구의 전성기이자 열정과 순수의 시대라고 부르곤 한다.
이제 농구장에 그 시절만큼의 북적이는 인파와 뜨거운 열기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번 학교 농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열정과 용기를 얻어 가는 학생들이 있다. 남들은 쉽게 찾지 않는 그곳으로 이들을 자꾸만 끌어당기는 것은 무엇일까. 대학 농구의 매력을 모르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말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곽채현, 고려대 언어학과 24학번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있나요? 있다면 그 선수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저는 고려대 문유현(現 KBL 안양 정관장 레드부스터스 소속) 선수를 가장 응원해 왔습니다. 처음 제가 대학 농구를 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고려대 에이스라고 들어서 궁금했어요. 그런데 포인트 가드라는 포지션에 비해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더라고요. 동시에 유현 선수는 퍼포먼스가 좋은 선수이기도 해요. 세리머니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크게 해줘서, 팬으로서 또 보는 맛이 있었어요.
문유현 선수가 프로 리그로 떠난 지금은 그 빈자리를 채울 양종윤 선수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새내기였음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연세대와 하는 정기전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도 크게 활약했거든요. 큰 경기에 강한 선수라는 타이틀이 종윤 선수의 매력입니다. (그리고 보조개가 귀여워요.)
독자들에게 한 마디
오직 대학생 때만 대학 농구를 보며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선수들과 청춘을 함께 공명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대학생은 방황하기도 하고 고민도 많은 시기일 텐데, 운동 경기에서는 그런 것들이 부상이나 슬럼프 등 가시적으로 드러나거든요. 또래 선수들의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같이 파고를 겪을 수 있다는 게 참 좋습니다. 선수들이 극복할 때면 저 또한 삶에 대한 용기를 얻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대학생 여러분, 같이 농놀해요!
배해원, 연세대학교 교육학부 23학번


최서연, 국민대학교 미디어전공 23학번

전 대학에 들어가기 전(22-23시즌)에 프로 농구를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즌이 끝나고 드래프트 지명에 대해 알게 되고,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다 대학 농구 출신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학 농구도 보게 된 것 같아요. 서울권 대학 다녀서 접근성이 좋았던 것도 당연히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면 대학 농구는 따로 보진 않았을 것 같긴 하고요.
그리고 대학 농구의 시즌은 KBL의 휴식기이기도 하니까요. 비시즌에 혈중 농구 농도를 채우기 위해서 보기 시작한 것도 있습니다. 저는 국민대에 재학 중이라 거리가 가장 가까운 고려대에서 대학 농구를 주로 봤습니다.
대학 농구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팬과의 가까운 거리… 엄청난 매력임과 동시에 안 좋은 부분이기도 한 것 같은데요. (웃음) 프로 농구 선수가 아니다 보니 선수들이 경기를 보러 와 주는 사람들 하나하나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또, 프로 선수라고 하면 굉장히 멀고, 연예인, 공인 같은 느낌이잖아요. 하지만 대학 농구 선수들은 일단 ‘대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프로 선수들보다 훨씬 친근한 느낌이 들어요.
국민대는 프로 농구부가 따로 없지만,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등 재학생이라면 같은 학교에서 농구를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입장료도 무료고, 물리적 거리도 가까우면서, 선수와의 심리적 거리도 가까우니까요. 수업 끝나고 가볍게 볼 수 있고, 나의 소속 학교 팀이기 때문에 응원할 이유도 생기고. 학교의 소속감이 없는 저도 대학 농구에 빠졌을 정도이니 같은 학교 재학생 분들은 정말 안 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농구에서만 볼 수 있는 팬 문화가 있다면?
퇴근길 인사를 전부 다 해주는 것이 특별하지 않을까요? 프로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이나 원정 경기 등의 이유로 모두의 퇴근길 인사를 해 주기 어려운데, 반면 대학 농구는 일반적으로 이틀 내리 경기를 잘 하지 않으니, 보통 온 팬들 모두에게 싸인과 사진 등의 팬서비스를 잘해주는 것 같아요. 경기 끝나서 힘들 텐데 참 대견합니다.
또 같은 학교 재학생이라면 대학 농구부 프런트에 들어가는 것도 팬 활동의 일환이겠죠. 이 선수의 매력을 잘 담아낼 수 있다면 누구든 도전할 수 있으니까요. 프로 농구는 팬이라고 해서 경기를 운영하고 영상을 찍을 수 있게 해주지 않으니까요. 이렇게 팬 활동의 반경이 넓고 허들이 낮은 것이 대학 농구의 특별한 팬 문화인 것 같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있나요? 있다면 그 선수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저는 23년도에 문정현 선수(現 KBL 수원 KT 소닉붐 소속)가 고려대에 재학 중일 때 좋아했었는데요. 그 당시에도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평가전 라인업에 뽑힐 정도로 잘하던 선수여서 일단 실력이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순둥함'이랄까요? 정현 선수는 지금도 그렇지만, 대학 농구 선수일 때 특히 본인을 보러 온 팬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게 눈에 보였었거든요. 사진이나 싸인을 받으러 갔을 때 한두 명도 아닌 팬들에게 “안녕하세요,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습관처럼 뱉었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팬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감사할 줄 아는 선수가 참 소중하거든요. 아무래도 프로에 가면 판이 커지니 이걸 잊어버리기 쉬우니까요.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한국에서는 프로 농구조차도 인기 스포츠가 아닌데, 대학 농구를 알기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반대로, 내가 재학 중인 대학의 농구를 보러 갔다가 응원하는 선수가 생겨 프로 농구도 보러 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혹시 재학 중인 학교에 농구부가 있다면, 부담 없이 한 번 보러 가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
농구라는 스포츠는 설명으로 듣는 것보다 보는 게 50배 정도는 재밌거든요. 나와 같은 대학생인 선수들이 한 경기 한 경기 마지막인 것처럼 뛰는 모습에 삶의 동기를 얻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농구 선수들, 농구할 때 정말 잘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