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각기 다른 고민을 품고 살아가는 우리 청춘들에게
우리들은 취준, 학업, 인간관계, 연애 등 여러 이유로 고민하며 더 나은 한 걸음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쉼 없이 달리는 우리들은 언젠가 큰 벽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결국 빛나는 미래를 도약하기 위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운동, 산책, 음악 듣기와 같이 여러 수단이 존재하지만, 그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다름 아닌 '여행'이다.
국내 여행은 이젠 조금 식상하고, 먼 해외로 떠나자니 시간과 돈 모두 녹록치 않다. 그렇다면 한국과 가까운 일본은 어떠한가? 최근 들어 '이 사랑 통역 되나요?', '환승연애 4'의 여파로 일본 소도시가 부각되었다. 한적하고 소박한 감성을 느끼기 위해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를 찾아간 것이기에, 이젠 더 이상 소도시를 찾아갈 이유가 사라졌다. 그리하여 나는 사람이 붐비는 도쿄나 오사카, 그리고 소도시도 아닌 '나고야'로 떠나게 되었다.
D-1.
짐을 챙기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하필 나고야인가? 도쿄의 화려함도, 교토의 고즈넉함도 아닌, 흔히들 ‘노잼 도시’라 부르는 그곳으로. 하지만 캐리어 지퍼를 잠그는 순간 깨달았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건 대단한 볼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낯선 공기 속에 나를 던져놓는 그 해방감 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임을.
지루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여행’을 결심한 이 순간, 걱정과 망설임은 사라지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결국 수많은 이유를 돌고 돌아 내린 결론. 고민의 끝이 휴식이라면,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설렘’이다.
Day1.
무거운 마음을 대변하는 짐을 이끌고 중부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시내로 가는 방법이 복잡하여 길을 헤맸다. 우리는 지금 정처 없이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헤매고 있는 과정에 놓인 것일지도 모른다. 시내로 가는 방법을 터득하였듯, 청춘들 또한 그들이 갈망하던 목적지에 비로소 도달할 것이다.
나고야의 중심, 오스 상점가에 들러 도시의 정취를 음미하였다. 가챠샵에서부터 소품샵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아기자기한 감성을 엿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시끌벅적한 상점가 바로 옆에 고요한 신사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었다. 시끄러운 노랫소리와 은은한 향냄새가 섞인 거리를 걷는 것. 늘 무언가를 해야만 했던 한국에서의 강박을 내려놓고, 온전히 나만의 속도로 걷는 이 시간이 진짜 휴식처럼 느껴졌다.
해가 진 후에는, 미라이타워의 불빛을 보러 가기 위해 발걸음하였다. 사전 조사 과정에서 우리의 여행 기간과 미라이타워의 점검 기간이 겹친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을 염두에 두고 향했다. 역시 불빛은 들어오지 않고 암흑과 같았다. 마음을 어느 정도 비우고 갔기에 즐거운 식사를 마쳤고, 식당을 떠나는 순간 환한 모습의 미라이타워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이 순간 나는 깨달았다. 때로는 기대하지 않고 마음을 비울 때, 바라던 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Day2.
이틀차에는 시라카와고와 다카야마에 가는 일일 버스투어를 활용해 여행하였다. 눈이 수북이 쌓여 있는 겨울 왕국과 같은 시라카와고와 고즈넉한 분위기가 녹여진 다카야마로 가는 여정은 꽤 길고 고단했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하였을 때 펼쳐진 광경은 강산이 변해도 잊지 못할 것이다.
시라카와고에 발을 내딛는 순간, 우리는 마치 만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마 무시한 적설량으로 인해 길이 미끄러워 종종걸음으로 걷지 않는 이상 넘어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우리는 엉덩방아를 찧더라도 그 공간을 즐기며 거닐었다. 한국에서 우리 청춘은 미끄러져 아프지 않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미끄러지고 넘어져야 다시 일어서는 법을 터득하고 궁극적인 목적을 향해 전진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쓰라린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상황과 마주해야 한다.
다카야마는 시라카와고와는 다른 차분한 매력이 있었다. 에도 시대의 풍경이 그대로 남은 옛 거리를 걷다 보니, 내 안의 시곗바늘도 덩달아 느려지는 기분이었다. 한국에서는 1분 1초를 아끼려 늘 조급해했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느리게 걷는 것이 미덕이었다.
숨 가쁘게 달리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가끔은 이렇게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볼 때, 비로소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선명히 보이는 법이니까.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만큼이나, 지쳤을 때 잠시 쉬어가는 여유 또한 우리 청춘에게 꼭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Day3.
짧은 여정의 끝이 찾아왔다. '마지막'은 누구에게나 아쉽기 마련이다. 그러나 끝이 있어야 새로운 시작도 존재하기에, 우리는 마지막을 그리워하기보다, 새 출발을 기대하기로 하였다. 마지막 날은 계획해둔 일정에 따라 이동하기보다 우리의 마음이 향하는 대로 움직였다. 생각지도 못한 일정을 소화했기에 두 배로 걷고, 두 배로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았지만 다섯 배 이상으로 기뻐하며 나 자신이 살아 있음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가끔은 계획에 얽매여 살기보다 즉흥적으로 발걸음이 향하는 곳에 가는 것이 추억 한편에 자리 잡을 것이다.
공항으로 가기 전, 우리는 검색을 거치지 않은 채로 식당에 들어가 마지막 끼니를 때우고자 하였다. 기대 없이 들어간 식당에서 맛본 '몬자야끼'는 상상 이상이었다. 마치 드넓은 숲속에서 네잎클로버를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한국에서 걱정 많던 20대의 모습이 아닌, 걱정 없이 뛰놀던 7살의 아이처럼 미소 지었다. 최고의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 발걸음하였다.
글을 마치며...
결국 우리가 나고야에서 찾은 건 거창한 인생의 해답지가 아니었다. 그저 팍팍한 일상을 버텨낼 작은 ‘숨구멍’ 하나였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와 불안한 미래가 놓여 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무게를 견뎌낼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졌다는 사실이다. 다시 일어나는 법과 잠시 멈추는 법. 이 소중한 감각들이 원동력이 되어 다시 달릴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빛나는 미래를 위해 숨 가쁘게 달리고 있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가끔은 나 자신을 위해 멈춰 서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지금 당장 떠나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헤매고, 넘어지고, 또다시 일어서는 그 모든 과정이야말로 청춘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값진 특권이다.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면, 주저 말고 짐을 싸서 떠나보자. 길 위에서 마주한 낯선 풍경들이 당신의 지친 어깨를 다정하게 두드려줄 테니.
From. 위로를 건네는 나의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