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봉사가 스펙이 되는 시대, 나는 무엇을 봤나
나 하나 챙기기도 바쁜 이 시대에 타인을 위한다는 것
나 하나 챙기기도 바쁜 이 사회에서 기꺼이 타인을 위해 시간을 쓴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 대학생에게 봉사는 종종 선의이기 이전에 의무감에 의한 것이 되었다. 어느 순간 졸업을 위해, 취업을 위해 봉사시간을 채우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기꺼이 비행기를 타고 다녀온 봉사는 어떤 마음가짐과 함께였을까?
캄보디아로 교육봉사를 다녀온 한 대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나를 알아가던 시간이었어요.이채은, 단국대학교 법학과 23학번
사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어느 날 동기들이 얘기하는 걸 듣다 보니 '재밌겠다' 싶은 마음에 지원서를 적기 시작했든요. 그런데 준비하다 보니 진심이 더해졌어요. 학창 시절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던 터라 교육봉사가 더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았어요.

분명 체력적으로 지치는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현지에서 어떤 순간이 가장 힘들었나요?
고온다습한 날씨와 낯선 음식이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같은 팀원들이 “채은이는 밥 먹을 때 표정이 제일 울상이네”라고 말할 정도로 끼니를 잘 챙기지 못했고요. 무엇보다 속상했던 건 제 컨디션이 활동에 영향을 줄 때였어요. 배탈이 나서 수업 중 표정 관리가 안 되는 순간, 아이들에게 미안해지더라고요.
해외봉사가 낭만으로 소비될 때 그게 불편했던 적은 없나요?
사실 낭만적인 경험이 맞아요. 해외에 오랜 기간 파견되어 동기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나와 다른 삶을 경험하고,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동시에 ‘낭만’이라는 말 하나로 다 설명되진 않는 것 같아요. 활동을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지치는 순간이 있었어요. 그 안에서 내가 어떤 태도로 임하고 있는지 계속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해외봉사는 낭만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질문이 남는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출국 전후로 가장 크게 달라진 마음가짐이 있다면?
출국 전에는 무의식에 ‘우리가 돕는 곳’이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덥고 습한 날씨 속, 교실에 선풍기 한 대만이 돌아가는 걸 보고 처음엔 아이들을 볼 때 “힘들겠다”라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그런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아이들은 행복해하며 웃고 있는데 나만 그런 생각에 머물러 있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내가 나를 기준 삼아 아이들의 삶을 단정 짓고 있었구나. 부끄러웠어요.
출국 전후로 행복에 대한 기준이 달라진 것 같아요.
누군가를 기준 삼아 행복을 판단하는 게 옳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이 경험을 스펙으로 생각한 순간이 있었나요?
있죠.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 될 것 같아요. 이 활동이 제 가치관에 크게 영향을 준 만큼 언젠가 제 경험을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결국 꺼내게 될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모순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봉사는 남을 위한 마음에서 시작한다고 믿었는데 동시에 나를 증명하는 이야기로 남는다는 게요. 그래서 더 조심스럽기도 해요.
돌아온 뒤, 이 경험은 지금 어떻게 남아있나요?
저에겐 힘든 날 꺼내 보내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어요.
해외봉사 당시, 아이들과 찍었던 사진들을 꺼내보면 몇 시간씩 그 추억들을 되짚어보게 되더라고요.
분명 떠올려보면 정말 덥고 잠도 부족하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 힘들던 2주였는데
사진 속 아이들과 있는 제가 그 어느 때의 나보다 행복해 보여요.
그때마다 제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곳에 있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돼요.
대학생들에게 해외봉사가 어떤 선택지로 남았으면 좋겠는지?
해외봉사를 스펙 한 줄로 생각하고 들어가면 생각보다 금방 지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무언가를 남기는 일'이기보단 '그 안에서 내가 어떤 마음으로 서 있을지'를 더 오래 들여다보는 선택지가 됐으면 좋겠어요. 결국 해외봉사는 '무엇을 남기느냐'보다 '어떤 시선으로 다녀오느냐'에 더 가까운 경험인 것 같아요.
#해외봉사#대외활동#스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