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을 떠나, 나에게 닿다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것이다. 낯선 사람, 낯선 도시, 철저한 이방인으로서 발견하는 새로운 나의 모습 말이다. 몰아치는 전공 수업에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감당하기 어려운 취업 부담에 숨이 턱턱 막힐 때면 나는 나도 모르게 깊은 공상에 잠긴다. 그리곤 이내 상상한다.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해외 생활은 누군가에게는 막연한 몽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궤도를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몽상을 현실로 바꾼 이들의 이야기는 어떤 색깔, 어떤 모양을 띠고 있을까?
다른 학교, 다른 전공을 가지고 각기 다른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 세 학생에게 물었다.
그들에게 교환학생은 무슨 의미였을까? 교환학생은 무엇을 바꾸어 놓았을까?
독일로 떠난, 아주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김*비

교환학생을 떠나기 전,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나요?
1인분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나, 생활적인 부분에서 취약점이 많았어요. 속된말로 ‘야무지지 못하다'라고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의 일상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눈앞에 있는 것들을 해치우기 급급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것들 보단 해야 할 것들에 집중하고, 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이게 나한테 중요한지 생각하지 않았어요.왜 그러지 못했는지 돌아보면 늘 바빠서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학생회 ,연애 ,알바… 대학생의 하루는 늘 차고 넘치잖아요. 마음도 시간도 나를 돌볼 여유가 부족했던 거죠.
교환학생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2학년이 끝나고 진지하게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이렇게 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목적이 없이 달리기만 하는 삶에 회의가 들었고, 결국, 잠깐 멈추고 지금의 나만이 경험할 수 있는 것들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어요. 저에게 교환학생은 일종의 휴식이자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교환학생 중, 당신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은 무엇인가요?
혼자 있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혼자 보내는 시간의 밀도가, 결국 나의 자신의 밀도로 이어진다는 것도요. 저에게 고독은 중요해요 이제.
또, 생각보다 독립적인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한국에 있을 때는 혼자하려는 노력보다는 주변에 도움을 청하려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타지에선 그럴 수 없잖아요. 여기서는 그런 도움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찾아보고 시행착오도 거쳐보면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쉽게 해결된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그런 경험들이 저를 더 독립적으로 만들어 준 것 같아요. 그런 제가 좋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음… 딱 떠오르는 건 핀란드에서 오로라를 봤을 때에요. 버킷리스트에 오로라 보기가 있었는데, 되게 먼 얘기 같았어요… 죽기전에 해볼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연했던 상상이 눈앞에서 실현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구나, 발을 내딛기만 하면 뭐든 실현해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벅찼어요. 교환학생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막연했던 꿈이 이뤄지는 그 순간의 한복판에 숨쉬면서 이게 청춘이구나, 도전하면 다 해낼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귀국 후, 예전과 가장 달라진 선택이나 태도는 무엇인가요?
두려움을 가지고 생각만 하던 것들을 더 빨리 도전할 수 있게 됐어요. 최근에 이슬아 작가님 책 <일간 이슬아 수필집>에서 본 구절인데요,“뭔가를 두려워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게 저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또, 자존감, 자신감이 더 높아졌어요. 내가 더 잘나서, 잘 해서가 아니라, 꼭 잘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덕인 것 같아요. 나의 능력과 성과가 내 존재의 가치와 꼭 비례하지 않는 다는 것을 배웠어요. 서투르더라도, 미끄러지더라도 그냥 해보려구요!
진짜 나를 찾게 해준 인생의 전환점
미국으로 떠난,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이*은

교환학생을 떠나기 전,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나요?
어떤 사람인지 정의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꿈이라는 것도 먼 얘기처럼 느껴졌고요. 또, 당시에 통계학 전공을 하고 있어서 학교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데 바빴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수동적인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의 일상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그냥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들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 살았지 싶게 하루가 꽉꽉 채워져 있었던 것 같은데, 명확한 목표가 없어서 였는지, 늘 뭔가 채워지지않는 느낌이 있었어요.
교환학생을 결심하게 만든 계기는?
사실 저는 어학시험 보는 것조차도 5일만에 봐서 지원할 정도로 갑자기 결정하게 됐어요. 3학년 1학기 올라가는 겨울 방학 때 1,2,학년을 회고하다 보니 남는 게 없는 기분이었고,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충동적으로 결정하게 됐던 것 같아요.
교환학생 중, 당신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생각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전에는 도전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막상 던져져서 헤쳐나가다 보니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안했던 거지 못했던 게 아니었던 거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교환학생 과정을 마치고 기숙사 퇴소 직전 기숙사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가 생각나요. 떠나기가 너무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기숙사와 기숙사 헬스장은 유독 제가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보냈던 공간이에요. 그 공간에서는 깊은 사색들이 저를 ‘나’와 친해질 수 있게 해줬던 것 같아, 그 공간과 그곳에서 했던 생각들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귀국 후, 예전과 가장 달라진 선택이나 태도는 무엇인가요?
확실한 목표가 생겼어요. 미국의 수업은 한국의 이론적인 수업과 달리 모델링이나, 팀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 실무 관련 수업이 많았는데, 덕분에 ‘내가 어떤 부분에 흥미를 갖는지’를 명확하게 알게 된 것 같아요. 또, 목표를 향해서 주저 없이 도전하는 태도도 생겼어요. 그 태도로 현실을 살아가니까 이뤄 나가는 것도 많아지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교환학생 경험을 한 단어으로 정의한다면?
내 인생 2막의 시작점
프랑스로 떠난, 경희대학교 프랑스어 학과 윤*은

교환학생을 떠나기 전,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나요?
경험을 갈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늘 이것 저것 도전 해보고 싶다, 견문을 넓히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교환학생도 그 연장 선상이었고, 굳이 해외였던 이유는 한국이라는 컴포트존에서 벗어나서 다른 문화와 다른 사람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한국에서의 일상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그야말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었어요. 매번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에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는 느낌이랄까. 해야하는 것들이 많았어서 늘 바쁘고 숨막히는 느낌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진심으로 원하는 일이 아니라 해야하는 일들이었어서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교환학생을 결심하게 만든 계기는?
고등학생때부터 해외생활에 대한 막연한 환상 같은 게 있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결심이랄 것도 없이 떠나게 된 것 같아요.
교환학생 중, 당신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알게된 점은 무엇인가요?
가기전에는 앞서 ‘환상'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다 좋아 보이고, 어딜 가든 다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나는 삶을 사는데 어떤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고, 속해있는 공동체와 사람들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또, 늘 뭔가를 해야한다는 강박없이, 비어있는 일상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알게 됐어요. 한국에서는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어서 쉼을 그 자체로 즐기지 못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이건 제 마음가짐의 문제인지도 모르겠지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사소한 것들이 기억이 나요. 제 생일날 파리 센강 둔치에서 친구와 찾은 스팟에서 노래 틀어 놓고 춤추던 것, 베를린에서 묵었던 숙소 앞 벤치에 누워 노래를 듣던 것, 학교 숙제로 친구와 브이로그를 찍으며 웃던 기억. 작은 것들이지만, 마치 떠나지 않을 사람처럼 여유를 부리고, 자유를 누렸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국에서 할 수 없는 일이라 더 기억에 남는 것 같기도 해요. 한강 둔치에서 여자 둘이 노래 틀어놓고 춤추면 미친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웃음)
귀국 후, 예전과 가장 달라진 선택이나 태도는 무엇인가요?
꿈이 명확해졌어요. 해외에서 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더 구체화 돼서 어디서, 어떻게 살지가 그려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의 장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어요. 전에는 한국에서는 절대 못 살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외국에 다녀와보니 좋은 부분들도 보이기 시작했어요. 한국에서의 사소한 행복도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아, 그리고 외국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교환학생 경험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잠깐의 여행이 아니라, 지금도 어딘가에서 계속되고 있을 것 같은 또 하나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