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조건 없이 듬뿍 주는 사랑은 언제나 풍부하니까.

덕질의 A to Z : 입덕부터 완덕까지
걔네는 어차피 너 모르는데 왜 그렇게 좋아해? 
주변 흔한 질문 中 하나
누군가를 진심으로 덕질해 본 사람은 적어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렇다
그들이 나를 알지 못할 확률이 훨씬 크다는 것은 족히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질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덕질의 한 사이클 / 출처 : 포카마켓

이 이미지는 입덕부터 탈덕, 혹은 완덕까지 이어지는 덕질의 흐름을 한 장에 담고 있다.
나는 이 흐름을 따라, 내가 겪어온 덕질의 여러 얼굴을 돌아보려 한다.



1. 입덕 - 마음이 먼저 움직였던 순간


입덕의 과정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그리고 어쩌면, 그렇게 대단한 계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말 사소한 불씨로 시작된 큰 불길이다.

  • 우연히 SNS에서 본 챌린지
  • 음악방송 무대 또는 특정 멤버의 직캠 영상
  • 주변 지인의 홍보 및 설득
  • etc..

내가 누군가에게 입덕했다는 것을 깨닫는 건 사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다만 그 전에, 거의 모든 덕질에는 하나의 공통된 단계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입덕 부.정.기


같은 영상을 수십 번 돌려보고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는데도 애써 부정하는 시기.
하지만 결국 스스로에게 설득 당해 납득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고삐 풀린 채 본격적인 덕질을 시작하는 것이다.


2. 열렬한 덕질 ing - 가장 뜨겁게 사랑하는 시기

1) 포카 모으기
몬스타엑스 기현 포카리스트 / 출처 : X (구 트위터)


입덕 이후 가장 많이 하게 되는 행동은 다름 아닌 앨범 구매다.
라고 쓰지만, 사실상 포토카드 모으기라고 읽는 편이 정확하다.


아이돌 덕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앨범 구매의 목적이 포카에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앨범은 음반이면서 동시에 랜덤 포카를 얻기 위한 수단이 된다.

위 이미지는 실제로 내가 최애, 그러니까 그룹에서 가장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모을 때 참고했던 포카 리스트다.


어떤 포카를 이미 가지고 있고, 어떤 포카가 아직 없는지를 체크하며 하나씩 채워 나갔다.

포카를 모으는 방식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앨범을 직접 구매해 모으는 경우도 있지만, 포카 마켓이나 X(구 트위터)를 통해 양도받는 일이 더 잦다.


결국 내가 원하는 포카를 얻기 위해서는, 돈을 주고 거래하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는 순간이 온다.

그렇게 하나둘 모은 포카들은 슬리브에 넣어 차곡차곡 보관한다.


가끔씩 꺼내어 정리하고, 또 한 번씩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만족을 준다.


이 시기의 덕질은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솔직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2) 콘서트 가기


너무 좋아하다 보면, 결국 공연장에 향하게 된다.
음악방송이나 쇼케이스는 대부분 추첨 방식이라 쉽게 갈 수 없고, 그렇게 마음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콘서트로 향한다.


위 이미지들은 실제로 내가 다녀온 콘서트의 순간들이다.
뜨거운 여름날, 그날의 공연은 무엇보다 강렬했고 오래 남는 울림을 주었다.


평소에는 내향적인 성격이지만, 콘서트장에 들어서는 순간만큼은 다르다.
응원법을 외치고,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지르며 무대에 온전히 몰입한다.

콘서트를 즐긴다는 건 단순히 좋아하는 가수를 보는 일을 넘어선다.
일상 속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 시간에 가깝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그 여운으로 버틸 수 있다는 점에서, 콘서트는 덕질의 가장 강력한 에너지다.

물론 단점도 있다. (장점에 가깝지만)


바로
콘서트 후유증이다.  이는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서트만큼 덕질을 가장 알차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3) 생일카페 방문하기




다음 단계는 아하는 가수의 생일 카페, 혹은 응원 카페를 찾는 일이다.
직접 최애를 만날 수는 없지만, 팬들이 정성껏 준비한 공간을 따라 다니며 그가 남긴 순간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다시 마주한다. 벽면을 채운 포스터와 컵홀더, 작은 소품 하나까지도 모두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들이라 그 공간에 머무는 시간 자체가 덕질의 일부가 된다.


당시에는 군 복무 기간이었기 때문에, 카페 한편에 마련된 공간에 짧은 쪽지를 남겼다.
전해질지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마음을 건네는 일이 중요했다.
이름을 적고, 잘 지내고 있기를 바라는 문장을 쓰는 행위는 혼자 하는 덕질을 넘어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방식처럼 느껴졌다.



온라인에서 노래를 듣고 영상을 소비하는 덕질도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생일 카페를 방문하거나, 팬사인회에서 직접 말을 건네고, 음악방송 현장에서 응원봉을 흔드는 경험은 전혀 다른 감각을 남긴다. 그 순간만큼은 화면 너머의 존재가 아니라,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오프라인 덕질은 내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누군가를 응원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만든다.


좋아하는 마음에 숨결을 불어넣는 일, 덕질이 가장 생생해지는 순간은 바로 이런 때가 아닐까.


3. 완덕 또는 탈덕 - 덜 좋아지거나, 말 그대로 덕질을 완료하는 상태


입덕이 있다면, 완덕이나 탈덕도 존재한다.
물론 모든 덕질이 이 단계로 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탈덕의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 (위 이미지 처럼) 너무 유명해져 더 이상 '진심으로' 좋아할 수 없게 되었을 때 
  • 특정 멤버의 사생활 이슈
  • 특별한 계기 없이 애정이 떨어지게 되었을 때 

본인은 이 세 가지를 모두 경험해봤고, 때로는 그 이유들이 한꺼번에 찾아오기도 했다.
처음에는 '탈덕'이라는 말 자체가 두려웠다.
그동안 모아온 흔적들이 있었고, 진심으로 좋아하고 응원해왔던 대상을 스스로 놓아준다는 감각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 한 쪽이 비어버린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도 있었다.

이제는 예전처럼 뜨겁게 좋아하지 않다는 것.
마치 오래된 연인 사이에서 찾아오는 권태기처럼, 마음은 이미 다음 국면으로 향해 있었다.
입덕에 부정기가 있듯, 탈덕에도 부정기가 있다.

이미 마음이 멀어졌다는 걸 알면서도 사진을 쉽게 지우지 못한다.
그런 일련의 과정은 사랑을 정리하는 하나의 단계에 가까웠다



4. 새로운 사랑 - 또 다른 입덕

그럼 탈덕하면 덕질이 끝나는 것인가?
아니오!
지금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정말 마지막일 거라, 이번엔 진짜로 덕질을 졸업하겠다고 수없이 다짐했지만 그 결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렇다. 새로운 사랑이 또 찾아오고 말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사랑이 시작되는 경로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 공식 팬클럽 가입

이른바 ‘늦덕’은 팬클럽 가입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운 좋게도 모집 마지막 날, 간신히 공식 팬클럽에 가입할 수 있었다. 사실 이때도 여전히 입덕 부정기였다. 정말 좋아하는 게 맞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클럽에 가입하지 않으면, 나중에 괜히 더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충동이 섞인 선택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순간이 새로운 덕질의 시작이었다.
공식 팬클럽에 가입하는 행위는, 결국 스스로에게 “나는 이 아티스트의 팬이다”라고 인정해버리는 일과 다름없었다.

2) 첫 팬 콘서트 가기


머지않아 첫 팬 콘서트가 열렸고, 자연스럽게 공연장을 찾았다.
팬클럽 혜택으로 선예매와 할인도 받을 수 있었다.
첫 콘서트의 분위기는 유난히 풋풋했다.

2시간 남짓한 공연 속에는 커버곡 무대와 미니 게임 코너가 있었고, 중간에는 멤버들이 관객석을 도는 발롯코 타임도 마련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는 '하이바이회'가 진행되었는데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나란히 서서 인사해주니 이로써 평생 사랑하겠다고 또 다짐하고 말았다.

3) 1주년 기념 카페 방문



데뷔 1주년을 함께 축하할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특별한 일이다.
신인이던 시절부터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건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을 넘어,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을 남긴다.
평일 저녁, 하루 일정을 마치고도 발걸음을 옮겨 1주년 기념 카페를 찾았다.
그 공간에 머무는 시간은 짧았지만, 다시 한 번 마음을 확인하기엔 충분했다.

이렇게 덕질은 끝나지 않고, 다른 얼굴로 다시 이어진다.

덕질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인 동시에,
내가 존재함을 확인하고 스스로를 더 아껴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무언가에 설레고 몰입했다가, 또 천천히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늘 나의 감정과 가장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그들이 나를 알지 못할지라도 덕질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그 시간을 통과한 내가 이전보다 조금 더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입덕과 탈덕을 반복하며 알게 된 건 단 하나다.
나는 앞으로도 또다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것이고, 그때마다 나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건넬 것이다.
덕질은 그렇게, 나의 삶 안에서 계속 순환한다.

그럼에도 나의 사랑은 어떤 형태로든 꾸준히 존재할 테니까.

#덕질#탈덕#완덕#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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