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저희는 합의 끝에 '이런 방학'을 선택했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갓생'을 고른 4인의 방학 생존기
눈 떠보니 2월. 인스타그램을 켜면 친구들은 여행, 대외활동, 해외봉사, 유학 등 화려한 방학을 보내는데,
나는 여전히 그대로인 것 같을 때.
“혹시 나만 이 소중한 방학에 ‘도서관 지박령’이 된 걸까?”
거창한 스펙이나 누구나 감탄할 만한 갓생이 아니어도 괜찮다.
화려한 인증샷 하나 없어도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밀도 있게
불안 대신 확신으로 하루를 채워가는 주변의, 어쩌면 당신일 수도 있는 청춘의 이야기를 전한다.
인턴과 학생 사이: 공공기관 국가근로생
사회생활 찍먹 생존기
C대학교 자율전공학부 24학번 최OO

방학 기간, 온전한 휴식이나 여행 대신 공공기관 국가 근로를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돈을 번다는 것도 있지만 방학 중의 교외 단기 근로에 공공기관이 포함된다는 게 가장 큰 계기였어요. 공기업을 경험하기에 가장 쉽고, 또 공기업이라는 장점 외에도 회사 생활을 겪어본다는 게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별다른 스펙이나 경력 없이 인턴을, 어쩌면 꼭 가고 싶었던 기관의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게 근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실제 근무 환경은 어떠셨나요? 밖에서 상상했던 공공기관의 이미지와 실제 겪어본 업무 사이에 차이점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공공기관인 만큼 삭막하고 딱딱한 이미지를 상상했었어요. 그러나 실제로 경험해 보니 오히려 상상보다 훨씬 편의도 많이 봐주시고, 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가 대부분이었어요. 제가 근무한 곳도 근로생의 편의를 많이 봐주셔서 저는 오전에는 개인 공부나 학생회 일을 하고 오후에 일을 도와드리곤 했어요.
업무는 국가 근로를 신청할 때 공고의 우대 사항에 어떤 일을 하게 될 건지 간략하게 소개가 되어있는 편이라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기관에서도 학생이다 보니 기본적인 엑셀, 한글 등 컴퓨터를 다룰 줄 알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업무를 배정해 주시는 편인 것 같아요.

학생과 인턴 사이, 조금은 애매한 위치에서 오는 고충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근로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사소한 에피소드지만 기관에서는 보통 근로생을 ‘~씨’ 혹은 ‘최인턴’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인턴이라고 불리거나 소개되는 경우가 많은 편이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가끔 전화받을 때 스스로를 ‘근로생’이라고 소개해야 할지, ‘인턴’이라고 소개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던 기억이 있어요, (저는 인턴이라고 소개했답니다!)
희망 근로지 신청이나 자기소개서 작성 과정에서 본인만의 합격 노하우가 있었다면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물론 국가 근로는 소득분위나 다자녀 등을 보고 뽑히는 것이기에 합격 노하우라고 할 건 많이 없어요. 그러나 경쟁률 낮은 곳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근로지의 우대 사항을 잘 확인하는 것이 좋아요, 선호하는 학과가 확고하고 근로생에게 요구하는 능력(포토샵 등)이 다른 곳에 비해 많다면 경쟁률이 낮게 나올 확률이 높으니 이 점 참고해서 신청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번 근로 활동이 남긴 것은 무엇인가요? 단순한 경제적 소득 외에, 진로 탐색이나 사회 경험 측면에서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조직 생활을 많이 배웠어요. 2학년까지 학생회와 팀플을 하며 협력에는 도가 텄다고 생각했지만, 사회에서의 조직 생활은 다른 법이기에 출근 첫날에는 어떤 걸 챙겨가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정말 사소하게는 첫날 팀원분들의 이름도 호칭도 외우지 못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호칭을 불러야 하는지 등을 눈치껏 알게 되었어요.
인턴을 짧게 경험하며 사회생활을 해보고 싶거나 그런 경험의 필요성을 느낀 대학생들에게는 용돈벌이 겸 인턴 체험으로 추천하는 활동입니다!
집중?해서 딴 짓 달인됨: 학부연구생
먼지 쌓인 연구실 생존기
K대학교 응용화학부 24학번 김OO

학부생으로 연구실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연구실(랩)에 지원하게 된 구체적인 동기가 무엇인가요?
학과 특성상 연구 분야로 진출하는 비율이 높아 저 역시 자연스럽게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연구 분야로의 진출을 위해서는 대학원 진학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에 앞서 학부연구생 활동을 통해 연구실 및 대학원 생활이 저에게 적합한지 직접 경험해보고자 연구실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연구실 문을 두드리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교수님께 컨택 메일을 보낼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이고, 어떻게 어필했나요?
교수님께 컨택 메일을 보낼 때 단순한 참여 희망이 아닌, 해당 연구실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전달할지 가장 고민했습니다. 전공 수업을 통해 관심 분야에 흥미를 느끼게 된 과정과 교수님의 연구가 제 관심 분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중심으로 작성했습니다. 또한 경험은 부족하지만, 기초부터 배우며 성실히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솔직하게 표현해 어필했습니다.
연구실 밖에서 기대했던 모습과 실제 연구실 안에서의 생활은 어떻게 달랐나요? 학부 연구생으로서 주로 어떤 일과를 보내셨는지 알려주세요.
연구실에 들어오기 전에는 실험만 진행하는 환경을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실험 준비부터 데이터 정리, 논문 조사까지 다양한 업무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학부 연구생으로서 주로 실험에 필요한 시약 준비와 장비 세팅, 실험 후 처리 등을 도우며 연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보조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Freepik-실험실 무료 이미지연구 보조를 하며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고, 그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실험에 사용되는 전문 용어와 기구, 시약들이 익숙하지 않아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실험 과정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작은 실수에도 긴장하며 신중하게 임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남는 시간과 퇴근 후에도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하고, 이해가 부족한 부분은 따로 정리하며 반복적으로 익혔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점차 실험 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방학 동안의 연구생 생활, 결과적으로 '스펙'이 되었나요, 아니면 '대학원은 가지 말아야겠다'라는 교훈이 되었나요?
처음에는 실험 과정이 낯설고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현장에서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전공 분야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습니다. 실험 준비부터 결과 정리까지 전반적인 과정을 통해 연구가 꾸준한 노력과 반복이 필요한 일임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경험으로 연구 분야에 대한 흥미가 더 커지며 대학원 진학과 연구자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남들 상하이 '주토피아' 보러 갈 때, 나는 성적표 '유토피아' 만든다: 계절학기
교수님께 눈도장 찍는 '계절학기' 생존기
B대학교 언어정보학과 박OO

계절학기를 이번 방학에 꼭 들어야만 했던 피치 못할 사정(재수강, 조기졸업 등)이 있었나요?
피치 못할 사정이라기보다는 조기졸업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학점을 빨리 채우고 싶었던 게 제일 커요. 원래는 경험을 쌓기 위해서 다른 학교로 학점교류를 들으러 갈 예정이었는데, 사정이 생겨 계절학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공모전에 참여한다든가, 알바를 한다든가 하는 일은 적성에 잘 안 맞아서 별로 안 하고 싶었고, 수업을 듣는 게 재밌어서 시간이 많이 남는 방학에 뭔가를 한다면 계절학기를 듣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어요.
북적거리는 학기 중과 달리, 방학 중의 캠퍼스는 텅 비어 있잖아요. 혼밥을 하거나 빈 강의실을 오갈 때 느꼈던 '계절학기러'만의 묘한 기분이 궁금해요.
저는 기숙사에 살고 있는데요. 본가에 갔다가 다시 계절학기를 듣기 위해 기숙사에 돌아와 보니 기숙사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조금 무서운 기분이 들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엘리베이터도 기다림 없이 빨리 탈 수 있었고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세탁기와 건조기, 식당은 더 좋았어요.
뭔가 강의실 건물이 갈 때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을 만나면, 항상 ‘어! 저 사람도 나랑 같은 수업을 듣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길에 사람들이 없어서 또 너무 좋았어요. 정규학기 때도 사람들이 이 정도만 있어도 참 행복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몰랐는데 동기 중에서 계절학기를 듣는 친구들이 있어서 가끔 길에서 동기들을 마주치기도 했어요.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계절학기는 교수님이 학점을 후하게 주신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직접 겪어보니 사실이었나요? 3주 만에 한 학기 분량을 공부해야 하는 수업 강도는 어땠나요?
계절학기여서 교수님께서 학점을 후하게 주신다기보다는 계절학기는 수강취소(w)를 하는 학생들이 많고, 이 학생들까지 포함해서 학점을 매기기 때문에 낮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더 높은 성적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정규 학기랑 비슷한 양으로 공부하고 비슷한 성적을 받았어요.
수업 강도는 정규 학기랑 비슷했던 것 같아요. 저는 외국어 수업을 들었는데, 앞선 단어를 다 알고 있어야 다음 수업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조금 수업 듣기가 빠듯했던 것 같고, 전 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까먹기 전에 또 다음 수업을 들으니 이해하기 쉬었던 것 같아요.
주변 친구들의 여행 소식이나 휴식 모습을 보며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을 텐데,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 어떻게 마음을 다잡으셨나요?
저는 주변의 여행, 휴식을 보고 흔들리지는 않았지만, 다른 친구들이 취업을 위한 다른 활동들을 하는 걸 보고 불안한 게 컸던 것 같아요. 강의를 듣고 시험공부를 하는 건 일상이라 열심히 공부만을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없었어요. 그저 평소 같이 수업을 듣고 복습을 하고 시험공부를 조금만 했을 뿐이죠. 그래서 저도 다른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기보다는 그냥 계속 불안해하기만 했어요.
학업에 집중이 되지 않을 땐 그냥 안 했어요. 공부가 안 되는데 할 수는 없잖아요. 어차피 수업을 열심히 들었고 복습도 했고 시험 전에 시험을 위해 제가 공부할 걸 알았기 때문에 그냥 저를 믿었던 거죠.

과거의 나에게 돌아간다면 그래도 듣는다 vs 그 돈으로 여행 가라,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양자택일이라면 저는 ‘그래도 듣는다’를 선택할래요. 방학은 2달이나 되고 계절은 그중 3주밖에 안 돼요. 계절을 듣고도 남은 시간으로도 충분히 여행을 갈 수 있어요. 사실 저는 계절학기를 다니면서 드는 비용을 다 부모님께서 지원해 주셔서 비용 측면에서 선택이 자유롭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요.
확실히 계절학기를 듣는 것보다 더 좋은 선택들이 많았겠지만 그래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이 외국어의 기초를 다질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외국어의 자격증을 조금 준비하고 있거든요. 취업을 위한 다른 활동을 할 걸 그랬다는 후회를 하고, 다시 돌아가면 계절학기가 아니라 다른 스펙 쌓기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계절학기를 듣고 이 계절학기 덕분에 자격증을 따면 또 다른 취업 준비가 되니까 비슷한 성과일 것 같아요.
계절학기를 다짐한 순간부터 성적이 다 나온 지금까지, 계절학기를 듣는 게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계속 확신이 없지만 아무리 다시 돌아가도 계절학기를 선택할 것 같아요.
그대 정말 **핵심**을 찔렀소: 자격증 취득
5천년 역사와 싸우는 도서관 생존기
C대학교 바이오에너지공학과 24학번 이OO

방학이라는 금 같은 시간을 '자격증'에 올인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해요.
개인 사정으로 중도휴학을 하게 되었고 복학 전까지의 목표로 자격증 취득을 정해두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많이 흘려보내게 되어 계획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더 이상 미룰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은 방학 기간만큼은 자격증 합격에 집중해 보자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내일부터 해야지"가 무한 반복되는 게 방학이잖아요. 나태함을 이기고 독서실 책상 앞에 앉기 위해 정해둔 나만의 '강제 루틴'이 있었나요?
저 또한 “30분부터 해야지”, “정각부터 시작해야지” 하며 미루다가 하루를 통째로 날린 경험이 여러 번 있습니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깨달은 점은 집에 있으면 공부를 시작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 소화를 시킬 겸 걸어서 도서관으로 이동하여 공부를 시작하고 저녁을 먹기 전 집에 돌아오는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만 지켜도 하루에 최소 4시간은 꾸준히 공부할 수 있었고 아침이나 밤에는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습니다.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찾아오는 슬럼프는 어떻게 관리하고 이겨내셨나요?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면요?
저는 동생과 함께 도서관에 다니며 슬럼프나 외로움 등은 자연스럽게 해소하고 있습니다... 혼자 공부하는 분들은 열품타 앱에서 같은 목표를 가진 스터디 그룹에 참여해 공부 상황을 공유하면 슬럼프 극복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공부 후에는 취미로 (좋아하는 그룹...... 트레저......) 노래를 듣거나 게임(카트라이더.........)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습니다.

0.1초 차이로 집 근처 고사장을 놓쳐서 멀리 배정받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시험 접수 관련 에피소드가 있나요?
제가 이번에 응시하는 시험은 한능검(한국사능력검정시험)입니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시험 접수가 매우 매우 어렵습니다. 저 또한 접수 당일 서버가 폭발하여 뒤늦게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요... 대기인원 수가 14만명이 떠서 당황했습니다. '고사장이 마감이면 어쩌지' 생각하며 무려 40분동안 기다렸는데요, 다행히 집이랑 가장 가까운 고사장으로 성공했습니다!!! 대기시간이 오래 뜨더라도, 남들 다 그러는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시험이 다가올수록 압박감이 커질 것 같습니다. 아직 치르지 않은 시험에 대한 불안감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사이, 지금 솔직한 심정은 어떠신가요?
처음에는 비교적 자신 있게 시작했지만, 공부하다 보니 분량이 생각보다 방대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단순 합격이 아니라 1급을 목표로 하고 있어 부담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시간 동안은 더 집중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시험장으로 향할 미래의 나에게, 그리고 남은 기간 끝까지 버텨야 하는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단단한 다짐의 한마디가 있다면요?
그동안 저는 회피하고 포기하는 선택을 자주 해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6일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는데 이번 시험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해보자는 마음입니다!
남들보다 초라해 보일지 몰라도, 사실 우리는 그 누구보다 단단한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
비행기 티켓은 없지만, 그보다 더 값진 성장의 티켓을 손에 쥐고 있는 당신에게.
불안해하지 말고, 의심하지 말고, 지금처럼만 나아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남들과 속도는 다를지 몰라도, 방향은 틀리지 않았으니까.
우리의 방학은, 그리고 우리의 청춘은 결국 해피엔딩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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