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겁이 나서 시작조차 안 해봤다면 그댄 투덜대지 마라 좀!
3월, 시작을 망설이는 그대를 위하여
암담한 세상이 그댈 주눅 들게 만드니
시작을 앞두고 자꾸만 머뭇거리게 되는 3월입니다.
잘 해낼 수 있을지, 괜히 시작하는 건 아닐지,
생각은 많아지고 발걸음은 느려지죠.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봐도 선택지만 넓어지고,
그들의 화려한 경험담은 오히려 우릴 주눅 들게 만듭니다.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겁은 나지만, 그래도 시작해 본 사람들에게.
I 82%지만 새 친구는 사귀고 싶었어요.고려대학교 25학번 이OO
Q1. 어떤 '시작'을 하셨나요?
저는 작년에 과 학생회와 밴드, 봉사동아리에 들어갔어요. 새로운 인연을 맺는 과정에 두려움을 느끼던 때 충동적으로 지원했죠. 밥약 거는 것조차 힘든 저에겐 그게 최선인 것 같았어요. 제가 낯을 많이 가리거든요.
Q2. 시작 전 가장 무서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제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가 가장 걱정되더라고요. 고등학교 3년 내내 익숙한 사람들과만 대화하다가 완전히 새로운 분들과 교류하려니까 막막했거든요. 처음에는 낯도 많이 가리는 탓에 누군가가 말만 걸면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게 대답을 얼버무린 적도 많아서 집에 오는 길에 그날 하루 동안 한 대화들을 후회하기도 했죠.
Q3.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솔직히 투덜거려 보자면 뭐라고 할 것 같나요?
사실은... 아직도 매일 제 대화를 곱씹어 보면서 후회하고는 해요. '아 그렇게 대답하지 말 걸', '이때는 좀 더 말해볼 걸'하고요. 유난히 이런 생각이 많이 드는 날에는 기분이 엄청 다운되기도 해요. 또 하루에 모든 일정이 겹치는 날에는 복작복작한 곳에 오래 있다가 집에 늦게 들어가야만 하는데, 내향인이 감당하기엔 다소 버겁더라고요.
Q4. 그럼에도 시작을 권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렇게 바쁘고 복잡한 하루가 싫지만은 않아서요. 많이 지치기도 하고, 또 가끔은 현타가 오기도 하지만, 이런 느낌조차 제가 이 공간의 구성원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주거든요. 새로운 사람 중 소중해진 인연들도 많고, 입학할 때보다 낯을 덜 가리게 되기도 했고요.
CC하다가 헤어졌어요.경희대학교 24학번 최OO
Q1. 어떤 '시작'을 하셨나요?
대학교 1학년 2학기가 시작될 때 제 첫 연애도 시작되었어요. 그전까지 한 번도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도 없었으니 첫사랑이기도 했죠. 여러모로 의미가 깊었어요.
Q2. 시작 전 가장 무서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어디서든 대학생이 하지 말아야 할 일로 CC를 언급하잖아요. 헤어진 뒤에 팀플 같이 하게 될 수도 있다, 겹지인들과의 관계까지 망가질 거다, 같은 이유들과 함께요. 그러다 보니 썸을 타는 중에도 '우리라고 다를까?'라는 생각 때문에 자꾸만 망설이게 되더라고요. 물론 설렘이 그 두려움을 앞서서 결국 사귀게 되었지만요.
Q3. '다시 솔로가 된' 지금, 솔직히 투덜거려 보자면 뭐라고 할 것 같나요?
나름 잘 헤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마주칠 때마다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Q4. 그럼에도 시작을 권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래도 후회가 되지는 않거든요! 제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모습도 처음 알게 됐고, 연애가 마냥 설레기만 한 감정은 아니라는 것도 배웠어요. 그래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아마 똑같이 선택할 것 같아요.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제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한 시간이었으니까요.
글을 쓰고 있어요, 아무도 모르게.고려대학교 24학번 김OO
Q1. 어떤 '시작'을 하셨나요?
취미로 하던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예전에는 그냥 쓰고 싶은 날에만 끄적이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시간을 정해두고 꾸준히 써보자는 마음이에요. 아직 누군가에게 보여주거나 공개한 적은 없고, 언젠가 공모전에 출품해 보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만 있어요.
Q2. 시작 전 가장 무서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취미로 하던 일이 '해야만 하는 일'이 되는 순간 흥미를 잃는 경우도 있잖아요. 저에게는 글을 쓰는 시간이 꽤 소중한데, 이렇게 스스로에게 과제처럼 부과하는 바람에 그 즐거움을 잃을까 봐 걱정스러웠어요. 그래서 시작하는 데 오래 망설였던 것 같아요.
Q3. '여전히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솔직히 투덜거려 보자면 뭐라고 할 것 같나요?
아직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보니, 들인 시간에 비해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다른 동기들은 여행을 가거나 돈을 벌거나, 당장 성과가 보이는 일들을 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괜히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 조급해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이 글을 바로 공개하기엔 아직 용기가 나지 않아서 계속 멈춰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해요.
Q4. 그럼에도 시작을 권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무언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는 없지만, 좋아하는 일을 완전히 놓지 않고 살아갈 수는 있잖아요.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전부 포기해 버리면 나중에 더 후회할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불안하더라도 일단 계속 써보는 쪽을 선택하고 있어요.
뼛속부터 넌 원래 멋졌으니까
두려움에 머뭇거림이 길어지는 3월이라면,
잘 해낼 자신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겁이 나도, 확신이 없어도,
일단 한번 시작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모두 겁을 내고, 망설이며,
시작한 뒤에도 완전히 확신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이미 시작을 경험한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나아가며
그 이후의 불편함과 조급함까지도 조용히 감당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늘 멋질 필요가 없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느려도, 조용해도 괜찮습니다.
이번 3월만큼은,
확신보다 용기를 앞세워 시작해 보아요.
#3월새내기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