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나다움'을 기록하는 방법

찍고, 쓰는 대학생

요즘 대학생에게 기록은 너무 흔한 행위가 되었다.
사진을 찍고글을 남기고일상의 일부를 SNS 저장하는 일은

특별한 취미라기보다 생활의  부분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기록은 종종 ‘보여주기 ‘과시’, 혹은 하나의 트렌드로 단순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록을 선택한 이유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안에는 훨씬 사적인 마음이 숨어 있다.


누군가는 곁에 있는 사람을 남기기 위해 글을 쓰고,

누군가는 사라질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같은 기록이지만 안에 담긴 이유는 조금씩 다르다각자의 이유를 안고 이어진 그 기록들을 만나보자.✍️



“삶의 영감이 된 사람들을 기록합니다”
| 박은지, 경희대학교 미디어학과 22학번

1. 기록을 시작하게 된 계기

기록을 처음 시작한 건 단순히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였다.
즐거웠던 순간이나 특별한 기억들이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는 게 아쉬었다. 그래서 인생의 소중한 장면들을 조금 더 선명하게 남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록을 시작했다.
대학교에 들어오고 나서는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그 친구들 곁에 있다 보니, 나는 분명히 그들의 장점을 알고 있는데 정작 본인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 사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얼마나 멋진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마음이 ‘휴먼매거진’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2. 기록을 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힘든 시기가 있었다. 그때 같은 집단에 속해 있던 한 친구에게 큰 위로를 받았다. 돌이켜보면 그 친구 덕분에 그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그 친구에게 힘든 일이 생겼고, 이번엔 내가 이 친구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휴먼매거진’에 이 친구를 주인공으로 담았다. 직접적으로 “힘내”, “난 네 편이야” 같은 말을 쓰지는 않았다. 대신 그 친구가 이미 가지고 있는 내면의 힘을 글 속에서 꺼내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건넨 위로의 방식이었다.
훗날 그 친구가 그 글에 담긴 내 진심을 알고 있었다고 말해주었을 때, 내 마음이 크게 울렸던 것 같다. 이때가 기록을 하며 가장 인상 깊었고, 지금도 가장 애정이 가는 순간이다.


3. 기록을 어떤 방식으로 정리하고 있나?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라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되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친구들의 모습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 친구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시련을 마주하는 방식, 말없이 보여주는 배려 같은 것들이 나에게 모두 반짝였다. 그런 순간들을 글로 남기다 보니 기록은 자연스럽게 나의 삶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되었다. 휴먼매거진에 담긴 기록들은 결국 친구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마음이기도 하다.


4. 앞으로 어떤 기록을 이어가고 싶나?

휴먼매거진은 계정을 키우거나 규모를 확장하려는 목적은 전혀 없다. 얇고 길게 가는 것이 목표다. 
많은 사람을 담기보다는 그저 최대한 진정성 있게 기록하고 싶다. 언젠가 이 글들이 기록 속 주인공에게 하나의 선물처럼 건네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5. 기록이 본인에게 지니는 의미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잠’이다.
기록은 나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잠을 자야 하루의 기억이 정리되고 선명해지듯, 기록도 그렇게 작동한다. 글이든 사진이든 기록하는 과정에서 부연설명을 덧붙이고 감정을 천천히 정리하며 나의 언어로 다시 바라보게 된다. 그 기억은 나에게 더 선명히 남는다. 그래서 기록을 남긴 기억과 그렇지 않은 기억은 분명히 다르다.



“사진은 마음을 남기는 일이다”
안정찬,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22학번


1. 기록을 시작하게 된 계기

한 번, 소중한 사람이 황망하게 사라지는 일을 겪었다. 그 황망함은 사건의 크기가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이별에서 왔다. 어느 날 사진첩을 열어 보았을 때, 그 사람의 얼굴이 생각보다 적게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음에 밥 먹자’, ‘다음에 제대로 이야기하자’ 하고 넘겼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 다음이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그래서 나는 카메라를 더 자주 들려 한다. 누군가의 생일 케이크보다, 케이크를 들고 어색하게 웃는 손끝을 찍는다. 여행지의 풍경보다, 그 풍경을 바라보다가 잠깐 말이 없어진 얼굴을 찍는다. 대단한 순간보다, 대단하지 않은 순간을 기록한다.


2. 기록을 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기록을 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사실 셔터를 누르던 그때가 아니라, 시간이 조금 지나 다시 꺼내 보는 순간에 더 자주 찾아온다. 찍을 때의 나는 보통 바쁘고, 무엇을 남기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손가락만 먼저 움직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 사진을 꺼내 보면, 정돈된 것보다 서투름을 가진 사진이 더 짙은 여운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고개가 조금 기울어져 있다든지, 초점이 애매하다든지, 남들에게 보여주기엔 조금 망설여지는 사진들 앞에서 이상하게 마음이 멈춘다.




3. 기록을 어떤 방식으로 정리하고 있나?



제 블로그에는 ‘마음을 빨래합니다’라는 카테고리가 있다. 
그 카테고리에 일주일에 한 번, 일주일의 일상을 담아 바깥에 빨래를 널어 두듯 글을 올리곤 한다. 가끔은 공유하는 방식으로만 정리되는 감정이 있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문장을 다듬는 동안에야 비로소 내 마음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알아차리는 순간도 있는 것 같아서다.
다만 그 글들은 일주일이 지나면 혼자만 볼 수 있게 바꾸어 둔다. 일주일 동안은 널어 두고, 시간이 지나 빨래가 말랐다 싶으면 거둬들이는 셈이다. 그리고 분기마다 한 번씩, 그중에서 좋았던 일들만 골라 ‘빨래 아카이브’로 남긴다. 삶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뒤엉킨 채로 흘러가지만,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는 좋은 것들만이라도 조금 더 오래 남겨 두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현실을 미화하려는 게 아니라, 버텨 온 시간의 증거를 스스로에게 돌려주는 방식에 가깝다.

4. 가장 애정이 가는 기록은?



블로그 속 모든 기록이 애정이 간다. 블로그는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만들어 가는 곳이기도 하다. 타인에게 내 이야기를 건넨다는 행위는 단순히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약속을 거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살고 싶다고 적어 놓으면, 다음 날의 나는 그 문장에 조금이라도 닿아 보려 하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삶이 아주 미세하게 정렬되는 순간들을 경험하게 된다.

 정찬님이 기록한 일상의 한 장면

5. 기록이 본인에게 지니는 의미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기록은 내게 ‘삶을 대하는 태도’이다.
언젠가 잃게 될 것을 미리 불안해하며 움켜쥐는 방식이 아니라, 잃게 되었을 때 끝까지 바라볼 준비를 조금씩 해두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을 습관처럼 말하면서도, 그 다음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아주 조금이라도 정직하게 끌어안고 살아가는 일에 가깝다.
기록은 그 모순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그 모순 속에서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어떤 장면을 찍는다는 것은 그 순간을 박제하려는 시도라기보다, 그 순간이 지나간 자리에 ‘나는 분명히 여기에 있었고, 이 시간에 마음을 두고 있었다’는 표시를 남기는 일이다.



두 사람의 기록에는 공통점이 있다.
무언가를 증명하기보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그대로 담고 있다는 점이다.

기록은 반드시 공개될 필요도, 오래 남을 필요도 없다.
잠시 널어 두었다가 거둬들여도 되고,
누군가에게 조용히 건네는 선물이 되어도 괜찮다.

그렇다면 우리도, 불완전한 나를 기록해도 괜찮지 않을까?🍀
#기록#글쓰기#사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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