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OO 무슨 영화 좋아하세요?”

새 학기, 자기소개는 영화로 하자.
“OO씨는 무슨 영화 좋아하세요?”
-영화 <건축학개론>


3월이 되면 우리는 어김없이 '자기소개'의 굴레에 빠집니다. 이름, 학과, 학번.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따라오는 질문들. "취미가 뭐에요?, "요즘 무슨 공부하세요?"

가볍게 던져진 질문 같지만, 막상 대답하려니 은근히 어렵습니다. 이 한마디가 나의 첫인상을 결정지을까 봐 신경 쓰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요즘의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바뀌거든요. 사실 3월은 늘 그런 상태잖아요. 설렘과 긴장이 뒤섞여 아직은 나도 나를 잘 모르는 시기. 그래서인지 요즘 대학생들은 나라는 사람을 말로 풀어내는 데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쓰곤 합니다.


그런 당신을 위해, 이번 글에서 에디터는 3월의 자기소개 고민을 덜어줄 주제를 제안하려 합니다. 나를 소개할 때도, 상대에게 질문할 때도 가장 매력적인 소재, 바로 ‘영화’입니다. 🎬


-영화 <에브리바디 원츠 썸!!>

"자기소개할 때, 영화가 좋은 이유"

솔직히 에디터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영화가 자기소개에 좋다고 조금은 억지스럽게 주장하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취향'이라는 주관적인 영역에서 영화만큼 가성비 좋게 나를 드러내는 소재는 단연코 없습니다. 물론 근거 없는 주장엔 힘이 없겠죠? 지금부터 왜 3월의 첫 대화에 영화를 가져와야 하는지, 그 이유 3가지를 알려드릴게요.

1. "스스로를 단정 짓지 않으면서 건네는 힌트"

성격에 대해 말할 때, "저는 성격이 차분해요"라고 말하면 왠지 재미없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걱정되나요? 그럴 땐 영화를 힌트처럼 던져보세요.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인지에 따라 나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전달됩니다. "최신 개봉작은 다 챙겨보는 트렌드 세터인지" 혹은 "10년 전 영화를 돌려보는 아날로그파인지"만 들어도 느낌이 오거든요. 이번에는 누군가가 자신이 <이웃집 토토로>를 좋아한다고 말했다고 생각해봐요. 그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에는 다양한 이우가 있는 것이죠. 시골 라이프를 꿈꿔서 일지도, 그냥 오늘 내 기분이 '몽글몽글'해서일 수도 있는 것이죠. 그렇게 영화는 나를 섣불리 규정하지 않으면서도, 요즘 나의 상태를 은근하게 전해주는 정답 없는 힌트입니다.

2. "나를 지키면서 대화를 트는 안전한 징검다리'"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내 가치관을 직접 설명하는 건 생각보다 민망하고 위험(?)한 일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내 이야기인 듯하면서도 사실은 '영화 이야기'라 심리적 거리 확보가 가능하죠. 예를 들어 "저는 섬세한 사람이에요"라는 말은 좀 부끄럽지만, "저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순간 대화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영화가 되는 것이죠. 또한 영화는 대화의 상대방이 영화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 없습니다. 상대방은 그 영화를 알면 아는 대로 서로 즐겁고, 모르면 모르는 대로 "그 영화 분위기 어때요?"라며 질문을 던지며 또 대화가 이러지는 것이죠. 즉, 나를 과하게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상대가 나에게 다가올 수 있는 가장 친절한 통로가 되어주는 게 바로 영화입니다.

3. "한 방에 통하는 취향의 동질감"

요즘의 MBTI가 '너랑 나랑은 이래서 안 맞아'를 분석하는 도구가 되었다면, 영화는 '우리가 이렇게 닮았어!'를 확인하는 도구입니다.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는 건, 그 영화가 가진 특유의 온도와 메시지에 동시에 반응했다는 뜻이니까요. 수만 편의 영화 중 '인생작'이 겹친다는 건, 단순히 줄거리가 좋았다는 걸 넘어 서로의 감성 속 무언가가 강력하게 일치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어색한 공기가 흐르는 3월, "어? 저도 그 영화 진짜 좋아하는데!"라는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우리는 결이 비슷하다'는 확신을 주는 것, 그것이 영화가 가진 강력한 연결의 힘입니다.





"이렇게 보이고 싶다면, <추구미별 추천 영화>"


지금까지 영화로 자기를 소개하는 것이 좋은 이유를 설명했으니 글을 마치기 전에 조금은 실용적인 정보를 주는 것이 좋겠죠? 영화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싶은데, 아직 영화를 그 정도로 즐기지 않았다면 아래 적어둔 추구미별 추천 영화들을 속성으로 보세요. 내가 원하는 새 학기의 첫인상, 혹은 추구미, “이런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는 이미지가 있다면 아래 영화들, 하나쯤 마음속에 저장해두셔도 좋습니다 :)

(1) 조용하지만 자기 세계가 분명한 사람
<리틀 포레스트>: 남들의 속도가 아닌, 나만의 계절을 살아가는 단단한 마음.

<패스트 라이브즈>: 인연의 깊이를 헤아릴 줄 아는 성숙하고 진중한 시선.

<카모메 식당>: 소박한 일상 속에서도 나만의 원칙을 지키는 단호한 여유.

<퍼펙트 데이즈>: 반복되는 매일 속에서 반짝이는 행복을 찾아내는 예민한 관찰력.

<어느 가족>: 사회가 정한 기준보다 '진짜 소중한 것'을 먼저 보는 따뜻한 통찰.

-영화 <리틀 포레스트>



(2) 미감과 감각이 예리한 사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완벽한 대칭과 색감을 사랑하는 집요한 탐미주의.

<화양연화>: 절제된 미장센 속에서 피어나는 깊고 진한 감성의 밀도.

<그녀(Her)>: 기술이 닿지 못하는 인간의 고독을 포착하는 섬세한 감수성.

<헤어질 결심>: 붕괴와 미결, 그 사이의 우아한 긴장감을 즐기는 세련된 감각.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찬란한 여름 햇살과 첫사랑의 열병을 기억하는 뜨거운 감성.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3) 유연하고 지적인 위트가 있는 사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다정한 혼돈 속에서 길을 찾아내는 기발하고 유쾌한 상상력.

<포레스트 검프>: 복잡한 세상을 가장 단순하고 정직하게 돌파하는 긍정의 힘.

<트루먼 쇼>: 주어진 세상을 의심하고 진짜 나를 찾아 나서는 엉뚱한 용기.

<인턴>: 세대 차이를 넘나들며 배울 줄 아는 유연함과 젠틀한 매너.

<기생충>: 날카로운 사회적 통찰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내는 지적인 센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에 올 앳 원스>



(4) 현실을 알지만 낭만을 믿는 사람

<비포 선라이즈>: 우연한 만남과 대화의 힘을 믿는 지독한 로맨티시스트.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평범한 일상을 모험으로 바꾸는 대담한 상상력의 소유자.

<어바웃 타임>: 지나가는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다정한 삶의 태도.

<미드나잇 인 파리>: 과거의 낭만을 동경하며 현재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예술가 기질.

<싱 스트리트>: 서툴러도 일단 저지르고 보는 청춘의 패기 넘치는 낭만.

-영화 <비포 선라이즈>




글을 마치며

-영화 <빅 피쉬>_(에디터의 최애 영화!)


이렇게 영화 추천도 드려봤지만 사실은 그래요. 솔직한 것, 그리고 정말 내가 그냥 끌리는 영화가 어쩌면 가장 좋은 영화입니다. 꾸밀 필요도 없고, 굳이 이유를 붙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 가장 나와 닮아 있다는 것이죠. "요즘 무슨 영화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은 거창한게 아닌 "요즘 당신의 마음은 어떤 상태인가요?"를 묻는 그저 가볍고 다정한 안부일테니까요.

굳이 말로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지금 당신의 마음에 닿아있는 영화 한 편으로, 3월의 첫인사를 건네보세요 :)

#영화#자기소개
댓글 0
닉네임
비슷한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