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완벽한 공간, 음악, 이제 책을 손에 쥐면?

요즘은 '독파민'과 '텍스트힙'이 대세다.

공간, 책, 온-오프라인 경험의 조화가 이루어내는 MZ세대의 ‘독파민'과 '텍스트힙'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천선란, 김초엽 작가는 미국과 억대 계약을 맺었습니다. 매년 흥미진진하고 탄탄한 책들이 국내외로 쏟아져 나오지만 실상 대학생들은 보여지기 위해, 하나의 패션으로서 책을 읽는 척만 한다는 의견이 존재하죠. 이제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신문과 책 대신 에어팟과 스마트폰만 보이는 시대가 되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 상에서는 수많은 '독서 챌린지'와 '책 읽는 모습'들이 강조되고 있어요. X에서는 독서계가 유행이고, 인스타그램에서는 마음껏 독서를 할 수 있는 느좋 카페들을 추천하는 릴스가 보이죠. 이에 탑승해 케이팝 아이돌 노래 가사를 시적으로 해석하는 유튜브 계정도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패션일 뿐이라고 단언하지만, 여전히 많은 대학생들이 책을 읽고 있어요. 시대와 어울리지 않게 카페, 도서관, 버스와 지하철에서까지 책을 손에 쥐고 활자를 읽고 있는 이들은 왜 그런 걸까요? 정말 그들은 단순 소비만 할 뿐 아무것도 얻어가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이 현상은 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독파민'과 '텍스트힙'이라는 트렌드로부터 시작됩니다.


'독파민'으로 새로운 공간에서 독서를 향유하기


20대들에게 익숙하지만 이름 지어지지 않았던 독서 트렌드가 '독파민'이라는 단어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 행위는 2024년 초 온라인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는데요. 독파민은 독서와 도파민의 합성어로, 다양한 곳에서 여러 방식으로 독서를 즐기는 트렌드를 뜻합니다. 자극적인 쾌락과 Binge-Watching (여러 에피소드를 한 번에 몰아서 보는 행위)을 유도하는 숏폼 대신 긴 호흡의 글을 읽으며 즐거움,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음을 의미하죠.

지금까지의 독서 행위와 독파민이 다른 점은, 이제 사람들은 도서관이나 독서실 등 조용한 공간에서 독서를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카페, 공유 서재, 독서 모임, 북스테이 등 복합적인 공간에서 책을 읽으며 심리적인 만족감을 추구한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SNS에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공간을 추천하는 등 타인과 교류를 하며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고요. 이제 집이 아닌 바깥으로 나가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면서, 그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소통까지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죠!


요즘 업계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요?


이 트렌드는 여러 업계에 영향을 미쳤는데요. 최근 국내에서는 출판사, 공유 공간, 카페, 심지어는 숙박업까지 협업하여 더욱 입체적인 독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서비스와 공간들을 개발해오고 있어요. 지금부터 두 가지 서비스를 설명해드릴게요.

첫번째는 밀리플레이스입니다. 밀리플레이스는 온라인 독서 경험이 있는 이들은 모두 익숙할 '밀리의 서재'에서 독서의 일상화를 돕기 위해 도입한 독서 친화형 오프라인 서비스입니다. 분위기가 있거나, 조용하거나, 음악 선정이 탁월하거나, 여러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책을 읽기 좋은 전국의 카페들과 제휴해 운영하는 웹사이트예요. 독서 공간과 방식까지 제안하며 오프라인 독서를 하나의 특별한 경험으로서 만들어나가고 있는 중이죠.


두번째는 북스테이 라이브러리 스테이입니다. 템플스테이는 들어봤지만 이런 형태의 숙박은 처음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텐데요. 조용한 책을 읽으며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라이브러리 스테이와 책방 내 큐레이션된 서재에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는 북스테이입니다.

이 둘의 차이는 도서관과 서점이라는 서로 다른 공간이지만, 두 곳 모두 핸드폰을 내려놓고 책을 읽으며 사유할 수 있어 이색 힐링 공간을 체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되고 있어요. 예시로는 대관령의 유일한 독립서점인 '책방 선인장'에서 진행하는 북스테이가 있는데요. 강원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둘러볼 수 있으며 저 멀리에는 산이 자리하고 깨끗한 공기까지 들이마실 수 있어 휴식하기 알맞은 공간입니다. 남녀노소 모두 방문하는 이곳은 책, 조식, 할인권 등 각종 혜택과 함께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나가고 있어요.


이처럼 여러 이색 공간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SNS 사용이 주가 되는 연령대인 만큼, 이러한 경험들을 한 20대들은 자신이 겪은 일들을 개인 소셜 계정에 업로드하고 추천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공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읽은 책과 그 속의 문구들과 감상평까지 샅샅이 설명하는데요. 그래서 요즘 '텍스트힙'이 또 다른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텍스트힙'으로 독서 경험을 공유하고 '라이팅힙'으로 기록하기


'독파민'과 함께 또 다른 독서 트렌드로 떠오른 단어가 있는데요. 바로 '텍스트힙'입니다. 텍스트힙의 유래는 2024년 2월 영국 가디언지의 10대와 20대 사이에서 불고 있는 종이책 소비 열풍 언급으로부터 시작되었어요. 텍스트 (글자)와 힙하다 (멋있고 개성 있다)를 합친 합성어로, 책 읽기, 글쓰기와 공유하기를 통해 개성을 나타내고 가치 있는 경험들을 하고자 하는 유행을 의미해요.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많이 보이는 독서 챌린지와 인증도 텍스트힙의 일종으로 볼 수 있어요. 이뿐만 아니라 자신의 책장을 공개하여 어떤 책을 많이 읽으며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 알리기도 하고, 도서전과 북클럽을 방문하며 독서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하죠. 이와 같은 특징들이 텍스트힙의 요소였다면 지금은 이를 넘어서 '라이팅힙'까지 유행 중이라는 사실!

텍스트 (글자) 대신 라이팅 (글쓰기) 위주의 독서 문화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20대들은 단순히 자기가 무엇을 읽고 있는지 알리는 것이 아닌, 이를 통해 얻어낸 가치관과 사유들을 공유하는 진취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필사를 통해 유난히 마음에 들었던 문구들을 적어 사진으로 올리고, 교환독서를 하면서 하나의 책을 친구들과 공유하며 페이지 곳곳에 코멘트를 남기기도 하고,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다른 사람과 토론을 진행하기도 하죠. 이에 힘입어, 라이팅힙과 텍스트힙 열풍을 유지시키기 위해 문학 뉴스레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독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구독하는 문학 뉴스레터는 무엇일까요?


뉴스레터는 비단 출판사, 기업 뿐만 아니라 개인이 진행하기도 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이를 뉴스레터 형식으로 발행해 받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보내주기도 합니다. 책을 추천하기도 하고, 자신이 쓴 글을 공유하기도 하고, 독서 트렌드에 대해서 설명하기도 하죠. 그래도 출판사나 단체에서 진행하는 뉴스레터만큼 파급력이 클 순 없는데요. 요즘 독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어떤 뉴스레터를 구독할까요?

첫번째 뉴스레터는 '우시사' 입니다. '우리는 시를 사랑해'의 줄임말로, 문학동네에서 연재하는 메일링 서비스로 선정된 시와 함께 필진들의 편지를 보내주는 시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수요일, 일주일에 한 번씩 연재되고 있으며 아카이빙 페이지로 들어가면 지금까지의 편지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어요. 영화배우 박정민 씨가 필진으로 참여한 적이 있는 뉴스레터기도 하죠. 우시사는 딱딱하고 형식적인 글 대신 편지 형식으로 시와 함께 필진들의 개인적인 사유들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어요. 백은선, 허연, 나희덕, 예소연 시인 등 유명한 시인들이 필진으로 참여하여, 어쩐지 좋아하던 시인들과 소통하는 기분도 듭니다. 덕분에 저는 '우시사'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꾸준하게 메일링을 받아보고 있답니다.


두번째 뉴스레터는 '풋소설' 입니다. 앞서 설명한 우시사가 시 한 편과 함께 필진으로 참여한 분들의 사담을 엿볼 수 있는 구조라면 풋소설은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매 월 선정한 주제를 토대로 짧은 단편 소설을 집필해 메일링을 하고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입니다. 대학생들과 같은 연령대인 미등단 20대 신인 작가 여섯 명이 연재하는 소설이다 보니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하고, 독서 유행에 탑승하고 싶지만 장편 소설은 아직 부담스러운 독서 초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죠.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자정마다 소설 한 편을 발송하고 있어 잠에 들기 전 디지털 디톡스를 실행하기도 좋아요. 풋소설 또한 우시사처럼 아카이빙 페이지를 활용하고 있어 과거 발송 목록을 살펴볼 수 있어요.


이처럼 여러 뉴스레터들이 요즘 2030 세대의 독서를 돕고 있는데요. 과거 독서란 오프라인 공간에서 책장을 살펴보고 페이지를 넘기는 행위에 가까웠다면, 지금의 독서는 여러 서비스와 공간들을 활용하여 온-오프라인이 혼합된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에 가깝습니다. 뉴스레터에서 발견한 책이 흥미로워 종이책을 구매하고, 책을 읽다 문구가 마음에 들어 필사를 하거나 타인과 교환독서를 하고, 이를 또 SNS 상에 올려 다른 사람들의 소비를 유도하는 것처럼요!


‘독파민'과 '텍스트힙', 결국 패션으로 소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처럼 요즘은 '책을 읽고 사유하는 것'이 하나의 힙 (Hip) 문화가 되어 '나의 멋진 모습'으로 인지되고, 이를 알리기 위해 온라인 상에서 자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해당 책의 내용, 작가가 내포한 의미, 이를 읽으며 방문하게 되는 여러 오프라인 공간들, SNS 상에서의 토론 과정들은 모두 우리에게 지식과 가치 있는 경험으로 남게 될 거예요.

그래서 저는 요즘 SNS 상에서 유명 연예인이 어떤 책을 읽었는지를 공유하고, 이를 팬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과정을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또 네이버 검색어에 '교환'을 치면 '교환독서'와 관련된 검색어들이 차례대로 나오는 것도 뿌듯합니다. 최근 유명 여자 아이돌도 자신이 재밌게 읽었던 책들이 모인 책장을 공개했는데요. 이를 보고 같은 책을 구입해 SNS에 구매 사실을 인증하는 팬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원래 책에 관심이 있어 이를 구매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팬심에 따라 구매한 뒤 자랑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독서 열풍이 불러오는 긍정적인 영향임은 확실하죠.

그래서 저는 '독서는 패션이고 소비적인 경험이다'라는 말을 지지합니다. 아무리 인식이 그렇더라도 독서가 계속될수록 20대들과 관련 업계들이 활용할 수 있는 이색 프로그램이 더 많아질 거예요.


그러니까, 같이 이 트렌드의 흐름이 되어봅시다! 
독서는 언제나 삶에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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