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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피할 수 없다면 즐.. 즐입니다
개강이 힘겨운 헌내기들의 개강병 치유법
개강을 앞둔 대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이 있다. 무기력함과 우울함, 불안, 걱정. 바로 개강병(A.K.A 개강증후군)의 증상이다.
개강병의 원인은 다양하다. 긴 방학 동안 익숙해진 자유로운 생활을 뒤로 하고 다시 짜여진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 이제 곧 대학 생활을 청산하고 취업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현실 자각. 원인이 무엇이든, 휴학하지 않는 이상 개강을 피할 수는 없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학교생활을 위해서는 새로운 시작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뿐이다.
여기 개강병을 치유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은 학생들이 있다. 여러 번의 개강을 반복하며 터득한 그들만의 ‘개강병 치유법’을 들어보자.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다시 학교로 돌아올 용기를 얻을지도 몰라요"
안서연, 백석대학교 청소년학전공 23학번

개강이 다가오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그냥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 저는 종강과 동시에 언젠가 다가올 개강 날이 떠올라서 벌써 암울해지는 사람이거든요. 아마 저만큼 개강을 싫어하는 사람도 없을 거예요. 무슨 수를 써서든 피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고... 개강이라는 게 아예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벌써 개강을 6번이나 겪었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 되네요.
본인 만의 개강병 치유법이 있다면?
어디론가 떠나버려요. 저는 어떻게 해서든 매 학기 하루 이상의 공강을 만들고 있는데, 그래야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면 고민 없이 떠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국내 여행도 좋지만 이왕이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학교를 벗어났다는 해방감이 더 커지거든요.저번 학기에는 개강 한 달 만에 일본으로 떠났어요. 학기 중이라 그런지 비행기표도 싸게 구할 수 있어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 비행기 창문으로 점점 작아지는 땅을 볼 때 ‘아, 진짜 떠나는구나!’하고 여행을 실감할 때의 두근거림과 설렘이 너무 좋아요.

그 방법을 통해 개강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여행이 끝나면 다시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겠지만, 짧은 시간 동안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보고 느끼는 것들이 다시 시작할 에너지를 줘요. 떠날 수 있는 곳이 있음에 감사하고, 다시 돌아올 곳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생겨요. 다른 한편으로는 언제든 힘들어지면 또다시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기도 해요. 잠시 멈춰 섰다고 해서 뒤처지는 게 아니라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 숨을 고르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개강병을 앓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떠나세요. 그냥 어디로든 떠나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 있는 곳에서, 겪고 있는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나 보세요. 시간이나 돈, 혹은 학점 같은 것에 너무 얽매여서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행은 생각보다 거창한 게 아니니까요.
지금 당장 완벽한 계획이 없더라도 그냥 도전해 보세요.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의외의 나를 발견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올 용기를 얻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반복되는 일상 사이 사이에 있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임태연, 이화여자대학교 화공신소재공학과 23학번

개강이 다가오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이제 충분히 쉬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더 기깔나게 쉬어볼걸, 하는 아쉬운 마음이 있어요. 개강이 싫지만 그렇다고 싫다고만 생각할수록 힘만 빠지니까… 최대한 아무 생각 안 하면서 지내려고 해요.
본인 만의 개강병 치유법이 있다면?
학교 주변 예쁜 가게들을 찾아다녀요. 저희 과는 오티 주간에도 출석을 부르는 교수님이 대부분이라 오티주간이 딱히 널널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개강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땐 공강 시간에 동기들과 맛있는 점심을 먹고 근처 소품샵을 둘러봐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 ‘그래도 개강하니 이건 좋네’하는 생각이 들어요.
카페, 식당을 돌아다니며 맛있는 걸 먹기도 하고, 소품샵에 들어가서 귀여운 아이템이 있으면 개강 기념으로 고민 없이 사요!

그 방법을 통해 개강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반복되는 일상 사이 사이에 있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친구와의 대화가 될 수도 있고, 맛있게 마신 음료나 오늘 처음 개시한 키링이 될 수도 있고요. 다시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게 힘들어도, 학교생활을 하면 분명히 더 즐거운 일이 매일 조금씩 생길 거라고 기대하면서 힘을 낼 수 있었어요.


개강병을 앓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개강, 그 속에서 소소한 재미를 찾아보세요.
(개강이 온다는 표현은 너무 수동적인 듯.) 내가 개강에게로 간다.
"충분히 쉬었으니 내 속도로 다시 시작해도 되겠다는 안정이 찾아와요"
김아영, 가천대학교 행정학과 23학번개강이 다가오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과제, 시험, 알바…. 해야 할 일도, 신경 써야 하는 일도 많아지는 거니까 좋은 의미의 시작이 아니라 생각만 해도 버거운 시작이라는 생각이들어요. 그래도 오래 쉬었으니 학교생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또 갑자기 싫어져요. 이렇게 계속 왔다갔다하고 싱숭생숭해지는 것 같아요.
본인 만의 개강병 치유법이 있다면?
저는 기숙사생이라 개강 전에 꼭 본가에 다녀오는 편이에요. 개강을 하면 시간이 애매해서 오랜 시간 본가에 머물기 어려워요. 그래서 개강 전에는 시간을 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본가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려고 해요. 내내 학교에서 학교 사람들만 만나다가 가족들과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안정되는 기분이 들어요.
그 방법을 통해 개강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본가에 내려가 익숙한 공간에서 쉬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아무 계획 없이 지내면 계속 나를 몰아붙이던 조급함과 불안이 많이 가라앉아요. 새 학기를 앞두고 ‘이번엔 또 어떻게 버티지’가 아니라 충분히 쉬었으니 내 속도로 다시 시작해도 되겠다는 마음의 안정이 찾아와요.
개강병을 앓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들 티 안 낼 뿐 똑같이 개강이 귀찮고 부담을 느끼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혼자 뒤처져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다 같이 같은 선에서 다시 적응 중이라고 생각하고! 내 속도에 맞춰서 개강을 맞이해보면 어떨까요?
모두가 저마다의 이유로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한다. 그럼에도 찾아오는 개강을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 한다면, 거창한 계획과 다짐보다는 나에게 맞는 치유법이 도움이 된다.
이들의 치유법이 꼭 정답은 아니다. 똑같은 방법이 아니더라도 개강을 앞둔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개강과 종강, 시작과 끝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만의 치유법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만의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시작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지워나간다면, 어느새 또다시 방학이, 또 다른 마무리가 찾아올 것이다.
#개강#대학생#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