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염탐이 아닙니다

실패 없는 관계를 위한 대학생들의 치열한 예습
[26학번 단톡방에 초대되었습니다]

새 학기 단톡방이 개설되고 . .


어색한 공지와 형식적인 인사말이 오가지만, 아직 우리는 서로를 잘 모릅니다. 

프로필 사진은 대부분 기본 이미지, 이름만 덩그러니 채팅 참가 목록에 떠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새내기 배움터에서 처음 얼굴을 마주합니다.
짧은 자기소개, 어색한 웃음, 이름보다 먼저 기억되는 분위기.


집에 돌아와 휴대폰을 켜면, 그때부터 우리의 손가락이 바빠집니다. 

인스타그램 검색창엔 동기들의 이름이 하나둘 채워집니다.

OT도, 첫 강의도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미 서로를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 "번호 좀..."은 옛말, 이름보다 아이디가 편한 세대


"저기... 인스타 맞팔하실래요?" 


강의실이나 술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전화번호를 묻던 풍경은 이제 낯선 과거가 되었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의 첫 만남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먼저 시작됩니다. 이름은 기억 못 해도 인스타 아이디는 기억하고, 연락처 저장보다는 '맞팔'이 훨씬 자연스러운 수순이 되었죠.


이를 단순히 연락 수단이 바뀌었기 때문으로 보아야할까요? 아닙니다. 우리에게 인스타그램 프로필은 단순한 자기소개나 연락처가 아닙니다. 나의 취향과 분위기, 정체성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포트폴리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상대의 피드를 하나씩 스캔하며, 그 사람이 나와 결이 맞을지 본능적으로 파악합니다.


# 관계도 '리뷰' 보고 고릅니다, 실패는 싫으니까요

우리는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수십 개의 별점과 리뷰를 검색하며 가성비를 따집니다. 


그런데, 인간관계라고 다를까요?


Z세대의 관계 맺기 방식의 핵심은 철저한 효율성 추구입니다. 나와 취향도, 성격도 맞지 않는 사람에게 쏟는 시간과 감정 소모는 우리에게 가장 큰 낭비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만남 이전에 상대의 성향을 미리 검증하는 단계를 거칩니다. 마치 쇼핑몰의 필터링 기능처럼, 이제 인스타그램은 나와 맞는 사람을 골라내는 필터링 도구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 두려움을 없애는 가장 안전한 예습, 디지털 탐색

이것이 단순히 계산적인 행동만은 아닙니다. 낯선 사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우리의 본능적인 방어 기제이기도 합니다.


첫 만남 . . 그 숨 막히는 어색함을 기억하시나요?


우리는 그 침묵이 두려워 상대의 하이라이트를 뒤집니다. 좋아하는 밴드, 즐겨 가는 카페, 취미 생활 같은 '공통 관심사'를 미리 알아보고 학습하기 위해서죠.


"어, 너도 그 노래 좋아해?"

"나도 그 아이돌 좋아하는데!"

이와 같이 안전한 스몰토크를 준비하는 과정,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하는 탐색의 실체입니다.


# 이것은 '소심함'이 아니라 '현명함'입니다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보고 계산적이라거나, 소심하게 뒤에서 염탐한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 현상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실패 없는 관계를 위한 그들의 치열한 예습'이라고요.


결국 최근의 대학생들에게 인스타그램은 단순한 소통 도구가 아닙니다. 불확실한 타인을 탐색하고, 나에게 맞는 사람을 선별해 내는 관계의 참고서입니다.




새 학기, 누군가의 인스타를 먼저 훔쳐보고 있다고 해서 자책하지 마세요. 


당신은 지금 아주 현명하게 인간관계를 공부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

#새내기#개강#인스타#맞팔#대학생활#다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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