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현실 사이, 4학년이 사랑한 틈새들
막학년의 플레이리스트는 의외로 조용하다.
자극적인 음악보다는 리듬이 느슨한 R&B나, 아무 말 없이 흘러가는 멜로디가 더 잘 어울린다.
이 음악들은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복잡한 생각의 결을 조금씩 풀어준다.
불안한 마음을 억지로 몰아내기보다, 그 감정을 인정하게 만드는 힘.
낭만은 그렇게 아주 작은 틈으로 남아 있다.
자기소개서를 쓰다 말고 창밖을 본 적이 있다.
채용 사이트 화면 옆으로, 캠퍼스의 해 질 녘이 겹쳐 보였다. 늘 다니던 길인데도 유독 낯설고, 동시에 익숙했다.
막학년이 되었다는 사실은 이 풍경을 더 또렷하게 만든다. 곧 지나갈 시간이라는 걸 알기에, 무심코 지나치지 않게 된다.
현실을 준비하는 와중에도 시선은 여전히 이런 장면들에 머문다.
마케터를 꿈꾼다는 건, 결국 세상을 유심히 바라보는 일이라고 믿는다.
유행만 쫓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과 선택의 맥락을 읽는 사람.
그렇다면 지금의 고민 역시 외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불안해하는 나 자신, 갈팡질팡하는 이 시기마저도 이해하고 관찰하는 태도.
어쩌면 이 모든 시간이 앞으로의 감각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3월은 다시 시작의 시간이다. 완벽한 확신은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한 걸음 더 솔직해질 수 있다.
현실을 피하지 않되, 나를 버티게 해주는 작은 취향들을 놓지 않는 것.
낭만과 현실 사이의 이 틈새에서 우리는 오늘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막학년의 봄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