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나는 아무래도 그때의 우리가 그리운 거 같다
'Back to 2016'
핑크빛 가득한 '아날로그 파리' 필터로 사진을 찍고,
운동회가 다가오면 반티를 정하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올리브영이 아닌 각종 로드샵을 돌아다니며 화장품 쇼핑을 하던 학생들을 기억하는가?
그 시절 우리는 말 그대로 핑크빛 학창 시절을 보냈다.
사는 지역과 학교는 달랐을지언정, 2016년에 한국에서 중,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최근 #Back_to_2016 태그를 달고 올라오는 사진과 영상들을 보며 본인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지금은 비록 현실에 찌든 20대지만 행복했던 10년 전 그때, 유행을 선도했던 건 그 당시 중, 고등학생, 바로 지금의 우리이기 때문이다.
#핑크빛_가득_샤샤샤_2016년
아이폰의 '아날로그 파리', 캔디카메라와 같이 이름만 들어도 벚꽃 향이 날 것만 같던 사진의 필터들이 유행했던 2016년은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돌아보면 핑크빛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사진뿐만 아니라 체육대회를 앞두고는 각 반에서 치열하게 투표 끝에 정한 반티가 다른 반과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페이스북에 공지글을 올리기도 하고, 반티 왜 맞추냐고 툴툴대던 학생들도 막상 체육대회 당일이 되면 얼굴 앞에 손하트를 만들어 얼굴을 가린 채로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점심시간에는 아이돌 오디션의 혁명이라고 불렸던 '프로듀스 101'을 통해 최종 데뷔한 IOI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축제 때는 트와이스의 노래로 장기자랑을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던 그때 그 시절.
학교를 마친 후에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지금의 올리브영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다양한 로드샵을 돌아다니며 각 로드샵마다의 '이건 꼭 사야해 템'을 사기도 했다. 어떤 화장품들은 품절 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였다. 학교에 가면 모두가 똑같은 화장품으로 화장 스킬을 연마하다가 화장 검사를 하는 선생님이 지나가면 후다닥 화장품을 숨기곤 했다. 아마 지금 20대 중에서 에뛰드의 '시럽 빼고 테이크아웃 섀도우', 토니모리의 '디어달링 틴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이니 그때 그 시절 화장품들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2016년에 열광하는 건 일반인뿐만 아니라 연예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레드벨벳 조이, 아이브 장원영과 같이 유명한 셀럽들도 본인들의 인스타그램에 2016년도의 사진을 올리며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한다.
여기서 웃긴 점은, 연예인이라고 해서 2016년의 기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의 2016년 사진에도 핑크빛이 가득하다.
이쯤 되면 2016년은 모두에게 핑크빛이었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톤다운_20대가_된_지금_2026년
핑크빛 2016년을 뒤로하고, 어느덧 그 시절의 중, 고등학교 학생들은 자라서 현실을 마주하는 20대가 되었다. 학업이면 학업, 취업이면 취업 무엇 하나 쉬운 게 없고 취업난이 최고조에 이른 지금, 20대의 삶 속에 핑크빛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핑크빛은 무슨, 사진을 찍을 시간조차 없는 지금 20대들의 팍팍한 현실은 언젠가 끝이 있는 터널이 아닌 끝이 없는 동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현실 때문에 우리가 10년 전의 핑크빛 2016년을 그리워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그리워하는 건 단지 핑크빛의 사진, 체육대회의 반티와 단체 사진, 삼삼오오 몰려다니던 로드샵의 화장품이 아니라 그때의 행복했던, 학창 시절의 우리들이 아닐까.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그때도 힘든 일은 있었을 텐데. 시험 점수 1점에 울고 웃고 대학은 갈 수 있을지 고민에 잠이 오지 않던 날들과 학원 보충에 가기 싫어서 온갖 핑계를 대다가 결국 잡혀가던 날들. '어른들은 몰라요!'를 외치며 우리도 우리 나름의 심오한 고민과 걱정거리들이 참 많다는 것을 어필하던 우리들. 분명 힘들고 지쳤던 순간들이 있었을 텐데 우리는 왜 '2016년'이라는 단어를 듣고, 그 때의 사진과 영상을 보면 핑크빛으로 그때를 추억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무래도 답은 10년이라는 시간에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그렇게 우리는 동굴 같아 보이는 시간들을 지나 결국 동굴이 아닌 터널을 통과한 20대가 되었고, 지금은 또 다른 터널 속에 들어가 있기에. 그렇기에 이미 지나온 터널에 대해서는 기억이 미화된 핑크빛으로 추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그 때의 어떤 것이 아닌, 행복했던 찰나의 우리를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핑크빛으로만 보이는 그때, 2016년도 사실은 10년이 지났기에 진정한 핑크빛으로 보이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회색빛으로 보이는 지금 이 현실도 언젠가 다채롭게 빛날지도 모르겠다.
#backto2016#2016#10대#20대#대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