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길을 잘못 들었다 생각했는데, 영역을 넓힌 거였다.
전공과 다른 꿈을 찾아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출처: 도서, '여학교의 별'
“야, 요새 누가 전공 살려서 취업해?”
지금 이걸 읽고 있는 당신, 이런 말을 듣거나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이 말에 동의하면서 한편으로 전공을 버리는 것이 두렵진 않았나요?
최근 들어 “진로통"이 세게 와서 심적으로 지쳐있진 않았나요?
단 하나라도 나의 얘기처럼 느껴졌다면, 잘 오셨습니다.
이곳은 방황하는 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작은 쉼터입니다.
*진로통: 진로에 대한 고민 때문에 느끼는 고통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2>의 출연진 중에는 유독 독특한 행보로 주목받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손종원 셰프와 '술 빚는 윤주모' 윤나라 셰프입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어린 시절부터 요리에만 매진해온 '정통 코스'를 밟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영화학을 전공하는 등 전혀 다른 분야에 종사하다 뒤늦게 요리의 길로 접어든 이들의 서사는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제 전공과 무관한 직무에 종사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오히려 비전공자라는 한계를 딛고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해낸 이들은 선망과 칭송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갓 발을 내디딘 청춘들에게, 지금까지 걸어온 경로를 이탈한다는 것은 여전히 막대한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동안 쌓아온 노력과 과정이 자칫 '포기'나 '실패'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따라오기 마련이거든요.
이 콘텐츠를 기획한 저 역시 비슷한 성장통을 겪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대학교 2학년까지, 오직 '국제기구 진출'이라는 단 하나의 이정표만 보고 달려오던 시절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 저는 패션과 콘텐츠 에디터라는 전혀 다른 분야를 위한 도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익숙한 길을 벗어나 새로운 꿈을 향해 핸들을 꺾었을 때 마주했던 심적인 부담과 혼란, 그 속에서 찾은 답을 지금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나누려 합니다.
첫 번째 쉼터 : 대학생에게 묻다.
꿈 찾으러 방황하는 나, 제법 멋지잖아?
이O온,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 24학번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장래희망의 히스토리를 간략하게 말해주세요.
A. 안녕하세요. 저는 어렸을 때 해외 유학 경험으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각자의 문화를 공유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국제기구에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높은 진입 장벽으로 인해 현실과 타협하여 국제무역학과에 진학했습니다. 그러나 학과 공부가 제 생각보다 재미없었고, 이대로 안되겠다 싶어 제가 좋아하는 걸 마구 찾아보고 탐구했어요. 그렇게 마케팅과 콘텐츠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현재의 저는 에디터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Q. 전공을 살리지 않고 졸업을 하는 것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이 있나요?
A.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전공과 관련된다면 비교적 졸업까지 수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솔직히 말해, 전공을 끝까지 살리는 분들은 적은 것 같아요. 특히 인문계라면 우선 배우고 싶은 건 최대한 많이 배워두면 무조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밸런스 게임에 비유하자면 “한 분야에서 뛰어나기" vs "두 개 이상 적당히 잘하기” 같아요. 저는 후자를 골랐습니다:)
Q. 급변한 진로로 인한 불안,걱정,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었다면 공유해주세요.
A. 전 그럴 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절대 나를 낮게 평가하지 않기!!!!! 그리고 맛있는 것을 먹는 등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지고 있으면 좋아요.
Q. 아무래도 원전공이 따로 있는데 현재 희망하는 직무가 다르면 그에 맞는 추가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새로운 꿈을 위해 어떻게 나아갈 예정인지?
A. 우선 원전공에서 내가 미래에 필요한 부분들을 쏙쏙 골라 연결시켜야겠죠? 저 같은 경우에는 다전공을 하고 있어요. 추가적으로 비교과 활동을 많이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 첫 발걸음으로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학과 마케팅 소모임을 운영중이에요.
Q. O온님처럼 현재의 전공이 본인과 맞지 않아서 방황하는 대학생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 있나요?
A. 학습의 기회가 넘치는 대학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 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이고 행운입니까!!!!!!!🫵🫵
꿈에 대해 방황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거 자체만으로 멋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 도전하세요!!
갈대 같은 내 맘, 나도 몰라. Just Do It!
이O원, 서울시립대학고 국제관계학과 24학번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장래희망의 히스토리를 간략하게 말해주세요.
A. 고등학생 시절엔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인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원하는 만큼 높은 성적이 나오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성적에 맞춰 의료 계열에서 약학 계열, 생명과학 분야 등으로 지망하는 학과를 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흰 가운을 입는 그 모습이 너무 멋져 보여서 가고 싶었던 거 같아요. 나름 구체적인 장래희망이라 믿고 정말 열심히 임했던 거 같은데, 대학에 들어와 현실을 마주하니 정말 막연한 꿈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ㅎㅎ 실제로 경험해보니 생명과학자로서의 연구는 저의 성향, 특기에 정말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문과로 전향을 했고, 이후 시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현재 기자의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Q. 생명과학과에서 국제관계학과, 정반대의 계열로 진로를 바꾸는 것에 심적인 부담이나 어려움은 없었나요?
A. 원래 고민이 많은 성격인데 특이하게도 그 선택만큼은 부담과 어려움이 크게 없었던 거 같습니다! 진로가 정해져 있지 않았어서, 더 다채로운 경험을 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이과에서 문과로 전향하는 것이다 보니, 현실적인 취업 문제가 가장 큰 우려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Q. 그럼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실 수 있었나요?
A. 저는 평생을 이과로 살아오다 보니, 문과로 살았던 친구들보다 관련 배경 지식이 부족했던 것이 어려웠습니다. 나의 부족함이 드러날 때마다 자존심이 많이 상하고, 내가 바보인가 하는 마음이 들었었어요. 습관이 될 때까지 뉴스를 일부러 찾아보고, 아는 게 없어서 창피를 당하는 한이 있어도 수업 시간에 시사 이슈에 대한 제 의견을 자주 말하며, 부끄러움에 부딪히고자 노력하다 보니 전과 후 1년이 지난 이제는 과에 잘 스며든 거 같습니다.
Q. 최근에는 “기자”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던데, 새로운 꿈을 위해 어떻게 나아갈 예정인지?
A.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알기 위해 과 생활 말고도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자 했던 거 같습니다. 이를 통해 알게 된 점은 제가 저의 의견을 담은 글쓰기, 말하기를 유독 좋아하더라구요! 그리고 또 부끄럽지만 어딘가 그릇된 점을 찾아내는 것도 유독 잘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장점들을 잘 살릴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기자라는 직업이 요즘은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기자라는 직무의 구체적인 업무를 더 자세히 알아 보고 싶어요! 기자 분들은 어디서 보람을 얻는지 알아보고, 그것을 했을 때 내가 즐거울지 판단해 보고 싶습니다. 판단이 되고 나면, 꿈을 확고히 하고 3학년 때부터 빠르게 인턴을 지원해 보고 싶습니다!
Q. O원님처럼 하고 싶은 일이 바뀌어서 방황하는 대학생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저는 성격이 워낙 갈대 같아서 진로도 이리저리 매번 바뀌는데요! 안 될 거 같고 두려운 일도 그냥 냅다 해보고, 조금만 견디다 보면 적응이 금방 되더라구요. 느낌이 오는 대로 선택해 보고 나중에 선택을 번복해도 늦지 않았으니 원하는 게 있으면 그냥 해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우린 아직 너무 젊으니까!
두 번째 쉼터: 에디터와 스몰톡(SmallTalk)
혹시, '매몰 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라고 들어보셨나요?
매몰 비용의 오류란, 이미 지불하여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비용이 손해라고 생각하느라, 더 나은 선택을 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저는 새로운 꿈을 앞두고 핸들을 꺾기 주저하는 우리에게도 똑같은 오류가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쌓아온 노력과 경험은 분야가 바뀐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전 활동을 통해 체득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단단해진 나만의 가치관, 그리고 곁을 지켜준 좋은 사람들까지. 이 모든 것은 새로운 토양에서 꽃을 피울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양분이 되어줄 겁니다. 그러니 우리의 선택을 결코 ‘손해’나 ‘포기’ 라고 정의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망설임을 확신으로 바꾸고 싶은 청춘에게, 저의 경험을 담은 두 가지 조언을 전합니다.
1. 주위의 '실제 목소리'를 통해 현실을 마주하기.
막연한 환상은 때로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정말 이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학교나 기관에서 주최하는 현직자 토크쇼, 강연, 혹은 주변에서 먼저 그 길을 걷고 있는 지인의 조언을 구해보세요. 저는 의상디자인학과 부전공을 선택하기 전, 그 학과 학생과 예전에 패션학교를 다녔던 동기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구했고, 패션업계의 현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자각을 한 상태로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이든 실망스러운 현실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그 민낯을 마주하고도 여전히 가슴이 뛸 때, 당신의 고민은 비로소 단단한 확신으로 바뀔 거라 생각합니다.
2. 결국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열정'
진로를 급격히 바꾸는 과정에서 저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경력이 단절된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오는 허무함이었습니다. 관련 대외 활동에 지원하려 해도, 이전의 활동들이 새로운 직무와 맞지 않아 활용하기 애매했거든요. 그렇게 이름 모를 경쟁자들의 화려한 스펙과 나를 비교하며 지원할 용기조차 잃어갔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때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스펙이 화려한 사람들보다 이 일에 더 진심인 사람을 뽑는다"는 말이었습니다. 결국 완벽한 스펙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뜨거운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공대 출신 요리사, 손종원 셰프는 말합니다. "돌아서 왔다고 하지만 넓히다 온 거죠. 제 영역을."
남들이 정해둔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저마다의 방향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니까요. 오늘 이 기록들이 방황하는 모든 청춘에게 '포기'가 아닌 '확장'의 용기가 되길 바라며, 다음에 또 다른 쉼터로 찾아오겠습니다.
에디터, 최윤영이었습니다,
Editor. 최윤영
Interviewee. 이O온, 이O원
#진로#방황#진로고민#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