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오늘은 GPT에게서 나를 빼앗았습니다."

편리함에 갇혀 성장을 멈춘 대학생의 '나 찾기' 일지
오늘도 AI에게 나를 맡겼습니다.

빈 화면을 채우려 밤새 머리를 쥐어뜯던 시간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짧은 질문 몇 번이면 논리적인 레포트부터 그럴듯한 자기소개서, 심지어 복잡한 마음을 달래줄 위로의 문장까지 순식간에 쏟아지니까요.

분명 내 이름표를 달고 좋은 성적을 받았는데, 칭찬을 들어도 어딘가 마음이 헛헛해집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딪히던 과정이 생략된 결과물 앞에서, '진짜 내 실력은 어디쯤 멈춰 있는 걸까' 덜컥 겁이 나기도 하죠.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유혹 속에서 성장의 딜레마를 마주한 우리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요? 
정답을 내어주는 AI 앞에서  에디터의 서툰 '나 찾기'를 기록해 보았습니다!


DAY1 _ 습관이 무섭다고.. 🌧️


다녔던 고등학교에서 학교 신문에 실릴 글을 써달라고 연락이 왔다.
주제는 ‘슬기로운 대학 생활과 후배들을 위한 조언’. 나름 이제 선배다. 이 정도 썰 풀이는 껌이라는 생각으로 호기롭게 빈 한글 파일을 켰다.



"안녕, 얘들아?"
지웠다. 그래도 후배님들한테 예의를 갖춰야지.
"바야흐로..."
지웠다. 너무 과장했다. 


머릿속에 이야기 해주고 싶은 팁은 많은데 쓰여진 문장이 모조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깜빡이는 커서와 눈싸움만 10분째. 답답함에 나도 모르게 나의 구글 메인화면에 당당히 바로가기로 자리잡은 '챗지피티'를 눌렀다. 머릿속엔 이미 프롬프트가 세팅되어 있었다.

지피티야, 고등학생 후배들에게 해줄 조언 3개 추천 및 10줄 이내로 글을 써줘. 후배들이 어려워 하지 않도록, 친근한 대학생 말투로.'엔터를 내리치려는 찰나, 이번 주 나의 '생성형AI 단식'을 떠올리고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황급히 창을 닫았지만 등골이 서늘했다.

내 대학 생활의 추억과 후배들에게 건넬 진심조차 AI한테 '외주'를 주려 했다니. 나 자체를 챗지피티에게 빼앗긴다는 생각도 들어 소름이 끼쳤다. 생성형AI 단식 1일차부터 혼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죄책감과 동시에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린 기분이었다. 

당장 내일은 또 어떻게 버티지? 남은 6일이 까마득해졌다.

DAY4 _ 외주 맡긴 창의력


교회 수련회 저녁 시간, 조 이름 짓기 순서가 왔다. 논의 중, 조원들 사이에 가벼운 침묵이 흘렀다. 
내 손은 반사적으로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향했다.

머릿속엔 이미 챗지피티에 입력할 질문이 완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 단식 4일 차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폰을 내려놓았다.기계의 도움 없이 우리끼리 머리를 맞대고 나온 이름은 '기도하조', '은혜받조'처럼 정직하고 평범했다. 화려하고 센스 있는 문구는 없었지만, 우리는 가장 익숙하고 투박한 단어들을 조합해 만들었다.

그동안 나의 챗지피티 의존은, 복잡한 과제나 문서 작업에만 해당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수련회 조 이름을 짓는 가벼운 활동조차 나는 인공지능의 아이디어에 기대고 있었다. 인공지능에게 외주 맡긴 창의력을 다시 빼앗은 후 마주한 나의 진짜 창의력은 생각보다 훨씬 빈약했다.

DAY7 _ 적정 거리



일주일간의 챗지피티 단식이 끝났다. 

내일이면 다시 익숙하게 챗지피티 창을 띄우고 밀린 과제를 시작하겠지만, 모니터를 마주하는 마음가짐은 단식 이전과 다르다.

지난 7일은 내 일상 곳곳에 스며든 인공지능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리포트의 개요를 잡을 때, 교수님께 보낼 메일의 정중한 인사말을 고를 때, 심지어 동아리나 수련회에서 쓸 가벼운 아이디어를 낼 때도 나는 기계의 빠르고 매끄러운 '정답'에 기대고 있었다. 편리함이라는 핑계로 생각하는 과정 자체를 외주 주고 있었던 셈이다. 

분별없이 그 편리함에 취해 있다가는, 결국 내 고유의 목소리와 사유하는 능력마저 잃어버릴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그렇다고 인공지능을 일상에서 완전히 배척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쏟아지는 과제와 대외활동을 소화해야 하는 대학생에게 AI는 분명 압도적으로 유용한 생산성 도구다. 방대한 자료를 요약하거나 막막한 초안의 뼈대를 잡는 데 이보다 효율적인 도구는 없다. 

📍결국 핵심은 AI와 나 사이의 '적정 거리'를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는 문제였다. 
이번 단식 경험을 통해 나는 현실적으로 인공지능과 공존하기 위한 세 가지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참고해 보길 바란다. 

나만의 3가지 생성형 인공지능 가이드라인!!


첫째, 백지상태에서는 AI를 켜지 않는다.
질문을 던지기 전에 먼저 나의 날것 같은 생각부터 메모장에 적어보기로 했다. 아무리 엉성하더라도 글과 기획의 '첫 방향키'는 내가 쥐어야 한다. 기계가 먼저 내놓은 매끄러운 결과물에 내 생각이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둘째,  '파트너'로 대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써달라고 요구하는 대신, 내가 짠 논리의 허점을 짚어달라고 하거나 흩어진 내 아이디어들을 구조화해 달라는 식으로 역할을 제한할 것이다. 기계는 내 생각을 다듬어주는 거울이지, 내 생각을 대신 만들어주는 뇌가 아니다. (우리는 짝꿍 ~~)


셋째, 마지막 마침표는 반드시 내가 찍는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훌륭한 문장을 뽑아내도 그 속엔 '나'의 서사가 없다. 기계의 도움을 받아 뼈대를 세우고 문장을 다듬더라도, 최종 제출 전에는 반드시 내 경험과 투박하지만 솔직한 나의 어휘를 덧입히는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드. 디. 어. !! 지피띠니야.. 보고싶었어 ~!!!!!!❤️


드디어 일주일간의 인공지능 단식이 끝났습니다 ~!! (박수 ~~ 👏🏻👏🏻👏🏻👏🏻)

물론 저는 쏟아지는 과제 앞이면, 다시 익숙하게 AI 창을 띄우겠지만, 마음가짐은 분명 달라졌습니다.
완벽한 정답이 주는 편리함에 취해 생각하는 과정마저 기계에 고스란히 맡기다간, 결국 제 고유의 목소리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진짜 내 생각은 어디쯤 멈춰 있는 걸까' 덜컥 겁이 나기도 했고요.

앞으로는 빈 화면 앞에서 무작정 AI부터 찾지 않을 겁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딪히는 과정을 쉽게 생략하지 않으려고요. 조금 서툴고 투박하더라도 제 생각만큼은 꽉 쥐고, 마지막 마침표는 꼭 저만의 온도로 찍어보겠습니다!

정답을 내어주는 AI 앞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에디터의 서툰 '나 찾기'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
여러분도 함께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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