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기록하다 보니 '나'를 알게 되었다

블로그를 통해 '나다움'을 찾아가는 대학생의 이야기

나는 어떤 걸 좋아하지?

대학교에 입학한 뒤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 질문에 쉽게 답하기는 어려웠다. 좋아하는 것은 많았지만, 정작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모아 보기로 했다.

출처: 개인 블로그

블로그가 처음부터 특별한 공간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날 입었던 옷, 친구들과 다녀온 카페, 우연히 발견한 예쁜 풍경을 남기는 평범한 일기장이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찾아왔다. 내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어떤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어떤 문장에 오래 머무르는지 조금씩 알게 된 것이다.
평소 패션과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블로그에 단순히 유행하는 옷을 소개하는 대신, 그날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그 순간의 분위기를 함께 담아내고 싶었다. 계절이 바뀌는 거리의 풍경, 마음에 드는 전시,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영화와 책까지 기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만의 취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을 모아 보면


출처: 개인 블로그

예전에는 그저 "예쁘다", "좋다"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들이 기록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왜 나는 유독 빈티지한 분위기의 공간에 끌리는 걸까. 왜 같은 옷이라도 어떤 스타일에는 눈길이 가고, 어떤 스타일에는 관심이 생기지 않는 걸까. 왜 어떤 영화나 전시를 보고 나면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걸까.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정리하고 문장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다 보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좋아하는 분위기를 조금씩 발견하게 된다. 


직접 만든 무드보드

좋아하는 것을 모아 두고 보니 그 안에는 나름의 공통점도 있었다. 내가 자주 입는 옷의 색, 사진을 찍는 방식, 좋아하는 공간의 분위기처럼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들이 있었다. 어쩌면 나는 일상을 기록하면서 나만의 무드보드를 글과 사진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취향을 기록하는 시대



이런 모습은 나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최근 대학생들에게 SNS는 단순히 일상을 공유하는 공간을 넘어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를 보여 주는 공간이 되고 있다. 패션, 전시, 영화, 음악, 여행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기록하고 이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어 가는 사람도 많다.

취업 시장에서도 SNS가 개인을 보여 주는 공간으로 활용되어 온 흐름은 오래전부터 나타났다.  결국 지금의 SNS는 "무엇을 했는가?"뿐만 아니라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를 보여 주는 공간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나다운 취향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취향을 찾는 세 가지 방법

01. 일단 찍고, 써보기


출처: 개인 블로그

취향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좋다'고 느낀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예쁜 공간을 발견했다면 사진을 찍고, 마음에 드는 옷을 입었다면 남겨 보자. 영화나 전시를 보고 좋았다면 무엇이 좋았는지 한두 문장이라도 적어 보는 것이다.

출처: 개인 블로그

중요한 것은 잘 찍거나 잘 쓰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이 색감이 마음에 들었다", "이 공간의 분위기가 좋았다"처럼 아주 사소한 이유여도 충분하다.
이 기록이 쌓이면 내가 반복해서 좋아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막연했던 취향이 조금씩 구체적인 언어가 된다. 나 역시 블로그를 하면서 이런 과정을 자연스럽게 경험했다. 매일 출근할 때 입었던 옷을 올리면서 좋아하는 옷의 특징과 색감 등을 알게 되며 나만의 패션 취향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02. 문화생활로 취향의 범위 넓혀보기


출처: 개인 블로그 (국립공예박물관)

취향은 가만히 생각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할수록 발견할 수 있는 것에 가깝다.
나는 시간이 날 때 전시를 보러 가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다. 모든 작품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경험도 취향을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출처: 개인 블로그 (국립현대미술관)

"나는 이런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구나."
"이런 전시는 생각보다 재미있다."
"이 책의 문체가 마음에 든다."
이런 작은 판단들이 쌓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조금씩 선명해진다. 결국 취향은 한 번에 발견하는 답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계속 업데이트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03. 다른 사람의 취향을 보며 내 시선 넓히기


출처: 핀터레스트

혼자서만 취향을 찾을 필요도 없다. SNS를 보다 보면 나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옷을 입는 사람, 내가 가보지 못한 전시를 소개하는 사람, 새로운 책이나 영화를 추천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취향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몰랐던 분야를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취향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다.

출처: 개인 블로그

오히려 "나는 왜 이게 좋지?", "이 사람은 이 부분을 좋아하는구나", "나는 이 스타일보다 저쪽이 더 끌리는데?"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내 취향을 대신 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취향을 비교하고 질문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이 되어 준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보고, 경험하고, 내 방식대로 다시 생각하다 보면 취향의 범위도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출처: 콜로신스 공식 인스타그램

아직 자신의 취향을 모르겠다면 다양한 패션 브랜드의 계정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브랜드만의 세계관과 감성이 담긴 게시물들이 일관성 있게 업로드 되기에 참고하다 보면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드는지 파악하기 용이하다. 혹은 친구와 함께 무드보드를 만들어 공유해보면 어떨까?

기록은 나를 이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출처: 개인 블로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 기록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기록은 자기 탐색의 도구이자,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무심코 찍은 사진 한 장, 짧게 남긴 문장 하나는 시간이 지난 뒤 그 시기의 나를 보여 준다.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무엇에 관심을 가졌는지, 어떤 것에 마음이 움직였는지를 다시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개인 블로그

나 역시 아직 내가 어떤 사람인지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여전히 새로운 옷을 입어 보고, 새로운 전시를 보고, 새로운 책을 읽으면서 취향을 넓혀 가는 중이다. 하지만 기록을 시작하기 전과 지금은 조금 다르다. 예전에는 "나는 어떤 사람이지?"라는 질문에 답하기 어려웠다면,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꺼내 보여 줄 수 있다.

어쩌면 '나다움'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기록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만나고, 다시 생각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직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면, 거창하게 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마음에 들었던 것 하나를 찍어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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