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아, 올여름 내꺼였는데
또 누가 아쉬운 여름 방학을 보내고 있는가
대학교 4학년. 마지막 여름 방학을 보내고 있다. 평생 다시 오지 않을, 학생으로서 맞이하는 마지막 여름이다. 그래서 이번 방학이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나는 여름을 사랑한다. 뜨거운 햇빛 아래의 기억들은 강렬하고 찬란하게 남는다. 매년 여름 방학이 되면 들뜬 마음으로 혼자 여행을 다녔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음이 무겁다. 공모전과 대외활동,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까지. 방학은 쉬는 시간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해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엎친데 덮친 격으로 후회스러운 이별을 하며 정신적 건강은 최악을 찍었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고뇌하게 되었다.
감정에 파묻힐 여유는 없었다. 애써 외면한 채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처리해 나갔다. 시간은 쉼 없이 흘렀고, 방학은 어느새 체크리스트를 채워나가는 시간이 되어 있었다. 그럴수록 이상하게도 나는 여름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절은 분명 여름인데, 정작 여름을 보내고 있다는 감각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 방학만큼은 작은 순간이라도 내 것으로 남겨 보기로 했다.
옥상을 처음 마주한 날옥상에 차린 여름
얼마 전, 우연히 계단 끝에 있는 문을 열었다가 우리 집에 옥상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휑한 공간이었다. 생각도 못하 공간과 의자 한 개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 마치 영화 '백룸'을 연상시켰다.
그날 이후 돗자리를 하나 사고, 의자와 건조대를 하나씩 가져다 놓았다. 그렇게 텅 비어 있던 옥상에 하나둘 내 물건이 늘어갔다.
햇빛이 좋은 날이면 빨래를 널고 그 옆에 누워 태닝을 한다.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빨래와 스피커에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잠시 여행이라도 온 것 같다. 가끔은 의자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햇빛을 받고 바람을 맞는 것만으로도 별것 없는 옥상은 제법 그럴듯한 휴양지가 된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여름을 즐길 방법은 있었다. 문 하나를 열었더니, 내가 모르고 있던 여름이 바로 한 층 위에 있었다.
떠날 이유는 충분했다
여행을 가면 왠지 알차게 보내야 할 것 같았다. 이왕 떠났으니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보고 돌아와야 잘 다녀온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에서조차 시간은 허투루 쓰면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는 조금 다르게 떠나봤다. 계획을 채우는 대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라갔다.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면 집을 나설 이유는 충분했으니까.
드라이브를 즐길 겸 축구를 하러 타지로 향했다. 기왕 멀리까지 온 김에 유명한 빵집에 들르고, 주변 동네를 구경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느새 작은 여행이 되어 있었다.
포항스틸야드최근에는 축구 경기를 보러 떠났다. 경기가 열리는 도시를 여행지로 정하고 1박 2일을 보냈다. 자전거를 빌려 돌아다니고, 바다를 마주하자 축구공 하나를 사서 한참을 놀았다. 저녁에는 경기장을 찾아 오랜만에 눈앞에서 펼쳐지는 축구에 온전히 빠져들었다.
좋아하는 것이 그곳에 있다면,
떠날 이유는 충분했다.
여름을 되찾는 방법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해야 할 일 사이에 내가 좋아하는 순간들을 조금씩 끼워 넣는 것. 그 정도면 충분했다. 여전히 해야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개강이 다가오면 분명 아쉬워할 것 같다.
아, 올여름 내꺼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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